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참 가볍고 신선했다. 이어진 한 달간의 공사는 예상대로 소음과 전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별로 거슬리지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조용하면 이 사람들이 공사를 제대로 하는지 궁금할 지경이 되었다.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이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후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한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불만을
토로하려다가 내가 그분들에게 친절하게 인사하는 것을 보면서 입을 다물기도 했다. 올여름은 수박 한 덩이로 집수리의 소음을 전혀 소음으로 느끼지 않는 평안을 체험했고 덩달아 이웃 간에 따뜻함을 주고받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올여름은 잘 보낸 것 같다. 그 와중에 시간은 흘러 나도 이제 휠체어를 벗고 조금씩 걷고 있으니 신선한 초가을 바람이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
자료출처 : 2019. 9. 17. 조선일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