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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길

계룡산...고향같은 오성대 가는길

by 많은이용 2008. 2. 9.

다시 본 '숫용추의 비밀' , 계룡산...고향같은 오성대 가는길

 

▷코스 : 구룡관사→암용추→숫용추→머리봉→천황봉→쌀개봉 →칼릉→은선산장→오성대계곡→심우정사→남매탑 →학바위→천정골매표소

오랜만에 나홀로 산행을 준비하며 어디로 갈것인지 고민을 하다 계룡산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산행준비를 한다. 집을 출발하여 계룡대 구룡관사 앞에 주차를 시키고 08시 45분 초소를 통과하여 용동저수지 옆을 끼고 진행하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7,8분여 진행을 하여 용동교를 지나 무인초소에서 좌측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을 따라 진행을 한다.
엊그제 내린 비로 인하여 계곡의 수량은 그 어느때보다도 풍부하게 흐르고 아직은 풀잎에 맺힌 물방울이 마르지 않아 금새 바지가랑이를 적신다.

약간 올라서 암용추에 이른다. 몇번 다녀간 길이지만 오늘은 다른때와는 다르게 자못 용추의 모습이 웅장해 보인다. 몇 컷의 사진을 찍고 올라서 능선 오름길을 따르니 등로 한 켠으로 약수터의 모습이 보이고... 곧 바로 안부 사거리에 도착을 한다. 이곳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을 하면 천황봉을 오르는 등로가 되고 직진(정남향) 길을 따르면 잠시 내려서 골프장 길을 지나 숫용추에 이른게 될 것이다. 이곳부터 숫용추까지는 처음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기에 조심해서 진행을 해야 한다.


안부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헬기장을 통하여 천황봉에 이르고 직진(정남쪽) 방향으로 내려서면 골프장이 나올 것이다.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과 물을 마시고 내려선다. 6,7분여를 내려서니 케이블카 승강장 시설물이 나오고 이곳에서 또한 오른쪽으로 올라 천황�을 오르는 이정표가 보인다.

골프장을 끼고 왼쪽으로 비포장길을 따른다. 뜨거운 태양과 더운날씨로 인하여 숨이 콱콱 막히는 기분이다. 한가로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 그들 또한 뜨거운 태양은 홀로 산길을 걷는 나와 마찬가지로 느껴질 것이다. 비포장길을 따라 20여분 진행하니 숫용추 저수지 앞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작업장 중간을 지나 오른쪽으로 올라서니 숫용추 저수지가 보이고 계곡을 따라 올라선다. 시원한 물소리가 더운 기운을 벗기고 상큼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숫용추,,, 이곳은 계룡의 비경중에 비경이다. 현재는 일반인들이 출입하기에는 다소 껄끄러운 곳이고 공단에서도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기에 조심스런 곳이지만 폭포의 힘찬 모습은 그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않을 만큼 훌륭한 곳이다. 그러했기에 예전의 사람들도 폭포옆 바위에 글귀를 새기어 기념으로 남겼을 것이고... 숫용추를 지나 오른쪽으로 올라선후 암릉위에 비석이 세워진 곳을 통과하여 머리봉을 향한다. 이곳부터 머리봉까지는 꾸준한 오르막으로 더운날씨 만큼이나 짜증을 나게 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구간만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동안 올라서자 첫 조망지가 나온다. 앞으로 계룡대골프장이 넓게 펼쳐지고 멀리로 관암산에서 뻗어내린 대전시계 능선에 시루봉과 서문다리를 통과하여 만나는 조개봉이 희미하게 바라다 보이고 계룡대 안의 장구산이 조망된다. 잠깐의 휴식,,, 다시 20여분 진행하여 두번째 조망지를 만난다. 좀전에 지났던 조망지보다 더 넓게 펼쳐지는 풍경들... 멀리로 향적산 국사봉의 시설물이 아스라히 바라 보이고 금남정맥길을 이루며 지나는 계룡산 남부능선이 뚜렷히 조망된다. 땅에서 올라온 지열이 온 몸을 후끈후끈하게 달군다. 홀로 하는 산행은 여유로움이 있어서 언제나 좋다. 그 무엇에도 얽메이지 않음이 좋고 그저 발길이 닿는데로 가면 되니까.

땀줄기나 흘린 다음에 머리봉에 올라선다. 머리봉, 이곳은 계룡산이 한마리의 용으로 비유된다면 이곳은 머리부분에 해당되어 그런 지명을 얻었다는 일화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계룡산 중에서도 머리봉에서 천황봉 사이의 능선을 참 좋아한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최고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기는 하였지만 빵으로 간단히 점심을 떼우고 천황봉으로 향한다. 머리봉을 내려서면 곧 바로 만나는 문다래미. 큰 바위가 입마춤을 하는 형상을 한 모습이 정말 이체롭다. 문다래미 바위밑을 통과하면 만나는 범바위. 역시나 옆에서 바라본 모습은 한마리 호랑이를 닮았다.

천황봉에 올라서기 직전, KBS의 케이블카를 만나다. 이곳을 여러번 다녀봤어도 처음보는 시설물. 설치를 한지는 오래된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곳을 지나며 무인케이블카의 시설물이 오르내리는 곳을 보니 묘한 느낌이 든다. 천황봉 정상을 오르기 직전, 철조망 시설을 만나다. 이곳에서 등로는 철조망을 끼고 왼쪽으로 진행하여 마지막 부위에서 천단으로 올라서야 하나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이곳도 철조망으로 차단을 하여놨다.

계룡산 천황봉. 지금껏 이곳이 10여회 올랐지만 올때마다 느낌은 다른것 같다. 천단 아래에서 우연히 만나는 산 밖의 사람,,,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 한 컷. 그리고 주위의 조망을 한바퀴 돌아보고는 서둘러 진행을 서두른다. 천단 정상에서 북쪽으로 내러서 철다리를 따라 약간 진행하다 다리밑으로 내려서 쌀개봉으로 향한다. 정상적인 등로가 아니라 가시덩쿨과 잡풀이 무성하지만 언제나 그 길은 거기에 있다.

쌀개봉 아래의 통천문을 지나고 쌀개봉을 올라서 천단을 본다. 이곳 저곳 파헤쳐져 휘손된 천단을 볼때마다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 쌀개봉을 뒤로 하고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V자 협곡을 지나 한동안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동학사 계곡의 풍경들이 넓게 펼져진다.

칼릉, 이곳 또한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코스이다. 쌀개능선길을 버리고 칼능선으로 들어서 10여분 하산로를 지나 릿지코스를 지난다. 대부분 칼릉코스는 그런대로 진행할만 하지만 코스중에 한 곳이 좀 난해한 곳이 있다. 물론 지금은 로프가 설치되어 통과를 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직벽 바위면을 타고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직벽 낭떠러지는 오금을 절이게 할 정도다.

�대바위와 형제바위(정확한 이름을 몰라 이렇게 표현)를 지나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살았다가 지금은 죽어서 형체만 남은 소나무를 보면서 생명의 끈이 얼마나 질기고 질긴 것인가 다시한번 새삼스럽게 느낀다.

은선대피소 앞으로 내려서 계곡물에 세안을 하고 다시 갈길을 찾아 출발을 한다. 역시나 은선폭포에도 다른때에 비하여 수량이 풍부한 덕으로 여유롭게 폭포수의 물줄기를 즐기고 계곡 건너편으로 보이는 암릉 사이로 솟아난 소나무를 바라보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긴다. 속세에 얽메이지 않고 저런 곳에서 살아 갈수만 있다면 그 또한 즐거운 일이기는 할진대 어차피 세인이란 속세를 떠나서 살 수는 없는법,,, 그나마 가끔이라도 이렇게 산을 찾아 세월을 즐길수 있다면 그 또한 즐거움이 아니랴.

오성대 가는길... 그 길은 잊혀진 계룡산의 옛길이기도 하면서 아직도 예전의 그리움을 달래려는 산꾼들에겐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길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가끔씩 그 곳에 들르기도 하고. 오성대, 원래 그 어원은 다섯그루의 소나무 아래에 기도터가 있다하여 오송대라 불렀었다 하나 지금은 오성대라 명명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도 아직은 정확한 오성대의 기도터를 찾아 보지는 못했다. 항상 마음속으로만 그리며 고이고이 숨겨놓은 곳이기에...

계곡길을 따라 올라선다. 이 곳 또한 엊그제 내린 비로 인하여 수량이 풍부하다. 한동안 올라서 넓은 와폭을 지나고 계곡이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진행을 한다. 흐릿한 등로,,, 오랫동안 쌓였던 낙엽을 밟고 올라선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소년처럼. 주능선을 만나니 동학사에서 올라서는 등로와 만난다. 지금은 동학사에 계신 스님들이 공부에 방해가 되어 출입을 제한하고 있으나 예전에는 많이 오르내리던 길이었다. 돌탑이 있는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더위를 식힌다.

늦은 오후, 심우정사에 도착을 한다. 건너편으로 천황봉과 쌀개봉이 보이고 황적봉쪽으로 이어진 능선이 뱀처럼 누워 있다. 정말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것 같다. 이곳 심우정사에는 비구니스님 한 분만 생활하시기에 편한 옷차림으로 활동을 하시다가 이방인의 방해로 인하여 주섬주섬 단장을 하시지만 편하게 차려입은 스님의 모습에서 넉넉함이 배어 나온다. 잠시 들마루에 앉아 스님과 도란도란 대화가 오고가고... 스님의 법명은 법수(法秀)스님이라 하신다. 스님과 30여분 대화를 나누니, 그 스님 또한 나와 갑장이시어 더욱 정감이 간다. 공부 하시는데 방해가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심우정사를 떠나오기전 스님께서 두가지 부탁을 하신다. 하나는 조리용으로 사용하시는 엘피가스를 일년동안 5통을 사용하시는데 아직 3통밖에 큰절에서 올리지 못하셨다 하고,,, 또 하나는 동절기 난방으로 장작을 때는데 장작을 패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스님을 뒤로하고 암자를 떠나 오면서 무거운 짐을 한가득 담고 내려서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이 드는 것은... 스치는 인연으로, 우리 중생들은 인연을 엮어가고 스님은 그런 인연들을 한올한올 풀어가면서 깨달음의 경지에 다가서는 것이 아닐까. 심우정사를 떠나 상원암으로 향한다. 생각보다 등로상태는 양호하다. 사면길을 가로 질러 이어지는 계명정사 가는 길. 2,30여분 진행하자 상원암의 화장실이 나오고 곧 바로 텃밭위에 자리잡은 상원암이 눈에 들어온다.


남매탑을 지나고... 나무의자에 앉아 간식을 들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언제나 그러하듯 올라섰으면 반드시 내려서야 하는 것이 등산이듯이... 다른 모든 것들도 올라선후에는 반드시 내려서야 하는것이 인생의 이치가 아닐런지. 큰배재 길로 향하다 목책을 넘어 학바위 길로 빠진다. 지난번에 내려섰을때는 640봉을 지나고 중간쯤에서 기도터 방향으로 내려섰었는데, 오늘은 학바위까지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오래전 한번 다녀갔던 길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많이 회복이 된듯 하다.

학바위에 이르니 등로는 양쪽으로 내려서는 흐릿한 갈림길이 보이고 높이 자란 소나무로 인하여 학바위의 모습은 정확하게 볼 수가 없다. 이후부터는 더욱 흐릿해지는 등로. 잡풀을 헤치고 10여분여 진행하여 계곡을 건너니 천정골매표소에서 큰배재 오르는 등로와 만나고 곧 바로 매표소가 나온다.

오늘 하루종일 인적이 드문 등로만 다니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낮설은 느낌도 들고... 그렇게 다시 속세로 들어간다. 나 홀로의 산 길. 언제나 그 길에는 유유자적한 여유로움이 있기에 나는 가끔 홀로 산행을 즐긴다. 비록 교통이 불편하고 외로울때가 있기는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홀로 태어나 홀로 흙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잠시 차량을 회수하러 가는 길의 택시안에서 상념에 빠져본다.


                                                          대충산사사람들의 '강산에'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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