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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도종환

by 많은이용 2008. 9. 29.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 도종환
 

저녁 햇살 등에 지고 반짝이는 억새풀은
가을 들판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골목길의 가로등, 갈림길의 이정표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보기에 얼마나 좋습니까.
  
 
젊은 날의 어둡고 긴 방황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기 위한 길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그리움의 나날도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겁니다.
 
 
머물 수 없는 마음, 끝없이 다시 시작하고픈 갈증도
내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고 산그늘이 들판을 걸어 내려오는
저녁이면 또다시 막막해져 오는 우리들의 가슴은 아직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일지 모릅니다.
 
 
잎이 지는 저녁입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 도종환 시인의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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