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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무섭게 공부하는 선생님들

by 많은이용 2009. 8. 17.

무섭게 공부하는 선생님들

 

  • 2009년 8월 6일 오전 11시 서울 고려대학교 국제관 A반 교실. 외국인 강사와 학생 15명이 둥글게 앉아 '건강 관리법'에 대해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강사가 "요즘 어떤 운동을 하느냐"고 묻자 15명의 손이 일제히 올라갔다. "I started swimming from Tuesday. So tired(화요일부터 수영을 시작했는데 너무 피곤해요)." only deep breathing(숨쉬기 운동밖에 안 해요)."

    배우는 '학생' 자리에 앉아 있지만 원래 이들은 초등학교 '교사'들이다. 방학을 맞아 교사들이 대학 위탁 영어연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문법이나 발음이 완벽하진 않아도 열성만큼은 대단했다. 한 마디라도 더 영어로 말해볼 기회를 잡기 위해 강사와 눈을 맞추려 애썼고, 전자사전이나 휴대폰 사전을 쉴 새 없이 눌러가며 단어를 외웠다.

    고려대에서 진행 중인 이 프로그램은 방학 중 교사 영어연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악명'이 높다. 4주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120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방과후에도 과제를 한다. 수업이 끝난 뒤 학교로 출근하는 교사도 있다. 그런데도 270명 모집에 455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번에 참가한 교사 대부분은 치열한 경쟁 끝에 '재수' '3수'를 해서 뽑힌 경우다.

    2003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담당해온 원어민 강사는 "초기에는 '방학 중에 내가 왜 이렇게 힘든 공부를 해야 하냐'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너무 짧다'며 불평하는 교사가 많았는데, 올해 교사들의 열심은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이유가 뭘까. 서울 불암초 교사 박영란씨는 "학생들이 한 반에 서너명 빼고는 모두 영어학원을 다니고 발음도 좋아서 아이들에게 인정받으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고 했다. 진관초 김세나 교사는 "앞으로 교원평가제가 시행된다면 자기계발에 게으른 교사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다.

    교사가 바뀌면 공교육도 바뀐다. '더 좋은 선생님'이 되려 방학에도 공부하는 교사들에게서 한국 교육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  - 조선일보 최수현·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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