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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곳

옛 기차역의 화려한 변신, 곡성 기차마을

by 많은이용 2009. 8. 19.

                      옛 기차역의 화려한 변신

                            곡성 기차마을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수풀이 우거진 철로 옆 조용히 남겨진 역사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영업이 중지된 간이역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창고로, 살림집으로, 사무실로, 폐가로 그 용도가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깬 역이 생겼다.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에 위치한 옛 곡성역

새롭게 지어진 곡성역보다 더 많은 사람을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칙칙폭폭‘ 나이를 잊은 증기기관차의 질주

여름의 절정을 쏟아내고 있는 파란 하늘을 가르고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열차 소리의 대명사인

‘칙칙폭폭’ 소리가 선로에 함께 실려 온다.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약 10km 구간을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1960년대 실제 우리나라에서 운행됐던 모습 그대로다. 섬진강 기차마을’로 잘 알려진 옛 곡성역은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 열차가 지나가는 곳이었다. 전라선 복선화 사업에 의해 철로가

옮겨지면서 1999년 곡성역은 곡성읍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옛 곡성역은 60여 년의 임무를 끝으로 폐선된 철로와 함께 철거 위기에 놓였다. 그 때 옛 곡성역의 운명을

바꾼 것이 곡성군이다. 철도청으로부터 자산을 매입해 곡성~가정 구간에 증기기관차를 운영하는 등

관광화에 나선 것이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누이와 조카 등 10여 명의 가족과 섬진강 기차여행에 나선 김경선씨는 “몇 해 전에

곡성역을 찾았다가 증기기관차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이렇게 가족들과 다시 오게 됐다”며 흥겨움을 전했다.

순천시에서 온 정병덕(80)할머니는 “증기기관차는 처음 타 봐요. 신기하고 재미있고 좋네요”라며 열차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대도시와 연결되는 열차는 끊겼지만 곡성역은 ‘칙칙폭폭’ 소리와 함께 하루 평균 1500

이상의 승객이 찾는 인기역이 됐다.

 

 

기차가 지나갈 때보다 더 좋아졌어요

옛 곡성역이 위치한 곡성읍 오곡면 오지리 6구에는 40여 명의 주민이 산다. 일제시대 곡성역이 세워지면서

인근에 작은 마을이 생겨난 것이 유래다. 옛 곡성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윤석중(58)씨는 “지금

식당 건물이 일본인이 지은 양곡 창고예요. 바로 앞집은 일본인 사무실이었고요”라며 마을 소개를 한다.

“여수, 익산으로 기차가 갈 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졌죠”라며 “몇 년 전부터 증기기관차가 가정역까지

다니는데, 하루에도 몇 천 명씩 사람이 와요”라고 자랑한다. 근처 고달면에 사는 임채지, 정애님 부부는

“곡성역이 없어질 당시 고현석 곡성 군수가 잘 대처 했지. 철거될 뻔한 곡성역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라고 말한다.

 

옛 곡성역에 증기기관차가 다니면서 혜택을 보는 것은 오지리뿐만이 아니다. 열차가 머무는 가정역 인근에는

효 테마파크 ‘심청 이야기마을’이 들어섰다. 심청 이야기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 원홍장의 고향이 전남 곡성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섬진강, 17번 국도, 철로가 나란히 달리는 10km의 길을 따라 은어, 참게 등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섬진강 래프팅, 레일 바이크 등은 섬진강 기차마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다.

 

 

기차역의 어제, 오늘, 내일


기차여행을 시작할 때 곡성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차

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33년 지어진

옛 곡성역은 역사적 가치가

인정돼 2004년 근대문화유산

으로 지정됐다. 맞배지붕

멋스럽게 드러낸 역사와

수화물창고는 영화촬영 때문에

조금 손을 본 것 외에는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경성스캔들> 등의 촬영장으로

쓰여 역 주변에 1960년대를

재현한 세트장이 고스란히 남았다.

새롭게 지어진 곡성역은 옛

역사에서 약 7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큰 역은 아니지만

새마을호 왕복8, 무궁화호

왕복26회로 하루 총 34회 열차가

다녀 주민의 발이 돼주고 있다.

곡성역 김희수 역장은 “하루

평균 역 이용객은 250명 정도”

라며 “옛 곡성역을 찾기 위해

일부러 기차를 타고 오는 승객도

 꽤 된다”라고 말한다. 새롭게

역이 들어선 곡성읍은 옛 역사와

연계할 수 있는 문화 체험 코스를

계획 중에 있다.

 

곡성읍 선종철 읍장은 “곡성역에서 섬진강 기차마을까지 자전거 도로를 만들 생각”이라며 “현재 5일장을

주말에 서도록 해 곡성의 특산품을 더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역 주변 상점 간판은 깔끔하게 정비

됐고 길 위에는 전봇대가 사라졌다. 곡성역에서 섬진강 기차마을까지 걸어가는 길은 점점 더 예쁘게 변할

것이다. 섬진강 증기기관차의 뚜우뚜우 기적 소리가 울리는 마을. 곡성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실은

증기기관차는 오늘도 옛 곡성역을 출발해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섬진강을 따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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