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 희(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지난 27일, 급우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2명의 여중생이 투신자살한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잊혀질만하면 우리의 사랑스런 아이들이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곤 한다. 이러한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우리 사회 앞에 놓여 있다. 꽃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생명을 귀히 여기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방법을 더 이상 늦지 않도록 찾아봐야 한다. 이 슬프고 아픈 현실이 개인의 몫이나 가정의 책임으로만 돌아가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들이 과거 자신의 아동과 청소년 시기의 잔상으로 요즘 자녀와 청소년을 바라보고, 대처해서는 바른 해답을 찾기 어렵다. 얼마 전 초․중․고등학생 4,15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욕구조사’를 한 결과 응답학생의 63.8%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자살을 생각 하는 이유는 ‘잘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19.8%로 가장 많았고, ‘부모님 잔소리’가 18%, ‘학업성적이 부진할 때’가 14.3%, ‘장래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14% 순이었다. 하나같이 부모의 기대와 입시공부에 짓눌린 비명들이다. 초등학생들이 엄마를 마귀할멈이라 생각하고, 중고등 학생들은 부모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아이들을 보는 부모의 생각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부모들은 아이들의 호소를 무책임, 반항 등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 부정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부모와 아이의 간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 갈 수 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은 여유가 없다. 정해진 학교 수업과 학원 강의, 숙제, 공부로 이어지는 숨 가쁜 일정 속에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 대상은 게임과 인터넷, TV 등 언론매체가 아닐 까 싶다. 부모들은 “왜 공부하지 않니?”, “학원 빨리 가라” 등 일방적인 명령만 자녀에게 쏟아 붓는 것이 예사다. 필자는 가끔 학부모 대상 특강을 하곤 한다. 30여 년 동안 중등 교단에서 학생 지도를 해온 입장에서 요즘 학생들의 의식변화와 부모의 자녀교육법이 주요 내용이다. 가령 숙제도 안하고 학원도 가지 않는 자녀가 있다면 우리 부모들은 보통 어떻게 자녀에게 이야기 할까? “너 숙제 했냐? 숙제는 안하고 허구한 날 게임만하고, 학원도 안가고 넌 커서 뭐가 될래? 내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라는 말과 “숙제를 하지 않고 게임만 해서 엄마는 속상하구나, 곧 학원도 가야 하는데 숙제는 다했는지 엄마는 궁금하구나.” 라는 말 중 어떤 대화법을 사용하는 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전자의 방식은 부모들이 자녀와 대화를 할 때 흔히 사용하는 “너 전달법”으로 부모의 입장과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듣는 자녀의 입장에서는 수용성이 떨어지고 반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반면, 후자의 대화법은 “나 전달법”으로 자녀에게 부모의 사랑과 포근함, 친근감을 주고, 수용성을 느끼게 하는 장점이 있다. 부모는 주로 자녀에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받아들이는 자녀 입장에서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의 바람을 위해서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하게 된다. 부모와 자녀들은 각자 너무나 바쁜 일상 속에 서로간의 처지와 생각을 세세히 확인하기 쉽지 않다.
자녀와의 충분한 대화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짧은 대화의 시간도 부모의 입장이 아닌 자녀의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하고, 자녀의 학교생활과 갖고 있는 생각을 파악하는 데 더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수십 년 간 몸에 밴 “너 전달법”식의 대화방식이 하루아침에 변하기는 쉽지 않다. 끊임없는 자기 최면과 노력, 연습만이 자녀와의 대화방식이 “나 전달법”으로 바뀌는 지름길이다. ‘부모가 바뀌면 자녀도 바뀐다.’는 진리를 믿고 오늘부터라도 자녀의 입장에서 대화하는 부모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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