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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

고향길/윤중호

by 많은이용 2010. 2. 16.

   고향길


글: 윤중호

산딸기가 무리져 익어가는 곳을 알고 있다.
찔레 새순을 먹던 산길과
삘기가 지천에 깔린 들길과
장마 진 뒤에, 아침 햇살처럼,
은피라미떼가 거슬러 오르던 물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알고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넘실넘실 춤추는 꽃상여 타고 가시던길,
뒷구리 가는 길, 할아버지 무덤가로 가는 길
한철이 아저씨가 먼저 돌아간 부인을 지게에 싣고,
타박타박 아무도 모르게 밤길을 되짚어 걸어간 길
웃말 지나 왜골 퉁정골 지나 당재 너머
순한 바람 되어 헉헉대며 오르는 길,
그 길을 따라
송송송송 하얀 들꽃 무리 한 움큼씩 자라는 길,
그 길을 따라
수줍은 담배꽃 빨갛게 달아오르는 길
우리 모두 돌아갈 길

그 길이 참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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