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교사들은 이렇게 우수한데
서울 주요 대학 사범대의 C교수는 요즘 외국 학자들의 문의를 받기 바쁘다. 요지는 "한국 교육 경쟁력의 비결은 무엇인가" "한국에선 우수한 교사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이달 초에는 미국 남가주대학(USC) 교수들이 한국 교육을 배우기 위해 이 학교를 찾아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몇 차례 언급한 이후 해외에선 '한국 교육 배우기' 붐이 일고 있다. 정작 우리가 '공교육 붕괴, 사교육 팽창'을 걱정하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지난 14일자 뉴욕타임스 칼럼 '교사에게 더 많은 봉급을(Pay Teachers More)'에서도 "한국 교사들은 최상위 집단에서 임용되며 사회적으로 매우 존경받고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썼다.
지난해 말 발표된 '맥킨지 보고서'는 한국 교사들을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교사 집단으로 소개했다. '교육 3대 강국(强國)'인 싱가포르·핀란드·한국의 교사를 비교하면서 싱가포르는 상위 30%의 인력 풀에서 교사가 임용되고, 핀란드는 상위 20%, 한국은 상위 5%의 인재들이 교단에 선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초·중등 교사의 47%는 대입 성적(SAT) 하위 3분의 1에 속한다. 따라서 한국 교육시스템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우수한 교사집단'이라고 했다.사실 국내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높은 학생 수준은 잘 알려져 있다. 각 대학의 입시 성적 상위권 학과는 '○○교육학과'가 차지한다. 그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지난해 서울지역 중등교사 평균경쟁률은 53대1이었다―교단에 서는 것이니, 한국 사회에서 교사의 수준에 대해서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최고의 인재가 우리 아들·딸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밖으로 비치는 한국 교육의 모습과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학교 교육의 차는 너무 크다.
연간 20조원으로 추정되는 사교육비, 학교를 외면하고 학원으로 몰려가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 한국의 교육 현실이다.
3년마다 발표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을 차지해도 학부모들은 "그게 학교가 한 일이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
학교 교육이 외면받은 데는 교사들 책임이 클 것이다. 학원 강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가르치는 동안, 교사들은 현실에 안주(安住)했다는 것이다. "학원에서 다 배웠지?"라고 수업시간에 말하는 교사, 가르치지도 않은 내용을 시험에 내는 교사, 학생 입시상담을 포기한 교사들이 아직도 교단에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한국 교육에 대한 외부의 호평은 사교육이 이룬 것을 공교육이 대신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공교육을 향한 이런 불편한 시선을 선생님들이 계속 받을 이유는 없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가 못 돼서 학원 강사가 된다. 우리가 그들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상위 5% 인재집단'인 학교 선생님들이 이제 실력을 보여줄 때다.
▲ 조선일보 안석배 사회정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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