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 산책 : 樂 (즐길 락)

<한자와 함께하는 김덕영의 이야기 산책> 樂 (즐길 락)

즐길 락(樂)은 가야금 등의 현악기를 나무 받침위에 올려놓고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본 뜬 것으로 ‘풍류 악’으로도 풀이한다. 배뱅이굿으로 유명한 이은관 명창이 97세의 고령 에도 한밤중까지 우리 가락을 오선지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는데 하늘이 부여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확신하며 즐기는 듯 보였다. 모름지기 인생은 즐겨야 한다. 백만장자가 아름다운 해변에 갔는데 젊은이가 야자나무 에 걸린 해먹 속에서 빈둥거리는 걸 보고 “일을 하지 않으니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더니 젊은이는 “돈벌면 뭐하나유?” 물었다. “좋은 집, 자가용도 사고 세계 방방곡곡의 휴양지에 가서 즐길 수 있는 거야”하니 “아, 내가 지금 당신이 말하는 바로 그것을 하고 있잖아유” 반문했다던가? 카르페 디엠(carpe diem :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은 라틴어로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는 뜻인데, 오늘을 즐기라는 말로 많이 사용된다. 영화 ‘죽은 시인 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외치면서 유명해진 용어로, 미래(대학입시, 좋은 직장)를 위해 현재의 삶(학창시절)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지 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확실하며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논어에서는 ‘알기만 하는 사람(知之者 : 무엇을 아는 초보 단계에 있는 사람)은 좋아하 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好之者)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樂之者)만 못하다’ 고 한다. 누구보다도 지혜가 뛰어났다는 솔로몬왕은 ‘나는 희락(喜樂)을 칭찬하노니, 사람 이 해 아래서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맹자(孟子)는 삼락(三樂)을 말했다. “양친이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 하는 것이다. 군자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나 천하를 통일해 왕이 되는 것은 여기에 들 어 있지 않다.” 첫 번째 즐거움은 하늘이 내려 준 것이고 두 번째는 하늘과 땅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강조한 것으로, 스스로의 인격 수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세 번째는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즐거움으로, 즐거움을 혼자만 영위할 것이 아니라 남 과 공유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특히 군자삼락의 세 번째는 교육과 함께, 즐거움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인데 예로부터 여민동락(與民同樂 : 백성과 더불어 한가지로 즐거워함)을 통치의 기본으로 삼고 ‘여민 락’이라는 음악을 만들어 즐기곤 했다. 미국 교육정책 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에 따르면 미국의 교육은 재능(Competence), 성품(Character), 헌신(Commitment) 등의 3C를 축으로, 헌신의 습관을 들이기 위해 사회 봉사활동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사회에서도 골프대회의 우승자가 상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남을 돕는 것도 즐거움이다. 환과고독(鰥寡孤獨 : 홀아비와 홀어미, 어려서 부모 없는 사람과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은 곤궁한 사람의 대명사인데, 사회봉사가 몸에 배인 분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돕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 말한다. 고통은 나누면 반감 (半減)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倍加)된다고 하지 않던가. 공자(孔子)의 어법(語法)을 흉내낸다면 獨樂不如 與樂(독락불여 여락 : 홀로 즐김은 더불어 즐김만 못하고), 與樂不如 授樂(여락불여 수락 : 더불어 즐김은 나누는 즐거움만 못하다) 정도가 될까? 아울러 樂은 ‘좋아할 요’의 뜻으로 풀이하는데 공자는 세 가지 좋아함을 꼽았다. “유익한 세 가지 좋아함은(益者三樂 익자삼요) 예악이 절도에 맞는 것을 좋아하고(節禮樂 절예악), 남의 선을 말하기를 좋아하며(道人之善 도인지선) 어진 벗을 많이 가지기를 좋아하는 (多賢友 다현우) 것이다.” 반대로 우리를 망가뜨리는 좋아함도 있다. “해로운 세 가지 좋아함은(損者三樂 손자삼요) 교만방탕의 즐거움을 좋아하고(驕樂 교락) 편안히 노는 즐거움을 좋아하며(逸樂 일락) 잔치 베푸는 즐거움을 좋아함(宴樂 연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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