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가장 싫어하는 음악은?
포털사이트에 ‘직장인이 가장 싫어하는 음악’이라고 검색해 봅시다. 가장 먼저 뜨는 결과는 무엇일까요? 의외로 ‘개그콘서트(개콘) 클로징 음악’이 정답입니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려는 프로그램의 음악이 왜 싫다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음악이 들린다는 것은 주말이 끝났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내일부터 또 일상의 격무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우울할 수 밖에요.
개그콘서트 클로징 음악은 스티비 원더의 ‘파트타임 러버(part-time lover)’를 1970∼1980년대 유행한 록밴드 풍으로 편곡한 곡입니다. 1999년 ‘개콘’ 1회부터 지금까지 쭉 이 음악이 클로징을 맡고 있지요. 원곡은 스티비 원더의 목소리와 경쾌한 비트의 드럼이 이끌어가는 곡이지만, ‘개콘’에선 기타와 키보드 연주가 강조된 정통 록 스타일입니다. 연주는 이 프로그램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이태선 밴드가 합니다. 편곡도 밴드 마스터 이태선씨가 직접 했다. 이씨는 1980년 가수 홍서범씨와 함께 ‘옥슨80’이라는 밴드를 결성해 ‘불놀이야’라는 노래로 데뷔한 35년차 뮤지션입니다. 그가 이끄는 이태선 밴드는 개콘 1회부터 이 프로그램의 음악을 담당해 프로그램의 흥을 돋궈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코미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끝나는 것도 신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고른 곡”이라며 “원곡은 비트가 있는데, 록으로 편곡하면 클로징이라는 느낌도 주면서 신나는 분위기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개콘’ 시청자 게시판에는 “신나게 웃다가도 클로징 음악을 들으면 ‘급우울’해진다”, “길거리 걷다가 ‘개콘’ 클로징 음악을 들었는데 일요일 밤의 우울한 기분이 떠올랐다”는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사실 ‘개콘’이 오히려 우울한 기분을 불러온다는 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개그콘서트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입니다. 삼성서울병원도 삼성 공식블로그에서 “‘개콘’이 끝나면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고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개그콘서트 증후군’을 월요병의 사례로 꼽은 적이 있습니다.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인데 오히려 우울증을 불러온다는 것이 아이러니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개그콘서트가 오랫동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사랑받은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머릿 속에 “일요일밤=개그콘서트”라는 공식이 확실하게 각인된 탓에, 자연스럽게 일요일 밤의 우울한 기분이 개그콘서트에 투영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공연 등 문화행사가 토요일에 집중되고 일요일 저녁에 즐길거리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도 ‘개콘’이 일요일 저녁의 우울한 분위기를 대표하게 된 한 원인으로 볼 수 있지요. 프로그램의 인기가 많아도 이래저래 곤란한(?) 일도 있나 봅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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