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위
- 유치환 -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노(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 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 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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