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 55명과의 인연, 편지로 깊어졌죠"
[편지集 낸 최정호 前 연세대 교수]
故 박완서·이규태 등이 써 보낸 150통 편지, 사진과 함께 담아
"한국인, 편지 소홀히해 안타까워… 사라져가는 서찰문화 살리고파"
최정호(84) 전(前) 연세대 교수는 1989년 4월 뉴욕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수필가 김향안. 화가 김환기의 아내다.
"1950년대 말 김환기 선생 부부는 파리에서 막 돌아와 영등포에 사셨어요. 나는 당시 신문기자였는데 두 분을 찾아뵈어 인연을 맺었죠. 김환기 선생이 내가 몸담고 있던 신문에 기고를 했는데 그 원고를 내가 간직하고 있었어요. 선생 작고 후 나온 수상집에는 신문사에서 손봐 줄인 글이 들어가 있길래 김향안 여사께 원본 원고를 드렸더니 주신 감사 편지입니다."
이런 사연이 있는 이 엽서가 최 교수가 최근 출간한 책 '편지'(열화당)에 실렸다. 평생 받은 수많은 편지 중 이미 작고한 55명의 편지 150통의 내용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스코필드 박사, 미술사학자 김원용, 소설가 박완서, 일본 동화작가 사노 요코, 이규태 전 조선일보 논설고문, 이한빈 전 부총리 등 각 분야 다양한 명사들이다.
미술사학자 김원용은 1982년 연하장에 닭과 개를 그리고선 '계명견폐(鷄鳴犬吠) 일가태안(一家泰安)'이라 적었다. 닭 울고 개 짖으니 한 집안이 태평 안락하다는 뜻. 김원용 자신이 개띠, 최 교수가 닭띠임을 빗댄 것이다. "김원용 선생은 격정적인 멋쟁이였지요. 국립중앙박물관장 시절에도 청바지 입고 출근하곤 했죠. 글로 미처 소화하지 못한 감정을 문인화를 그려 풀었어요."

'항상 가까이만 있을 것 같은 너를 상상하지도 못한 기만리(幾萬里) 밖의 내 공상 속에 생각하며 편지를 쓴다는 것이 이상스럽기만 하다. (…) 나는 너의 방이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 뭣하고 밥을 먹나, 여가를 어떻게 지내는가, 그곳 여자들 이야기 같은 것이 알고 싶구나.'
편지란 '인연'의 결과물인 동시에 '기록 문학'의 한 장르. 최 교수는 "작가들 전집에 서한집이 한두 권씩 포함돼 있는 유럽과는 달리 편지를 보관하지 않고 소홀히 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
"퇴계와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은 편지를 통해 이루어졌어요. 상소라는 것도 임금에게 올린 편지 아니에요? 조선시대 빛나는 전통인 서찰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어 이를 되살려보려고 편지를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소설가 모리 오가이가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집이 한 권에 30만원 정도에 팔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편지가 너무 홀대받는 것 같아요."
자료 출처 : 조선일보 2017. 9. 15. 보도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5/20170915000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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