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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유학년제 원조 "시행 40년… 아직도 학교격차가 고민"

by 많은이용 2017. 11. 23.

자유학년제 원조

"시행 40년… 아직도 학교격차가 고민"


                                                                                             조선일보   김연주 기자

  

[브루턴 아일랜드 교육기술부 장관 인터뷰]

"학교별 프로그램 격차 줄이려면 교사·교장 치밀하게 계획 세워야"
자유학년 경험 학생, 성적 더 좋아

작년부터 전국 3210개 중학교 1학년들(일부 2학년)은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 시험을 치지 않고, 직업 체험, 예술, 과학 실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자유학기제'를 경험하고 있다. 시범 운영 3년 만에 전체 중학교에 적용되더니, 또 2년 만에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나는 등 초고속으로 성장한 정책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교육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실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학교별 격차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유학기제의 원조는 1974년 도입된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다. 처음 20년간 시범운영하다, 주류정책이 된지 20여년이 됐을 정도로 천천히, 꾸준히 확대됐다. 21일 '6차 아셈(ASEM) 교육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처드 브루턴(Bruton) 아일랜드 교육기술부 장관은 "우리처럼 40년이 넘은 전환학년제도 학교별로 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질 높은 교사와 교장이 얼마나 치밀하게 프로그램 계획을 세우는지가 핵심 성공 요소"라고 말했다.

◇도입 43년… 75% 참여

아일랜드 중학교는 5년 과정이다. 전환학년제는 중학교 3년 과정을 마치고 바로 4학년으로 진입하는 대신 1년간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여유를 주는 제도다. 현재 700개 중학교 중 75%가 운영하고 있다. 브루튼 장관은 "전환학년 프로그램은 개별 학교가 지역 사회와 협력해 프로그램을 짜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면서 "아이들이 전환학년 동안 가치 있는 경험을 하기 위해선, 능력 있는 교사와 교장이 매우 치밀하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학교에선 아이들이 미니 회사를 창업해 재무·판매까지 모든 것을 경험한다. 이를 위해선 학교 밖에 도와줄 파트너가 있어야 하고, 프로그램에 적합한 평가 방법도 개발해야 한다. 전환학년 때는 국가시험은 없는 대신, 학생들은 자기 경험을 리포트로 쓰거나, 결과물을 내 학교별 평가를 받는다.

브루턴 장관은 "학교가 지역사회, 학부모, 지역 기업 등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프로그램을 짜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별로 얻어가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예산을 지원하고, 담당교사 연수를 끊임없이 실시할 뿐 아니라, 매년 감독관을 각 학교에 파견해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는지 살핀다. 감독관은 조사 내용을 리포트로 만들어 부모들도 볼 수 있게 공개한다. 브루턴 장관은 "학교별 실적을 공개하면 학교장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압력을 넣는 효과가 있다"면서 "학교·지역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하지만, 정부가 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험 학생, 수능 성적 높아

한국의 자유학기제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전환학년제 역시 '별일 안 하고 노는 해(doss year)'로 불리는 등 부정적 의견도 있다. 브루턴 장관은 "일부 부정적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히 예산을 투입하고 프로그램 질을 높인 덕분에 전반적으로는 매우 인기 있고,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아일랜드 전국중등학생연합이 전환학년을 경험한 1323명 학생을 설문했더니, 80%가 전환학년제 경험이 가치 있었다고 답했다. 전환학년을 경험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 생보다 우리 수능과 비슷한 학력고사 점수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브루턴 장관은 "전환학년 때 학생들은 주입식·암기 교육에서 벗어나서 특이한 언어를 배우거나 창업을 하는 등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는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숙할 수 있다"면서 "이런 교육 방식은 디지털 사회로 바뀐 시대적 흐름과도 딱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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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조선일보 2017. 11. 23. 게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3/20171123001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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