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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생활

외출과 약속 건수가 그 사람의 건강 수명이다

by 많은이용 2019. 4. 2.

외출과 약속 건수가 그 사람의 건강 수명이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만남 없이 혼자 외출하는 사람, 집에서 전화로 수다 떠는 사람…

둘 중엔 '방콕 교류파'가 조금 나아

외출과 교류 다 하면 2배 건강… 노동〉자원봉사〉취미〉경로당 順
남자는 교류, 여자는 외출 늘려야

                
은퇴 후에 매일 집을 나가 어딘가를 혼자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만남이나 모임이 없어도 혼자 외출하는 경우다. 등산을 가든가 산책을 다닌다. 반면 밖에는 나가지 않고, 집에서 전화로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 외출 없이 식구 아닌 사람들과 꾸준히 교제하는 경우다. 그렇다면 앞의 '무(無)교류 외출파'와 뒤의 '방콕 교류파' 둘 중 누가 더 건강할까? 교류 없는 외출, 외출 없는 교류, 어느 게 더 인생 후반기 건강에 나쁘냐 하는 문제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노인학 연구소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도시에 사는 65세 이상 고령자 2427명을 대상으로 외출 건수와 사회적 교류 정도를 조사했다. 매일 한 번 이상 집 밖을 나서면 외출파로 분류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같이 사는 식구 아닌 친구·지인과 전화나 만남을 통해 대화를 나누면 교류파로 삼았다. 그러고는 그 정도에 따라 4년 후 이들의 일상생활 행동 능력을 비교 조사했다. 평소 방식대로 살아가게 해놓고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를 살펴보는 조사 방식을 썼다.

그 결과, 매일 외출하고 매주 교류도 하는 사람(A그룹). 약속이나 모임 없이 주로 혼자 돌아다니는 외출파(B그룹), 밖에는 나가지 않고 집에서 지인들과 교제하는 교류파(C그룹)가 비슷하게 분포했다. 드물게는 아무것도 안 하는 고립파도 있었다. 4년 후 신체 활력과 자립도를 짐작하는 일상생활 행동 능력을 보니, 외출과 교류 둘 다 하는 그룹 A가 가장 좋았다. 홀로 외출파와 방콕 교류파를 놓고 봤을 때는 홀로족이 A그룹보다 행동 능력 감소 폭이 두 배 컸다. 교류족은 1.6배 정도였다. 작은 차이지만, 교류파가 홀로파보다 그나마 낫다는 의미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외출과 교류, 다 하는 쪽이었다.

그 안에서 재미난 특징이 나타났다. 홀로 외출파는 대개 남자였고, 방콕 교류파는 대부분 여자였다. 즉 남자는 외로이 등산을 다니고, 여자는 집에 머물며 수다를 떤다는 얘기다. 따라서 남성은 나이 들어 타인과 교류·교제에 더 힘써야 하고, 여성은 바깥 출입 횟수를 늘려야 더 나은 건강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령자에게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이끄는 요인을 강력한 순서대로 매긴 연구를 보면, 노동이 최고로 높다. 외출과 교류 효과와 같은 맥락이다. 그다음이 자원봉사이고, 이어서 자기 계발이나 취미·학습 활동, 친구 만남, 집 주변 동네 사람 만나기, 경로당 다니기, 의원 같은 곳에서 물리치료 받기 순이다. 사회 참여 강도가 클수록 몸을 튼튼하게 만든다.

60~80세 고령자 건강 상태에는 일정한 패턴이 보이는데, 10명 중 2명은 활동이 왕성하고 활기 있다. 노익장에 해당한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60%는 그 나이대에 맞는 평균 몸 상태를 보인다. 그래도 돌아다니는 시니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10%는 혼자서 자립 생활하기 힘들어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하고, 맨 아래 10%는 요양원에 있거나 거의 집에만 있다. 누워 있는 노인에 해당한다.

일을 하거나 직업이 있는 사람은 활기 왕성한 20% 쪽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건강하니까 근로를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상호작용이어서 일을 하니 건강한 측면이 크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자를 추적 관찰한 일본 연구에서, 정년퇴직하고 쉬던 사람은 퇴직하고도 전업이건 부업이건 일 나가는 동년배보다 건강이 나빠졌다. 퇴직 후 첫 2년 후에는 인지 기능 감소 등 정신 건강이 영향을 받고, 4년 후에는 일상생활 행동 능력이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일이 우선'인 사회 분위기를 살아온 남자들에게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지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회사를 다니거나 자영업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는 약속과 모임 10건 중 8~9건이 일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 은퇴하거나 일을 접으면 외출 이유와 교류 목적이 사라진 생활로 들어서게 된다. 인생 후반기로 갈수록 소속된 단체나 정 기 친교 모임, 종교 활동, 봉사 건수가 늘수록 신체와 정신 건강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다만 체력과 재정 수준을 넘어서는 활동은 되레 건강을 흔들고 노년을 지치게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사회적 교류는 소금이다. 적당한 선에서 가미하면 음식의 맛과 풍미를 올리듯, 삶을 윤기 내고 생활을 활기차게 한다. 외출과 약속 건수가 그 사람의 건강 수명이다.


 자료출처 : 2019. 4. 2. 조선일보 게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1/20190401032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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