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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삶

코로나19와 부활절

by 많은이용 2020. 4. 13.

코로나19와 부활절

장종현 백석대 총장

 

그렇다. 인간을 파멸시키기 위해 온 우주가 무장할 필요는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0.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의 바이러스가 찬란한 인간 문명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 이념의 대학을 세운 목회자로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신앙의 견지에서 해석해보고 싶다. 예수님 당시 사람들은 그리스도가 왕이 되어 자신들을 통치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고 삶은 안정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기대와 환호에 응답하지 않고 묵묵히 골고다 언덕에 올라 십자가를 지셨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이 그렇게 죽음으로써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죄의 문제’를 해결하셨다는 것은 우리가 성경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그대로다.

과학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독교인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19의 재앙은 인간의 죄에서 비롯됐다고 믿는다. 이 창조된 세계를 보존하지 못하고 병들게 만든 인간의 탐욕을 말한다. 인간이 과학기술로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오만이었다.


코로나19는 그런 인간의 탐욕과 오만에 ‘경고’를 던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이제 그 자연의 앙갚음 앞에 보잘 것없는 존재임을 실감하고 있다.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워 온 선진국들은 홀로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해의 부활절(12일)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는 한없이 겸손해져야 할 때다. 나 자신과 우리 인간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고 나를 넘어, 우리 가족을 넘어 이웃을 돌아보는 희생과 봉사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나를 넘어 공동체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평범한 일상이 이제는 특별한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감염병은 더 이상 없어야겠지만 ‘작은 일에 새삼 감사하게 된 것’은 참 소중한 일이다.

 

자료출처 : 2020. 4. 13. 동아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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