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최진석 지음/북루덴스)
* 30쪽
한시적인 정권은 영속적인 국권에 봉사해야 한다. 진영에 갇히면 정권만 보이고 국가는 안 보일 수도 있다. 각자의 진영에 갇혀 국가의 이익을 소홀히 하는 일이 길어질 때 항상 독립이 손상되었다. 그 후과는 참혹하다. 지금 한가한 때가
아니다. 경제 이익으로 안보 이익이 흔들리면 안 된다. 안보가 독립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슬프고 둔감한 우리여!
작은 이익이나 진영의 이념을 벗고, 한 층만 더 올라 나라를 보자.
* 38쪽
남북한의 진정한 평화는 정감을 앞세워서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가 간의 평화는 매우 전략적인 주제다.
좀 더 이성적이고 과학적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평화도 있고 통일도 있다.
* 94쪽
대한민국은 신생 독립국으로 출발해서 국제 원조로 연명하다가 지금은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가 되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국가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 치욕의 역사로 보려 하는가?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가? 이런 성취를 이룬 선배들에게 굴욕감을 주면서까지 얻으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축적이 없는 성취는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축적 과정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최소한 자기감이 들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슬픈 백성들이었다. 서로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지 말자.
* 109쪽
자기 확신에 빠진 사람은 비이성적이며, 감각이나 감성을 믿고, 과거 지향적이며, 소유한 것일 지키려 하고, 이념으로
현실을 지배하려 하고,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거나 봐야 하는 대로 본다. 지적인 사람은 이성적이며, 논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소유한 것을 바탕으로 해서 그다음으로 넘어가려 하고, 현실에서 이념을 생산하려 하고,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보려 한다.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거나 봐야 하는 대로 보는 사람은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에게 항상 진다.
* 113쪽
북한을 민족 이익을 수호하는 국가로 보는 인식을 토대로 하여 우리가 형성한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종북굴중혐미반일(從北屈中嫌美反日)’이다. 북한을 추종하여 무조건 이해하고 편을 들며, 중국에 굽신거리고, 미국을
미워하며, 일본을 반대한다. 문제는 추종하여 이해하고 편을 들어주지만, 북한은 계속 위협하고 조롱하며 업신여긴다는 점이다. 뒷골목도 아니고 국가 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어떤 위협과 조롱에도 말 한마디 못 하고, 오히려 선의로 해석하려고 몸이 달았다. 세계 외교사 어디를 봐도 국가 사이에 이런 관계를 형성해서 자존을 지키거나 생존을 담보하거나 실익을 얻었던 예는 없을 것이다. 자존과 생존과 국가적 실익을 포기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더 중요한 어떤 몽환적 주제가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태도가 정권에는 의미가 있는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인 나는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는다.
* 115쪽
지금 이 나라는 자기 확신에 갇힌 몽환적 통치 때문에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이나 영공에 중국과 러시아 비행기가 멋대로 들락거리고, 일본은 경제를 통해 한국 흔들기에 나섰고(미국이 뒤에서 함께 벌인 일일 수도 있다),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 어투까지 흉내 내면서 방위비 증액 등으로 압박을 하고, 한미동맹은 이혼
직전의 부부처럼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협박과 위협과 조롱에 거침이 없다. 대한민국을 어떤 자신감에 의한 것인지 몰라도 진정한 우방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아무나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호가 선동이나 결기에 머문 주장이 아닐 수 있을까? ‘종북굴중혐미반일’의 구도를 유지하면서 ‘아무나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
비책은 무엇인가? 일본과 실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문으로 ‘평화 경제’만 이루어진다면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할 때,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망연자실할 뿐이다. 모든 경제 지표가 다 악화 일로인데, 대통령은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고 한다. 몽환적 자기 확신에 빠져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거나 봐야 하는 대로 보기 때문이다,. 보이는 대로 볼 수 있어야 가능한, 정확한 현실 인식이 취약한 것 같다.
* 136쪽
우리는 왜 과거에 갇히는가? 실력이 과거를 어루만지는 것 이상을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에 갇히면
망하고, 미래로 나아가면 흥한다. 과거에 갇힌 사람이나 사회는 멈춰 서고, 미래를 여는 사람들은 그냥 앞으로 나아간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과거가 제대로 정리되지 아나하고 어떻게 미래가 열릴 수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평생을 과거만 정리하다가 보낼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사실은 미래를 열 생각도 없다.
* 152쪽
각성되지 않은 정의감은 각성된 불의보다 잔인하다. 각성되지 않은 사명감은 각성된 게으름보다 무모하다.
* 189쪽
이전 정권의 낙하산을 내치고 새 낙하산으로 채우는 것이 혁명일 수는 없다. 낙하산을 꽂아야만 하던 틀 자체를 없애는 것이 혁명이다. 낙하산 꽂은 행위 자체를 안 하는 것이 혁명이다.
* 212쪽
지금 이 시대에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나 의식에 ‘적중’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공 기억에 갇혀 자신과 국가의 시제를 미래화하지 못하고 과거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숙과 격조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부끄러움과 염치를 상실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우려의 제일 앞에 대통령이 맹목적 지지자들과 함께 콘크리트처럼 굳건하게 서 있다. 자신이 자신에게 갇힌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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