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품은 작은 바위섬…간월암의 밤은 낮보다 눈부시다
한국경제신문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달이 친구되는 간월암
'산은 산이요, 물은 물'
성철 스님 수행한 암자
개심사 '봄날의 노래'
4월 화사한 벚꽃 가득
해탈문 초입엔 외나무다리
'천년미소' 서산마애불
백제 불상의 진면목 경험
꾸밈없는 미소에 환해지네
‘달을 보다’는 뜻을 지닌 간월암은 특히 일몰풍경이 매혹적이다.
간월암은 서산방조제 공사로 들어가기가 수월해졌지만 이전에는 스님들이 스스로를 가두고 수행 정진하던 절해고도(絶海孤島)와도 같은 곳이었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창건했을 때 이름은 ‘무학사’였다. 이후 쇄락한 이곳을 만공선사(1871~1946)가 새로 중창하면서 간월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간월암은 아담하다. 법당인 관음전을 비롯해 산신각과 용왕각, 범종각까지 전부 한눈에 들어온다. 절 앞마당에는 석탑 대신 만공선사가 심었다는 사철나무가 있다. 관음전을 등지고 서면 고요한 서해가 앞마당인 양 펼쳐지고, 멀리 고깃배 몇 척이 한가롭게 떠 있다. 드러난 갯벌에서 삼삼오오 봄 바다를 즐기는 여행객의 웃음소리가 낭랑하다.
간월암은 낮보다 낙조가 시작될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 간월암을 배경으로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고 마침내 장엄하게 사그라드는 모습은 잊지 못할 감동을 준다. 간월암에서 나와 왼쪽을 보면 긴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가 있다. 어둠이 내리면 방파제와 등대에 조명이 들어와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마음이 열리는 절’인 개심사는 봄이 오면 화사한 벚꽃이 눈부시게 핀다. /서산시청 제공 간월암과 함께 서산에서 유명한 사찰은 개심사(開心寺)다. 마음이 열리는 절인 개심사는 가는 길도 이국적이다. 개심사로 향하는 647번 지방도는 운산면 목장지대를 관통한다. 운산면의 목장은 1960년대 후반 김종필 전 총리가 조성했다. 정식 명칭은 농협 가축개량사업소인데, 4월께는 능선을 따라 벚꽃이 가득 핀다.
솔숲을 짚어 가면 돌계단 끝에 절집이 보인다. 해탈문에 들어가기 전에 만나는 외나무다리는 개심사가 유명해지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반듯한 직사각형 연못을 가로질러 큰 통나무 기둥을 길게 반 갈라 떡하니 걸쳐 놓았다.
개심사에는 외나무다리 말고 눈길 끄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굽어 있고 배가 불룩하며 위아래의 굵기가 다르다. 매끈하지 않고 참 못생겼다. 나무를 전혀 손질하지 않고 원래 모습대로 갖다 쓴 때문이다. 대웅전만 빼고 해탈문, 범종각, 심검당 등 대부분이 그렇다. 특히 범종각 지붕을 받치고 선 네 개의 기둥도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개심사의 못난이 기둥들은 왠지 뭉클한 감동을 준다. 못난 중생도 ‘부처의 집’을 짊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이 못생긴 기둥들에서 느꼈기 때문이리라.
개심사에 갔다면 해미읍성을 들러도 좋다. 개심사에서 가깝다.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현존하는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읍성이다. 구한말 수많은 순교자가 끌려와 처형된 순교지이기도 하다.
서산마애불
사찰 여행지 서산에서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은 운산면 용현리 강댕이골에 있는 서산마애불(서산마애삼존불)이다. 후미진 강댕이골에 백제 시대 불교 미술의 정수가 새겨져 있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중국의 불교문화가 태안반도를 통해 유입됐는데 강댕이골이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서산 마애불의 등장으로 우리는 비로소 백제 불상의 진면목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만큼 서산마애불은 역사적으로도 미술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바위에 새겨진 여래입상은 볼이 터질 듯한 큰 얼굴에 은행 알과 같은 눈과 둥글고 긴 눈썹, 얕고 넓은 코를 하고 있다. 특히 볼에 가득 퍼진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미소가 꾸밈없이 밝고 너그러워서 흔히 ‘백제의 미소’라고 불린다. 거기엔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권위나 위엄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오늘날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을 백제인의 따뜻한 모습만이 살아 있다.
자료출처 : 한국경제신문 2022. 3. 2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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