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글: 박광록
가을이 오면
그렇게 시무룩이 앉아있지만 말고
노래를 불러 봐요
부르고 불러도 흥이 나지 않으면
후다닥 떨쳐 일어나
밤나무 숲속으로 달려가서
반들반들 낯익은 알밤이라도
한 움큼 주워보구려
그래도 재미가 없으면
억새꽃 흐드러진 언덕배기에 올라
구굴대는 산비둘기들과 숨바꼭질도 해보고
뾰쪽한 나뭇가지 끝에
아슬히 졸고 있는 고추잠자리라도
깜짝 놀래켜 깨워 보셔요
돌아오는 오솔길에
들국화 한 가지 꺾어들고
국향(菊香)에 취한 듯
아스라한 옛 추억 떠올리며
콧노래 흥얼거려 보셔요
그리고
하늘 뒤덮은 가창오리 떼 군무(群舞)에 맞춰
함께 춤을 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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