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변에서 넉넉하게 즐기는 빈티지풍 시간여행
위 치 :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일원 논산시 남부에 위치한 강경은 금강 하류의 조수가 밀려드는 곳으로 예전에는 갈대밭 으로 뒤덮인 자그마한 강변 갯마을이었다. 그러나 주변에 평야가 발달, 곡창지대를 이루게 됐으며 서해로 통하는 금강이 흘러 강경포구는 천혜적인 내륙항이 될 수 있었고 수운기지 또는 수산항으로 오래 전부터 명성을 떨쳤다. 조선 중기 무렵부터는 제주도에서 미역과 고구마, 좁쌀 등을 실은 배들이 강경포구 까지 드나들었고 중국의 무역선들이 비단, 소금을 싣고 들어와 교역을 했다. 그 뒤 객주가 등장하면서 강경은 수산물 시장으로 번성했으나 일제강점기로 들어와서는 수탈기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강경은 경술국치의 해(1910) 이전부터 일본인들에게 상권이 넘어가는 비운을 맛보기 시작했다. 1899년 한 일본인은 강경에 와서 해산물 도매상, 잡화상을 개설했고 1905년에는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와서 학교를 세우는 등 농업과 상업 부문을 장악해갔다. 이같은 역사가 있었기에 강경읍내에는 근대문화유산인 등록문화재들이 많이 남아 있게 됐다.
강경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 강경읍사무소 등에서 출발, 강경읍내의 등록문화재 탐방 여행에 나선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게 되는 곳은 강경여중고 맞은편에 자리한 강경중앙초등학교의 강당(강경읍 중앙리 155, 등록문화재 제60호)이다. 콘크리트 기단 위에 붉은 벽돌을 쌓아올린 이 건물은 1937년 6월에 건축됐다. 좌우 대칭감이 정확하면서 단아한 느낌을 주는 건물 외관에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함인 듯 창문을 많이 냈다. 강당 건물 앞에는 오석에 개교 1백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그대 영원하라! 우리 그리움과 함께’라는 제목의 기념비 본문에는 이런 구절이 새겨져 보는이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채운산 옥녀봉 슬하에서 태어나 / 금강 중류의 품에서 자라 / 황산벌 기상으로 한 세기를 / 동방의 등불과 전 지구촌으로 뻗어나간 / 우리 놀뫼의 씨앗 / 강경의 중앙 / 이제 한 세기를 품어왔던 꿈의 나래를 피리니…’ 강경중앙초등학교 맞은편으로는 강경여중고가 있고 바로 그 위편에 강경정보 산업고가 자리를 잡았다. 그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서 왼편을 보면 구 강경공립 상업학교 관사(강경읍 남교리 1, 등록문화재 제322호)가 눈에 들어온다. 1931년 12월에 건축된 것으로 지상 1층의 붉은 벽돌 건물이며 그동안 강경상고 교장 관사로 쓰였다고 한다. 급경사 지붕이나 창문 등을 통해서 일본풍의 건축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다시 중앙리로 발길을 돌리면 주택가 안에 들어선 구 남일당한약방(강경읍 중앙리 88-1, 등록문화재 제10호) 앞에 발길이 머문다. 한식 목조 건물로 1923년에 건축 되었고 지상 2층 규모이다. 구조는 비록 한식이나 1층의 차양지붕, 지붕 장식재, 변화된 툇마루 등에서 일본풍이 보이는 특이한 건축물로 대접받고 있다. 1920년 대에 촬영된 강경시장 전경사진 속의 건물들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건물이라고 한다.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강경읍 서창리 51-1, 등록문화재 제324호)은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강경읍이 얼마나 번성했던 곳인지를 잘 드러내주는 건축물이다. 1905 년에 붉은 벽돌을 이용, 르네상스풍으로 지어졌다. 한국전쟁 때 지붕이 파괴되기도 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건물은 한일은행 강경지점, 동일은행 강경지점, 조흥은행 강경지점, 충청은행, 사유건물(중앙도서관), 젓갈창고 등으로 쓰이다가 최근 논산시에서 매입, 문화재로 보존 중이다. 바로 곁에는 몇 개 버스 노선의 공용 종점이 있고 공중화장실도 잘 만들어져 있다.
구 강경노동조합(강경읍 염천리 20, 등록문화재 제323호)은 젓갈판매점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은 1925년에 지어졌으며 본래 한식 목구조의 2층짜리였으나 지금은 1층만이 남아있다. 서해에서 잡힌 수산물은 내륙항인 강경포구로 들어와서 전국으로 유통되었기 때문에 1920년대 당시 강경노동조합의 규모와 세력은 대단했다고 한다. 강경 지역 근대 시기 상권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건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경읍내 전경을 내려다보기 좋은 곳은 옥녀봉이고 그 초입에 강경북옥감리교회 (강경읍 북옥리 96, 등록문화재 제42호)가 세월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건물 앞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면 ‘한옥교회는 기독교의 토착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건축 양식으로 매우 독특한 건축 구조와 평면성을 보여준다. …한옥교회의 현존 사례가 극히 드문 현실을 감안하면 이 건물의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라고 적혀 있다. 즉 이 건물은 한옥으로 지어진 교회의 전형을 보여주는 동시에 출입문이 두 개인 점 등 남녀의 공간을 구분한 칸막이 교회, 강단쪽의 고주를 한 개 생략해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교회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교회 문고리 위에 관리를 담당하는 목회자의 연락처가 적혀 있으므로 안내를 받아서 건축물의 실내까지 두루두루 살펴보면 좋다.
한편 북옥감리교회에서 좁은 찻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옥녀봉으로 오를 수 있다. 옥녀봉(일명 강경산)에서는 강경읍내, 금강과 강경포구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정상에는 봉수대가 복원됐다. 이곳의 봉수대는 전북 익산 광두원산의 봉수를 받아 황화산성, 노성봉수로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강경읍내의 등록문화재를 찾아가는 답사여행은 빈티지 출사여행으로 이어진다. 중앙초등학교 뒤편 중앙리에서 북옥리의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도로 양편에 흘러간 시대의 자화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직선거리로 따지면 고작 1km 내외에 불과하나 평지 골목길을 샅샅이 누비자면 넉넉히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가로세로 길이 갈리는 지점마다 길의 이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잘 세워져 있다. 양조장길, 아래장터길, 윗장터길, 양지뜸길, 우체국길, 홍교길 등등. 동행자끼리 함께 가서 각자 흩어져 세월 구경을 겸한 디카 촬영을 즐긴다 해도 중앙초등학교나 강경읍사무소로 다시 모이면 된다.
급수탑(연산면 청동리 127-74, 등록문화재 제48호)이다. 연산역 역무원은 높이 16.2m의 연산역 급수탑 역사에 대해 ‘호남선의 개통과 함께 증기기관차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1911년 12월에 설치되어 1970년대까지 약 60여년 간 사용되었다’고 설명한다. 급수탑 옆의 우물은 급수탑 급수용으로 축조된 것이다. 연산역에서는 철도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관사와 역무원이 주고받는 수신호를 해보는 ‘전호체험’, 기관사 체험, 승차권 구입 체험, 선로전환기 견학, 급수탑 견학, 기찻길걷기(레일버터플라이), KTX포토존 기념 촬영, KTX 통과 모습 관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등록문화재 여행을 자친 다음에는 금강변에 가서 황산포구 등대도 만나보고 강경 젓갈전시관도 방문해본다. 또는 관촉사, 개태사, 쌍계사, 견훤왕릉, 계백장군묘소 등의 문화유적들을 답사해도 좋다. 내륙의 강변에 등대가 있다는 것이 다소 놀랍다. 황산포구 등대는 1915년 4월에 세워졌다. 금강 하류에서 서해의 어물을 싣고 들어오던 어선과 군산-강경-공주를 잇는 여객선, 맞은편 세도나루에서 나룻배를 타고 건너오던 장사꾼들의 야간 운항을 도와주었다. 또 홍수 수위도 알려주는 기능까지 맡았다. 그러나 1987년 황산대교가 생겨나고 도선사업이 중단되면서 등대는 철거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강경포구의 번성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와 새로운 도약을 위해 2008년 5월 복원됐다. 황산포구 등대의 높이는 11.4m이다.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논산시청 www.nonsan.go.kr ○ 문의전화 논산시청 관광과 041)730-3224 강경읍사무소 041)730-4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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