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바닷가 입맛 돋우는 주꾸미의 유혹 지인과 함께 걷는 동백꽃 터널
4월이 되면서 산바람도 바닷바람도 한결 싱그럽다.
저 먼 바다를 건너오는 바람엔 상큼 짭짤한 봄의 맛이 실려있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충남 서천의 서해바닷가. 살이 통통하게 오른 주꾸미가 제철을 만났다. 주꾸미의 오동통한 숏다리를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안 가득 군침이 돈다. 그뿐인가. 주꾸미가 물이 오른 이맘때면, 500년된 동백나무 80여그루도 겨우내 거센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반짝이는 잎들 사이로 새빨간 꽃송이를 올망졸망 피워낸다.
# 환상의 갯벌드라이브와 소나무 삼림욕
봄의 서천은 갯벌에서부터 시작된다.
리아스식 해안인 서천 앞바다는 갯벌과
모래사장, 송림 3박자가 어울어져 아름
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매월 축제가 열
릴 만큼 모든 게 풍족한 서천은 동백꽃
과 주꾸미가 먼저 봄을 알리고 뒤이어
광어, 도미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지금
은 동백꽃과 주꾸미가 한창 물이 올랐
다.
서천으로 들어와 금강하구둑을 기점
으로 68번 국도를 타면 활어회단지를
지나 장항제련소까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이어진다. 5월 모래찜질로 유명한 장항송림산림욕장은 모래사장
에 차가 진입해도 빠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백사장 끝에 수 만그루의 소나무가 우거져 시원한 바다 조망과
함께 가슴이 터진다.
백사장에서 알싸한 바닷바람을 맞으면 온몸의 묵은 때가 단번에 씻겨내리는 듯하다. 소나무숲 사이로 탐방로
가 꾸며져 손잡고 걷기에도 그만이다. 617번 국도를 타고 마량리 방향으로 향하면 해안선이 불쑥불쑥 나오고
갯벌이 이어진다. 송석리, 선도리, 월하성은 갯벌체험장으로 이름난 갯벌체험장이다.
각종 오리류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아직 이동하지 않은 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줄달음을 치거나 날아오른다.
장포삼거리를 지나면 '서해안 미식기행 1번지'로 떠오른 홍원항과 마량포구, 일몰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동백정,
동백나무숲으로 이어진다.
#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 처연한 아름다움
봄에 서천에 가서 미량리 동백정 동백나무 숲을 보지 않으면 땅을 치고 후회한다. 탁 트인 바다를 끼고 있어
산책하듯 둘러보면 봄에 취하게 된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숲은 사철 푸르름을
자랑한다. 12월부터 개화하는 다른 동백과는 달리 한겨울 찬바람을 뒤집어 쓰고 3~4월에 고운 자태를 뽐내며
피어난다.
마량의 수군첨사가 꽃 뭉치를 증식시키면 마을에 웃음꽃이 핀다는 꿈을 꾸고 바닷가에 나가보니 꿈에 봤던 꽃이
떠다니기에 그걸 가져다 심었더니 동백꽃이었다는 전설이 있다. 마량리 동백은 거센 바닷바람 때문에 키가 크지
않은 대신 옆으로 퍼져 나무 한 그루가 숲을 이루고 방풍림 역할을 한다.
잘생긴 정원수를 방불케 하는 동백나무에서 꽃들이 '툭'하고 송이 채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은 다른 꽃
들처럼 초라하거나 볼품없지 않다. 오히려 눈물방울처럼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다. 땅 위에서 또 한 번 붉게 피어
난 동백꽃이 환상의 꽃길 터널을 만들어 놓는다.
정상에는 동백정이 세워져 있고, 일대를 둘러볼 수 있어 전망 포인트로 제격이다. 지금은 동백정이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직접 올라가볼 수는 없지만, 언덕에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동백정 언덕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는 오력도와 함께 그 앞을 오가는 고깃배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해가 수평선과 입맞춤을
하기 전 동백정 앞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들면 솔바람이 흐르는 동백정 앞을 찾은 이들의 마음도 동백꽃처럼 붉게
물든다.
# 씹을수록 입안 가득 퍼지는 봄의 맛
동백꽃이 한참 피어날 무렵 서천에는 주꾸미가 제철이다. 머리에 든 알이 밥알처럼 톡톡 불거져 씹을수록 쫄깃
하고 고소하다. 다리 여덟 개로 팔완목(八腕目)과에 속하는 주꾸미, 문어, 낙지와는 사촌간이다. 하지만 주꾸미
는 낙지보다 몸집이 더 작고 다리도 짧다. 특히 다리의 길이는 몸통의 두 배 정도 밖에는 안된다.
쭈깨미, 쭉지미, 쭈껭이 등 포구마다 부르는 이름도 제 각각이다. 가을부터 조금씩 나오지만 산란기를 앞둔 3~4월이 제철이고 이때가 맛도 가장 뛰어나다. 5월 이후엔 깊은 바다로 이동해 잡히는 양도 적고, 살이 질겨져 맛도 떨어진다. 봄철 주꾸미가 스테미너식으로 대접받는 것은 문어나 낙지에 비해 다리 힘이 세기 때문이다.
문어나 낙지는 물 밖으로 나오면 몸통을 가누지 못해 흐느적거리지만 주꾸미는 다르다. 막 잡은 주꾸미를 물 밖에 던져 놓으면 꼿꼿이 다리를 세워 벌떡 일어서 존재감을 나타낸다. 물론 금방 쓰러지지만 주꾸미의 그 힘을 어민들은 가장 좋아한다.
대도시에서는 주꾸미를 주로 양념숯불구이로 내놓고, 산지 포구에선 산 채로 요리하는 전골과 샤브샤브가 인기
다. 선도의 차이 때문이다. 뱃사람들은 참기름이나 초장에 찍어먹는 산주꾸미를 최고로 친다. 물론 요즘 시중에
서도 산지 직송으로 싱싱한 주꾸미를 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
이맘때는 알이 가득 들어찬 특별한 주꾸미를 맛볼수도 있다. 알은 흔히 머리라고 부르는 몸통에 들어 있다.
알의 생김이 잘 익은 밥알과 비슷해 '주꾸미 쌀밥'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몸통을 잘라 통째로 입에 넣어 씹으면
마치 잘 찐 고두밥을 먹는 듯 고소하다.
주꾸미의 또 다른 맛은 먹물. 방어 수단으로 내뿜는 무기이지만, 숙취 해소와 피로회복에 효험이 있다. 주꾸미
샤브샤브 국물에 먹물을 터뜨려 끓여 먹는 라면의 맛은 유명 레스토랑의 먹물 스파게티가 부럽지 않다. 주꾸미는
서해안 전체가 어장이라고 보면 된다.
유독 홍원항이 서해안 주꾸미 일번지로 통하는 것은 이곳 앞바다에는 주꾸미가 좋아하는 개펄과 모래가 반쯤
섞여 있어 적당한데다, 집산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10년 넘도록 해 온 축제가 홍원항을 일약
최고의 명산지로 탈바꿈 시켜 놓았다.
보통 1kg에 소비자가격이 2만원선을 오르내리는 주꾸미는 식당에서 샤브샤브든 볶음이든 3만~5만원 정도 한다. 홍원항과 동백정 인근 식당에 가면 온 동네가 주꾸미 냄새로 가득하다. 주꾸미는 쌉싸래하면서도 달착지근한 서천의 명주인 소곡주와 잘 어울린다. 샤브샤브를 하거나 볶을 때 표고버섯을 곁들이면 더 좋다. 물론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김경희기자
- 서천 8경 -
[1경] 마량동백나무숲 - 500년 동백의 고혹적인 자태
서천 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 169호로 지정된 5백여년 수령의 동백나무 85주가 울창한 숲을 이루
고 있다. 이곳에 가면 3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푸른 잎 사이에 수줍
은 듯 피어있는 붉은 동백꽃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 있는 동백정에 올라가면 서해의 푸른 바다와 낙조의 아름다움
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오력도의 풍경과 어울린 바다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2경] 금강하구철새도래지 - 철새들의 낙원
한대지방과 열대지방의 사이에 위치한 반도국가라는 지리적인 특성
으로 해마다 다양한 철새들이 번식을 하거나 월동을 하기 위해서
한반도를 방문한다. 그 가운데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가 서천의 금강
하구다.
금강하구는 봄과 가을에는 서해안 갯벌을 지나는 다양한 도요·물떼새
들의 중간기착지로 활용되며 여름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월동을
하고 번식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다양한 여름철새들이 방문한다.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날아온 수십만 마리의
희귀종 겨울철새들의 군무가 날아들어 장관을 이룬다.
[3경] 한산모시관 - 1500년 조상의 슬기가 한자리에
한산모시관은 백제시대부터 1500년의 역사를 지닌 한산세모시의 정교
한 직조기술을 전승, 보전하고 모시옷의 멋과 아름다움을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1993년 개관했다. 전수교육관내 전시실에는 모시의
역사를 전해 주는 고증 서적과 베틀, 모시길쌈 도구, 모시 제품 등이
전시돼 있고, 전통공방에서는 모시풀 재배에서 태모시 만들기, 모시
삼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등 공정을 볼 수 있다.
[4경] 신성리갈대밭 - 10만평 금빛 하늘거림
신성리 갈대밭이 유명하게 된 것은 영화 'JSA'를 촬영 하면서부터다.
폭 200m에 1km가 넘는 갈대밭이 무려 10만여평에 이르러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여름철 무성한 잎새를 지나온 시원한 강바람은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하고, 가을에 익어가는 갈대의 무게에서 넉넉함을 맛볼 수 있다.
갈대밭 사이로 미로 같은 산책로가 나있고 산책로 곳곳에는 나무다리,
벤치, 장승, 솟대 등이 설치돼있다
[5경] 춘장대해수욕장 - 1.5도 경사 은빛 모래의 즐거움
푸른 파도와 은빛 모래가 어우러지고, 해질녘이면 바다로 잦아드는
노을에 취할 수 있는 곳. 해송 숲으로 둘러싸인 춘장대해수욕장은
1.5도의 완만한 경사와 맑고 잔잔한 수면이 특징이다.
서해안 일대에서는 보기 드물게 자연 경관이 수려하여 인근의 부사
방조제와 홍원항, 마량리동백나무숲과 어울려 가족단위나 기업체
등의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6경] 문헌서원 - 고려말 대학자의 숨결이 그대로
서천군 기산면 영모리의 문헌서원은 고려 말의 대학자인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을 기리기 위해 지은 서원이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
1610년 한산 고촌이란 곳에 옮겨져 복원됐다. 1871년 철거됐다가
1969년에 지방 유림들의 노력으로 현재 위치에 다시 지어졌다.
이종학·이자·이개 선생을 포함한 5명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내부
에는 유림들의 학문 토론 장소였던 진수당과 제구를 보관하는 전사청,
이색의 영정이 봉안된 목은영당 등이 있다.
[7경] 희리산자연휴양림 - 소나무 숲속 예쁜 오두막집
희리산 자연휴양림은 1998년 개장한 해송 천연림이다. 143만㎡의
면적에 1일 최대 1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입구에 인공으로 만든
저수지가 있고, 이를 바라보기 좋은 위치에 팔각정이 있다.
산 전체가 해송으로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가 하면,
숲속의 집과 해송림, 저수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경관이 매우 아름
답다.
[8경] 천방산 풍광 - 다정하고 부드러운 서천의 명산
서천의 곡창지대인 드넓은 들녘과 멀리 반짝이는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봄에는 산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푸른숲의 향기에 취할 수 있으며, 가을 단풍 또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서천의 명산 천방산이다.
천방산은 서천군 판교면과 문산면, 시초면 등 3개면이 걸쳐 있을 만큼
산자락이 넓지만, 산세는 거칠지 않으며 부드럽고도 다정함을 느낄 수
있다.
서천 여행메모
【축제】
● 동백꽃주꾸미축제 : 3월 말~4월 초, 동백정 일원 ● 자연산광어·도미축제 : 매년 5월 중순, 마량포구 ● 한산모시문화제 : 6월 중순, 한산면 한산모시관 일원, ● 홍원항전어축제 : 9월 중순, 홍원항 일원,
【문화유산】
비인5층석탑(보물 224호, 비인면 성북리), 마량리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169호, 서면 마량리), 서천읍성
(문화재자료132호, 서천읍군사리) 월남 이상재선생 생가(도기념물 84호, 한산면 종지리) 이하복 가옥
(중요민속자료 197호, 기산면 신사리), 봉서사(전통사찰 26호, 한산면 호암리), 서천향교(시도기념물 130호,
서천읍 군사리), 문헌서원(충남문화재자료 125호, 기산면 영모리)
【관광 문의】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 041)950-4226 www.seocheon.go.kr/html/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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