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여수는 2012년 5월 12일부터 3개월 동안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항구도시다. 여수는
동백꽃의 고향 오동도를 비롯해 때 묻지 않은 거문도와 백도 등 다도해를 수놓은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
해돋이로 유명한 향일암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자랑한다. 뿐만이 아니다. 여수는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하고
인심이 넉넉해 해물한정식 등 음식문화가 발달한 전라도 밥상을 대표한다. 갖추지 않아도 멋이 있고 차리지
않아도 맛이 있는 '여수 10미(味) 10경(景)’를 찾아간다. 글|박강섭 여행작가
옛날에 여수로 시집온 며느리들은 막걸리식초 만드는 방법부터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애써 만든 막걸리식초를
신줏단지 모시듯 했다. 행여 식초 맛이 변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시어머니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수의 며느리들이 막걸리식초를 정성껏 관리한 이유는 바로 서대회를 무치기 위해서였다.
서대(서대기)는 몸이 혀처럼 납작하고 어두운 갈색 바탕에 얼룩점이 있는 생선이다. 여수사람들은 '참서대가
엎드려 있던 뻘을 먹어도 맛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서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제사상에 올리는 단골 메뉴로도
유명하다. 가자미와 비슷한 서대는 가죽신 바닥과 모양이 비슷해 '혜대어’, 소의 혀처럼 생겼다고 해서
'우설접’이라고도 불렸다. 서대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 다른 생선과 달리 계절을
타지 않아 사철 맛이 좋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도 서대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한여름 대표 별미 '서대회’
여수사람들은 참서대를 국으로도 끓여 먹고, 꼬들꼬들 말려서 두고두고 구워먹기도 한다. 하지만, 회를 쳐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참서대는 6~10월이 제철로, 특히 갖은 양념을 넣어 버무린 서대회 무침은 한여름을 대표
하는 별미. 서대회는 무채, 미나리 등 싱싱한 야채를 넣고 막걸리식초로 버무려야 제맛이 난다. 막걸리식초를
넣으면 서대회가 새콤, 달콤, 매콤해질 뿐만 아니라 날이 무더워도 금세 상하지 않는다.
야채의 숨이 살아 있는 막 무친 서대회 무침을 사발에 담아 참기름을 조금 넣고 밥과 함께 비벼 먹는 서대회
비빔밥도 별미. 참서대의 쫄깃한 살과 아삭거리는 싱싱한 야채가 함께 씹힌다. 지금도 여수사람들은 서대회
얘기만 들어도 절로 침을 삼킬 만큼 서대회를 좋아하고 그 맛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서대회와 곁들여 먹는 생선 중에 금풍생이(금풍쉥이)가 있다. 돔의 일종으로 군평선이가 표준말이지만 금풍생
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금풍생이는 생김새가 우락부락하지만 여수에서는 굴비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너무 맛있어서 남편에게는 주지 않고 숨겨두었다 샛서방한테만 먹인다고 해서 우스갯소리로
'샛서방고기’로 부르기도 한다. 내장과 머리를 발라내지 않고 금풍생이를 통째로 바짝 구워 먹어야 맛있다.
여수항 여객터미널 정문 앞의 구백식당(061-662-0900)은 전남도가 지정한 별미집으로 주인인 손춘심 할머니가
26년째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구백식당의 막걸리식초 만드는 법은 손춘심 할머니만의 비결. 서대회와 곁들여
먹으면 좋은 금풍생이도 구백식당의 별미로 값이 저렴하다.
쫄깃쫄깃 담백한 맛 일품 '갯장어'
서대회와 함께 여름철 강장식품으로 각광을 받는 갯장어(하모)는 맛이 쫄깃쫄깃하고 담백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갯장어는 비타민 A가 일반 어류에 비해 100배 정도 많고, 불포화 지방산 EPA 및 DHA 성분은
동맥경화를 방지하고 혈전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갯장어는 그물이 아니라 주낙으로 야간에 잡는다. 옛날에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던 비싼 생선이었으나
1990년대부터 한국인들도 먹기 시작했다. 팔팔 끓는 육수에 10초 정도 담갔다 건진 다음 간장 소스나 쌈장에
찍어먹는 데침회(하모유비끼)가 맛있다. 이때 상추, 깻잎, 양파 등에 싸서 먹으면 기름진 맛이 가셔져 훨씬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갯장어 데침회를 먹고 난 다음 그 육수에 죽을 쑤어 식사를 대신한다.
대개 데침회용 육수는 갯장어의 뼈를 고아 만든 다음 인삼, 대추, 생강, 양파, 무, 단호박, 새송이버섯 등을
넣어 팔팔 끓인다. 여기에 굵은 부추와 팽이버섯까지 넣어 살짝 익힌 갯장어를 건져 야채나 양파로 싸서 먹는
것이 비결.
갯장어 원조마을은 국동항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만나는 경도로 전문식당 6곳이 영업 중이다.
돌산대교 아래에 위치한 당머리선창가횟집(061-642-0811)은 갯장어 데침회 전문 음식점.
40~50가지 바다생물 푸짐 '해물한정식’
해물한정식도 여수 여행 중에는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 해안도시의 한정식이라 각종 활어회에 산낙지, 전복,
멍게, 해삼, 개불 등 40~50가지의 바다생물 요리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푸짐하다. 어죽, 차가운 음식,
따뜻한 음식 순으로 차려지고 마지막에 밥과 국, 찌개 등이 나온다.
문수동의 파도소리(061-655-3057)는 해물한정식 전문 음식점으로 맛도 좋지만 음식을 담아내는 정갈한 접시와
화려한 듯 소박한 데코레이션이 군침을 돋운다. 한여름에는 농어회가 맛있다. 4인 기준 한 상에 8만 원으로 값도
저렴한 편.
게장백반도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 게장은 4~5월과 10~11월에 잡은 싱싱한 게를, 끓인 양념간장에 넣어
발효시킨 음식으로 밥도둑으로 불릴 만큼 맛있다. 교동 중앙극장 뒤편의 원앙식당(061-664-5567)은 돌게로
만든 간장게장과 꽃게로 조리한 양념게장이 맛있다.
갓김치는 돌산도의 특산물로 먹을 때 코끝이 짜릿하고 익혀 먹으면 시큼한 맛이 인상적이다. 갓은 겨자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쌍떡잎식물로 매운 맛이 강하다. 여수시내나 돌산도의 식당들에선 갓김치가 사철 기본
반찬으로 나온다. 직접 담가 익혀 내는 음식점들이 많아 숙성 정도와 양념 맛이 조금씩 다른 갓김치를 맛볼
수 있다. 이밖에도 여수에는 생선회, 장어구이, 굴구이, 해물탕 등 여수 10미로 선정된 향토음식들이 미각을
유혹한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 '사도'등 10경 즐겨
여수의 별미를 고루 맛봤다면 '여수의 10경’을 감상할 차례. 진남관, 오동도, 향일암, 돌산대교, 백도, 거문도
등대, 사도, 영취산 진달래,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자만 갯벌 등이 10경에 명단을 올렸다. 진남관은
전라좌수영의 객사로 우리나라 단층 목조건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국보 제304호로 정면 15칸에 측면
5칸으로 14m 높이의 기둥 68개가 지붕을 떠받치고 있어 웅장한 느낌을 준다.
섬 모양이 오동잎을 닮은 오동도는 768m의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된 섬. 울창한 동백숲길, 음악분수 등 다양한
볼거리로 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자산공원에서 보는 오동도의 일출은 한 폭의 그림. 돌산도의
향일암은 전국의 4대 관음기도처 중의 하나였으나 안타깝게도 최근 화재로 소실됐다. 향일암에서 맞는 남해의
일출이 감동적이다.
돌산대교는 여수반도와 돌산도를 이어주는 450m 길이의 교량.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인 돌산도는
해안일주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야간에 돌산공원에 오르면 시시각각 변하는 돌산대교의 화려한
조명을 감상할 수 있다. 여수항에서 뱃길로 114.7㎞ 떨어진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수월산의 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거문도등대는 1905년 4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
거문항에서 유람선을 타면 40분만에 닿는 백도는 망망대해에 점점이 뿌려진 39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무인도.
국가명승지 제7호로 상륙이 금지돼 유람선 관광만 가능하다.
화정면 낭도리에 위치한 사도는 천연기념물 제434호인 공룡 화석지와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공룡 화석지는 사도 외에도 인근의 낭도, 추도, 목도, 적금도 등에서도 발견된다. 화석의 수는 3,600여 점.
추도에는 국내 최대 길이인 84m 길이의 공룡 보행열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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