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구산(충북 증평 657m)
◈ 코스: 좌구산휴양림 → 방고개 → 제1쉼터 → 좌구산 → 제2쉼터 → 좌구산휴양림(4시간 39분)
10:50 어제 설을 쇠고 오늘은 설 다음 휴일이다. 설 음식 준비하랴 손님 치루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 있을 아내와 함께 기분전환도 할 겸, 증평에 있는 좌구산으로 산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우선 좌구산은 청주에서 가까워 접근하기가 쉽고, 한남금북정맥에 속한 산 가운데에서 가장 높기는 하지만 산세가 부드러워 짧은 시간에 산행을 마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느지막이 청주를 떠났다. 청원군 내수읍에서 511번 지방도와 540번 지방도를 이용해 초정을 거쳐 남차리를 향해 달렸다. 초정은 탄산온천으로 유명한데 온천장 앞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다. 어제 명절을 보내고 피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온천욕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증평군 남차리에서 우회전을 했다. 예전에 없던 거대한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현판에 '座龜山第一門'이라고 쓰여 있다. 율리저수지를 지나 율리 마을에서 직진하여 부점촌 마을을 지났다. 좌구산자연휴양림으로 올라가는 길은 차가 한 대만 지날 수 있었는데, 눈을 치우기는 했지만 미끄러워 4륜으로 운행을 했다.
11:26 좌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도착해 보니 서너 대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주차장 한쪽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했다. 방고개로 가야 하는데 길을 몰라 일단 관리사무소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휴양림 안내판에 방고개로 가는 길이 그렇게 나 있었기 때문이다. 좌구산자연휴양림은 증평군에서 대대적으로 만들었는데,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제대로 운영이 될지 의문이 갔다. 그래서 그런지 도로 왼쪽에 천문대를 만든다는 플랑카트가 걸려 있다. 볼거리를 제공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관리사무소는 썰렁했다. 하긴 설 다음날 휴양림에 올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 산골에. 도로는 관리사무소를 휘감아 돌아가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보니 왼쪽에 휴양림 건물들이 보이고 길은 끊어졌다. 그 길은 휴양림 건물까지 연결된 도로였다. 휴양림 건물 뒤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저리로 가는 건가? 그런데 휴양림 오른쪽으로 널찍한 길이 나 있다. 구미가 당긴다. 이쪽으로 한 번 가볼까?
▲ 좌구산휴양림 주차장에서 바라본 좌구산 주능선 [11:26]
▲ 좌구산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1:31]
▲ 좌구산 자연휴양림 표지석 [11:32]
▲ 휴양림 관리사무소로 올라가는 길 [11:33]
▲ 관리사무소 앞에 있는 멧돼지에 올라 앉아 [11:40]
▲ 좌구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11:40]
▲ 관리사무소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 [11:42]
▲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휴양림 건물들 [11:44]
11:46 휴양림 건물 오른쪽으로 눈에 덮인 길이 보인다. 방고개로 이어지는 임도는 아니지만 산행을 하기에 적당한 것 같아 그리로 올라붙었다. 길 위에 발자국이 없는 것을 보면 우리가 처음 걷는 모양이다. 넓은 길은 곧 끝이 나고 좁은 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잡목을 잘라 임도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아 걷는데 지장이 많다. 길 흔적은 뚜렷하지만 사람이 다니는 길은 아닌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나마 있던 길이 끊어졌다. 할 수 없이 길을 개척하면서 사면으로 올라갔다.
다시 옛날 임도 같은 길에 들어섰다. 베어 놓은 잡목들 때문에 걷는데 애로가 많다. 왼쪽으로 휘어져 내려가는 임도를 따라 걷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로 들어섰다. 아내가 영화 '러브 스토리'에 나오는 제니퍼의 흉내를 낸다. 눈을 무척 좋아하는 아내는 소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인 모양이다. 어 그런데 다시 길이 없어졌다. 지형을 보아 능선이 바로 위인 것 같아 사면을 치고 올라갔다. 잠시 후, 예상했던 대로 번듯한 능선 길이 나타났다.
▲ 휴양림 오른쪽으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산행 시작 [11:48]
▲ 큰 짐승과 작은 짐승이 함께 간 발자국 [11:55]
▲ 길이 없어져 개척을 하고 있는 모습 [12:13]
▲ 잘라진 나무가 흩어져 있는 임도 [12:24]
12:40 마침내 능선에 올랐다. 애타게 그리던 표지기가 많이 달려 있는 것을 보면 한남금북정맥 길이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쯤 되나? 방고개에서 오른쪽으로 많이 떨어진 것 같은데. 추측컨데, 분젓치와 방고개 중간 쯤에 있는 능선인 것 같다. 방고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능선도 앞서 걸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름 모를 봉우리에 올라 맞은 편을 보니, 좌구산으로 이어지는 정맥 능선이 뚜렷하다. 역시 방고개 오른쪽으로 올라온 것이 확실하다. 봉우리에서 방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매우 급했다. 스틱으로 지지를 하며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때로는 미끄러지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 한남금북정맥 능선 [12:40]
▲ 눈이 하얗게 덮인 좌구산 주능선(한남금북정맥 길) [12:44]
▲ 방고개로 내려오는 길, 경사가 급하다 [13:07]
▲ 경사가 급한 곳은 게걸음으로 [13:14]
13:21 육각정자가 있는 방고개에 내려섰다. 왼쪽은 율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미원면 화원리로 가는 길이다. 자동차 바퀴가 선명하게 나 있는 것을 보니 차량 통행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휴양림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20분이면 걸어 올 수 있는 방고개를 1시간 50분이나 걸려서 도착했다. 그것도 없는 길을 헤쳐 가면서 말이다. 그래도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길을 우리가 처음 밟아 보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정자 맞은 편에 있는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본격적인 좌구산 산행이 시작되었다. 2008년 3월 1일 한남금북정맥 산행을 하면서 이 계단을 올랐는데,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삼림욕장이 있고 누워서 쉴 수 있는 벤취가 마련되어 있다. 한 가족 4명이 방고개 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설 다음 날 산행을 하는 보기 좋은 가족의 모습이다. 능선길은 여전히 눈밭이다. 등산화 안으로 들어가기에 딱 알맞을 정도로 눈이 쌓여 있다.
▲ 방고개에 있는 육각정자 [13:21]
▲ 방고개에 있는 이정표 [13:21]
▲ 방고개에 있는 육각정자에서 [13;22]
▲ 방고개에서 좌구산으로 오르는 계단 [13:23]
▲ 산림욕장에 있는 침상형 벤취 [13:24]
13:50 좌구산 제1쉼터에 올랐다. 벤취가 있고 이정표가 있고 이정표에 휴양림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잠시 벤취에 기대어 앉아 간식으로 사과를 먹었다. 이어서 제2쉼터로 가는 길, 소나무 사이로 그렇고 그런 능선길이 계속 이어졌다. 제1쉼터에서 제2쉼터까지는 약 20분 정도의 거리였다. 바람이 조금씩 불기는 했지만 날이 워낙 좋아 춥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 좌구산 제1쉼터 모습 [13:50]
▲ 제2쉼터로 가는 소나무 숲길 [14:05]
▲ 제2쉼터로 이어지는 길 [14:11]
14:14 제2쉼터에 도착, 이정표와 벤취가 있다. 여기서도 휴양림 주차장으로 내려갈 수 있다. 돌탑봉으로 오르는 길, 경사가 매우 급하다. 오른쪽으로 일본잎갈나무가 촘촘이 박혀 있다. 얼지 않은 눈길이라 스틱에 의지하며 한 발 한 발 오르니,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돌탑봉에 오르니 돌탑 위에도 하얗게 눈이 앉았다. 돌탑봉에서 조금 내려갔다 오르면 좌구산 정상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너덜길이었다.
▲ 좌구산 제2쉼터 모습 [14:14]
▲ 산행로 오른쪽의 일본잎갈나무 숲 [14;26]
▲ 돌탑봉의 돌탑에도 눈이 쌓여 있다 [14;44]
▲ 좌구산 정상을 향하여 [14:50]
14:54 해발 657m의 좌구산 정상에 올랐다. 이정표가 있고 정상표지석이 있다. 삼각점은 눈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를 보니 길마재로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 길과 미원면 대덕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있다. 일단 사진을 찍고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눈 쌓인 산정에서 마시는 따끈한 커피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좌구산 정상에서는 부점촌 마을, 율리 마을, 율리저수지가 잘 내려다 보였다. 정상에서 조망을 마친 후 제2쉼터를 향해서 하산, 미끄러운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다. 안 미끄러지는 게 이상할 정도다.
▲ 좌구산 정상에 있는 이정표 [14:54]
▲ 해발 657m의 좌구산 정상에서 [14:55]
▲ 한남금북정맥의 최고봉 좌구산 정상에서 [14:56]
▲ 좌구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부점촌, 율리 마을, 삼기저수지 [14;57]
▲ 돌탑봉에서 제2쉼터로 내려오는 길 [15:19]
▲ 오매, 미끄러워 넘어졌네 [15:22]
15:33 제2쉼터에 내려섰다. 이정표에 주차장까지 1.44km라고 되어 있고 화살표가 우측 능선을 가리키고 있다. 주차장 쪽으로 하산 시작. 이쪽 능선도 경사가 급하다. 밧줄이 설치된 곳도 있다. 미끄럼도 타가며 17분 정도 내려오니 이정표가 있는 임도다. 오른쪽은 교육체험지구로 가는 길, 주차장은 직진인데 5분 정도 걸었더니 방고개로 올라가는 임도와 만났다.
▲ 다시 돌아온 제2쉼터 [15:33]
▲ 제2쉼터에서 주차장으로 하산 중 [15:39]
▲ 경사가 급한 곳에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고 [15:46]
▲ 깔개에 앉아 글리세이딩 [15:48]
▲ 이정표와 나무계단 [15:50]
15:55 율리 마을에서 방고개로 올라가는 임도에 내려섰다. 이정표를 보니 방고개까지 2km, 주차장까지는 700m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도로는 어디서 올라오는 거지? 이따 내려가보면 알겠지. 임도를 따라 방고개 쪽으로 걸었더니 제1쉼터에서 내려오는 길이 왼쪽에 있고, 곧 주차장을 내려가는 길이 오른쪽으로 나 있었다. 아, 이제 알았다. 주차장에서 방고개로 가려면 주차장 위로 나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걸 모르고 그냥 관리사무소 쪽으로 올라갔으니.
▲ 방고개로 이어지는 임도로 내려오는 중 [15:55]
▲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시멘트 임도 [15:57]
▲ 좌구산 임도는 MTB 코스로도 유명하다 [16:02]
▲ 제1쉼터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곳의 이정표 [16:02]
▲ 임도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16:06]
▲ 터널 속을 걷고 있는 착각이 든다 [16:06]
▲ 좌구산 휴양림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계단 [16:08]
16:09 주차장에 내려와 보니 차들이 다 떠나서 썰렁하다. 바깥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는데 차 안에 들어가니 훈훈하다. 참, 방고개를 차로 올라가려면 율리삼거리에서 휴양림 가는 길 말고 왼쪽길을 택해야 한다. 차를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청주로 돌아오니 5시가 채 안 되었다. 이번 산행은 2월에 청주 근교에 있는 산에서 산행을 하는 동안 줄곧 눈을 밟았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 그것도 코스를 잘못 들어 2시간 가까이 눈을 더 밟아 보았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
▲ 다시 돌아온 좌구산 휴양림 주차장 [16:09]
▲ 율리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의 게이트 '座龜山 第一門'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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