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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교실이 무너진다] [2] 휴대전화에 점령당한 교실

by 많은이용 2011. 6. 28.

교사 놀리고 딴짓하고… 난장판 교실 통째로 스마트폰 생중계

                                                                                                         조선일보 | 감혜림 기자

[교실이 무너진다] [2] 휴대전화에 점령당한 교실
실시간 영상 전송기능 통해 네티즌들이 시키는 대로 여과 없이 인터넷에 퍼뜨려

24일 오전 9시 30분쯤 인터넷 방송 사이트 '아프리카'에 '생방 수업중, 시키면 다한다!'라는 제목이 달린 동영상이 떴다. 고등학교 남학생들 얼굴과 교실 모습이 보였다. 교사가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교실 현장 생방송'은 화면이 흔들리면서 계속됐다.

이 동영상을 내보낸 학생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옆자리 학생부터 맨 뒷줄에 앉은 학생을 찍기도 했다. 한 학생은 카메라를 피하려고 종이로 얼굴을 가렸다. 카메라를 향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농담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방송 4분째, 촬영자는 "선생님한테 걸렸어요. 5분 후에 다시 (생방송) 할게요"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가 다가오자 교과서로 휴대전화를 가렸다.

기사 이미지 24일 오전 9시30분 학생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 생방송 사이트 '아프리카'에 내보내고 있다. 수업을 하던 교사가 촬영하는 학생 근처를 지나가자 옆자리에 앉은 학생이 책을 들어 휴대전화를 숨겨주고 있다. /동영상 캡처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서 이 동영상을 보던 회원이 채팅 창에 '(선생님에게) 때려달라고 말하라'고 요구하자, 이 촬영자는 교사에게 "(옆자리 학생을 가리키며) 얘 좀 때려주세요" 했다. 교사는 "휴대폰 집어넣어라"고 말하고 지나갔다.

전국 곳곳의 교실 상황이 학생들 사이에서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 몰래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고, 교사를 놀리는 장면이 여과 없이 다른 교실, 다른 지역 학생들에게 보인다. 많은 교사와 학생의 초상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수업시간 생중계'는 전국 중·고교 학생들에게 '신종 놀이'가 됐다.

기사 이미지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학생이 교사의 눈을 피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경북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 20% 정도는 수업 중에도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는 청소년들 사이에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새로 나타난 현상이다. 국회 법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19세 미만 청소년 중 69만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 실시간 영상 전송을 할 수 있다. 학교 수업시간대인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 '수업' '교실' '학교'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적게는 1~2개, 많게는 7~8개의 생방송이 나온다. 지난 방송을 볼 수 있는 영상 클립은 하루 20여개가 검색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실을 찍어서 생방송을 할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것은 물론 나도 모르는 새 내 얼굴이 인터넷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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