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불면의 계절과 네가지 증상
길고 긴 가을밤, 잠 좀 푹 자고 싶다
겨울은 곰 등 일부 동물들이 동면(冬眠)을 하는 계절이다. 사람은 겨울잠을 자지는 않지만 밤이 부쩍 길어진 가을ㆍ겨울이 ‘잠의 계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밤에 잠을 자지 못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15세 이상 우리 국민 450만 명가량이 주 3회 이상 불면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수면역학센터가 2008∼2009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의 15세 이상 남녀 2357명을 조사한 결과다. 이중 12%(284명)가 주 3회 이상 불면 증세를 보였다.
조사결과, 불면증의 4대 증상 가운데 ‘잠이 든 후 자주 깬다’는 비율이 8.3%로 가장 높았다. 이는 불면증이라고 하면 ‘잠들기 힘들다’(2.3%)를 먼저 떠올리는 일반의 인식과는 상반된 결과여서 주목된다.
‘잠이 든 후 자주 깬다’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은 이 유형의 불면증이 스트레스ㆍ걱정거리ㆍ코골이ㆍ무호흡증ㆍ비만 등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트레스가 가장 큰 불면의 원인
특히 취업ㆍ사회생활의 시작ㆍ결혼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젊은 층(25∼34세)의 9.7%가 ‘잠이 든 후 자주 깬다’고 응답했다. 이는 가정ㆍ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안정기에 접어 든 35∼44세(5.5%)나 45∼54세(8.1%) 연령대보다 수면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불면증이 증가하는 것은 이혼ㆍ별거 등 가정불화와 직장에서의 경쟁ㆍ과로ㆍ실직 등으로 사회적 스트레스가 심화된 탓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많다.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이 생기고 이에 대한 지나친 염려로 불면증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만성 불면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문제는 불면증 환자 대부분이 자신의 병을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면증은 그 자체가 병이 아니다. 다음 네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들의 결과이다.
불면증의 흔한 네 가지 증상 가운데 첫 번째는 잠들기 어렵다. 잠이 오지 않아 30분 이상 침대에서 뒤척이는 것이다. 이를 입면(入眠) 불면증이라 한다. 둘째, 자다가 자주 깬다. 불면증의 가장 흔하면서 고통스런 증상이다. 대개 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있으면 이 증상이 두드러진다. 이것이 유지 불면증이다. 셋째, 너무 이른 새벽에 깬다. 넷째, 자긴 했지만 잔 것 같지 않다.
불면증 치료의 기본 원칙은 원인을 밝힌 뒤 수면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스트레스ㆍ우울감 등 심리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식품과 약이 원인일 수 있다.
유지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하룻밤에 몇 차례 깨어 있다 잠들어 있다를 반복하면 수면의 질이 크게 낮아진다. 자고 일어난 뒤에도 ‘제대로 못 잤다’고 느낀다. 낮 동안엔 극도의 피로감ㆍ졸림이 밀려온다. 자연히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각종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수면 관련 질환이 있어 수면 도중 깨는 사람도 많다.
대표적인 질환은 수면 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도중 숨이 멎는 상태가 10초 이상(1시간당 6회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이 자다 자주 깨는 이유는 숨쉬기가 힘들고 가슴이 답답해서다. 상태가 심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깨어나서 일어나 앉기도 한다.
고혈압약 등이 수면 방해할 수도
수면무호흡증 등 유지 불면증의 배경이 되는 질환이 있다면 우선 그 질환부터 치료하는 것이 맞다. 가령 철분 결핍ㆍ빈혈이 주기성 하지운동증의 원인으로 진단되면 철분을 섭취한다. 현재 복용중인 약(특히 고혈압약)이 숙면을 방해하는 약이 아닌지 살핀다.
침실의 온도는 20도 전후, 습도는 50% 전후로 유지한다. 특히 겨울에 실내가 추우면 몸이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받아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게 된다. 숙면의 방해꾼인 소음ㆍ빛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전에 각성 효과가 있는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도 삼간다. 운동ㆍ샤워ㆍ음식 섭취는 침실에 들기 2시간 전에 마친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수면을 돕는 식품, 방해하는 식품
잠들기전 에카페인, 단순당, 고기 - X
우유, 바나나, 무화과, 김, 연잎차 - O
자연의학에선 불면증 환자가 피해야 할 것으로 알코올(술)ㆍ카페인(커피ㆍ콜라ㆍ차 등)ㆍ단순당ㆍ치즈와 쇠고기 등을 꼽는다.
술을 마시면 바로 잠에 곯아떨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알코올은 기본적으로 수면 방해 요인이다.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하고 세로토닌(수면에 들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혈중 농도를 떨어뜨려서다. 알코올은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는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뇌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카페인은 사람마다 민감성이 크게 다르다. 저녁에 커피를 여러 잔 마셔도 잠을 잘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잔만 마셔도 각성 효과를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이 같은 차이는 각자의 몸이 카페인을 얼마나 빨리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수면장애협회(ASDA)가 선정한 밤에 잠을 잘 자는 9가지 수칙 안엔 ‘잠자기 6시간 전엔 카페인이 든 음료나 식품을 섭취하지 말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설탕ㆍ포도당 등 단순당은 혈당을 빠르게 오르내리게 한다. 이로 인한 야간 저혈당은 수면을 방해한다. 반면 현미ㆍ오트밀ㆍ통밀ㆍ보리 등 전곡은 혈당을 서서히 오르내리게 하는 복합당이다. 이런 식품은 혈당 유지에 이로울 뿐 아니라 뇌에서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늘려 수면을 돕는다.
‘밤에 치즈를 먹으면 악몽을 꾸게 된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밤참으로 쇠고기ㆍ치즈 등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소화 장애는 불면증의 흔한 원인중 하나다.
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다. 자다가 요의(尿意)를 느껴 중간에 깰 수 있어서다. 늦은 저녁 시간에 과식하는 것은 피하되 위가 너무 비어 있어도 곤란하다. 빈속에 자면 혈당이 떨어져 밤새 몸을 뒤척이고 식은땀이 난다. 우유ㆍ바나나ㆍ샌드위치 등 트립토판이 풍부한 식품으로 간단히 속을 채우는 것이 좋다.
서양에서 불면증 해소 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우유다. 잠을 못 이뤄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잠자기 전에 따끈하게 데운 우유 한 잔에 꿀을 타서 마시라’고 권한다. 우유엔 트립토판이 풍부한데 트립토판은 체내에서 세로토닌의 원료가 된다. 세로토닌은 사랑ㆍ행복의 감정을 안겨주고, 심신을 안정시켜 ‘몸 안의 수면제’로 통한다.
우유를 대신할 트립토판 공급원으론 바나나ㆍ무화과ㆍ김 등이 추천된다. 트립토판은 닭고기ㆍ돼지고기 ㆍ생선ㆍ치즈 등에도 들어있으나 우유 외엔 밤에 먹기 부담스럽다.
숙면과 관련해 세로토닌만큼 주목받고 있는 호르몬이 하나 더 있다. 멜라토닌이다. 이 호르몬은 뇌의 송과 선에서 분비되며 유럽에선 숙면을 위한 약으로도 개발됐다. 멜라토닌의 수면 증진 효과는 불면증 환자의 혈중 멜라토닌 수치가 낮을 때만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상인이나 멜라토닌 수치가 정상인 불면증 환자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멜라토닌은 원하는 수면 개시 시간보다 30분 전에 복용해야 하며 조명은 꺼야 한다. 장거리 비행 뒤의 시차 극복엔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벤더ㆍ캐모마일ㆍ마조람ㆍ네롤리 등 긴장을 풀어주는 아로마 오일 한두 방울을 손수건에 떨어뜨린 뒤 베개 주변에 놓는 것도 방법이다. 독일 E 위원회는 라벤더 꽃이나 라벤더오일로 만든 차를 수면장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단 라벤더를 입으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연잎차도 불면증 환자에게 유용한 차다. 말린 연꽃잎을 뜨거운 물에 넣어 우려내기만 하면 된다. 연꽃의 열매(연자육)도 불면증 치료에 사용된다.
'건강한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식'을 하되... (0) | 2012.05.03 |
---|---|
고혈압 치료를 위한 생활습관의 개선 (0) | 2011.12.22 |
[건강]지방간 예방과 관리법 (0) | 2011.10.27 |
커피가 심폐기능에 미치는 영향 (0) | 2011.10.06 |
산에서 암을 이긴 대장암 환자, 비결은 "마음을 비우는 것" (0) | 2011.08.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