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이해를 위한 계절이다.
가을은 이해를 위한 계절이다.
비 내린 다음 날
가을 하늘은 잿빛이다.
금세 왔다가 가는 가을은
거리에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나뭇잎으로 알고
저마다의 색깔로 물드는 산 빛으로 안다.
누군가는 “가을은 이해를 위한 계절이다.”라고 했고,
<대지>의 작가인 펄벅은
“한국의 가을 하늘을
세모 네모로 접어 편지에 넣어 보내고 싶다.” 고 했는데,
가을은 아름다움보다 더 쓸쓸함이 더 묻어나는 계절이다.
“저녁 해 뉘엿 뉘엿
이 마을 적적하네.
서러운 것
누구에게 하소연하랴.
오랜 길에는 사람 없고
가을바람 수수 잎만 흔드네.“
지은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시唐詩 한 편이
가만히 가슴을 열고 다가오는 계절이 가을이다.
“너는 오는 것이 너무 늦었다. 방금 그는 여기에 있었거든,
가을에는 그는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마침내 어둡고 가없는 들로 이끌려 나가 버린다.”
카프카의 말을 곱씹으며 걸어가다 보면
문득 구양수의 <추성부>의 한 소절이 떠오를 때가 있다.
“가을의 빛은 아프도록 담담하여,
안개도 날아 흩어지고 구름도 걷혀 있다.
가을의 모습은 청명하여, 하늘은 높고 햇빛은 투명하게 반짝인다.
가을의 공기는 오슬오슬하여, 사람의 살갗과 뼈를 바늘로 찌르듯 한다.
가을의 뜻은 쓸쓸하여, 산과 강도 고요하고 외롭다.”
외로움으로 가슴이 새카맣게 타서 재가 되는 계절, 가을!
가을 구름을 보며 가을바람을 맞으며
먼 길 가는 나그네,
그것이 가을 나그네들의 가없는 바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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