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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매일 신문이 배달되는 교실(대전대성고)

by 많은이용 2014. 3. 12.

매일 신문이 배달되는 교실…

학생들이 먼저 원했어요

 

[대전 대성고등학교의 신문활용교육]

점심시간은 1년째 토론의 場, 신문이 대화의 수단으로 통해
문과는 스포츠·국제면… 이과는 IT쪽 기사 많이 봐요

 

"교장 선생님. 공부에 신문이 꼭 필요합니다. 매일 아침 교실마다 신문을 넣어주세요."

작년 4월 대전 대성고(교장 안중권)의 학생회는 학교에 신문을 요청했다. 교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34개 교실에 매일 아침 조선일보가 배달되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신문 읽기가 학생들의 중요한 일과가 됐다. 신문이 대화의 수단이 됐다. 특히 동계올림픽 때 신문은 학생들에게 금메달만큼 반가운 존재였다.

매일 학급마다 신문을 배달하고 있는 안성현(3학년)군은 "1반부터 차례대로 배달하는데 도중에 몰래 가져가는 아이들이 있어 10반 정도 가면 신문이 부족하다"며 "11반, 12반 아이들이 신문 내놓으라고 소리쳐서 힘들었다"고 했다. 또 "곧 있을 브라질월드컵이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축구 전쟁이 아닌 신문 전쟁 기간일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달 26일 대전 대성고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에 신문을 요청해 모든 교실마다 신문이 배달되고 있다. 이인중 학생회장은 “교실에서 신문 보는 것이 학교 전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대전 대성고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에 신문을 요청해 모든 교실마다 신문이 배달되고 있다. 이인중 학생회장은 “교실에서 신문 보는 것이 학교 전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현종 기자
학교에서 NIE(신문활용교육)라고 하면 보통 선생님이 주도한다. 신문에서 한 주제를 정해 글을 읽고 토론을 하고 느낀 점을 쓰는 것이다. 대성고의 NIE는 색다르다. 학생이 중심이고, 생활 속에서 이뤄진다. 학생들 스스로가 신문 읽는 재미를 느끼고 습관이 길러진다. 시사 이슈나 논술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신문에 익숙하지 않았다.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학교 학생회장인 이인중(3학년)군은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이군은 스포츠든 연예든 친구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을 신문에서 찾았다. 쉬는 시간이면 새로운 화제를 던졌다. 친구들이 따라붙었고 다양한 의견을 말했다. 정치적 주제에서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군은 "news reader가 new leader 자격이 있지 않을까요?"라며 "후배들도 신문을 잘 활용해 우리 학교의 전통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이상화 선수가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다음 날 조선일보에 이 선수의 놀라운 스피드라는 그래픽 뉴스가 실렸다.

"이상화 선수가 지하철보다 빠르대." "설마. 어떻게 지하철보다 빠르냐." "뭔 소리야. 조선일보에 나왔는데. 이거 봐라. 태풍보다는 조금 느리고 지하철보다 빠르잖아." "어 그러네. 정말 엄청나다. 그럼 우사인 볼트보다도 빠르겠는데?"

대성고의 점심시간은 늘 이런 모습이다.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으로도 기사를 충분히 볼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을 했다. 3학년 김명준군은 "스마트폰은 혼자만 보는 거잖아요. 친구들끼리 시끌벅적한 그런 재미를 못 줘요"라며 "문과는 주로 스포츠·국제면에 관심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신문은 역시 손맛이지요. 종이 넘길 때의 그 느낌은 다르잖아요" "이과는 역시 정보통신과 기술 쪽이지요"라고 옆에 있던 학생회 부회장 이승영(3학년)군이 맞장구쳤다.

손석근 국어교육부장은 매일 아침 6시 20분에 출근해 1시간 동안 중앙지 3개, 지방지 2개를 정독한다. 손 교사는 "국어 시간에 쓸 이야깃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교사가 최근 주목하는 것은 통일이다. "조선일보 지면마다 맨 위에 '통일이 미래다'라고 강조한다. 대통령도 통일이 대박이라고 한다"며 "통일로 여러분의 삶이 어찌 변할지 고민해 볼 것"을 학생들에게 주문한다. 학생들도 손 교사의 수업은 늘 즐겁다고 한다.

대성고는 대전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다. 교장은 학생 중심의 학교를 희망한다. 학생들과 늘 대화하고자 한다. 학생회장이 거리낌 없이 교장실을 방문할 정도다.

이 학교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고통을 나누고자 매년 하루씩 기아 체험을 한다. 하루 세 끼를 먹지 않고 모은 돈 1000만원을 아프리카에 보낸다. 이 돈으로 현지에 우물 1개를 파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안 교장은 "학생들이 주도한 신문 보급 운동이 잘 정착돼 다행"이라며 "지식뿐만 아니라 인성도 키우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여원주 | 조선일보 NIE팀장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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