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자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는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라는 책에서 한국 교육을 압력밥솥에 비유했다. "한국의 10대들은 온갖 종류의 벽장에 갇혀 지낸다. 때로는 작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글자 그대로 벽장 같은 곳에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높은 압력을 이용해 단시간에 차진 밥을 지어내는 압력밥솥과 같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효율적으로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리는 강점도 인정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OECD의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와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 결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뉴스는 한국 학생의 성취도가 최상위이지만 교과에 대한 흥미와 가치 인식, 자기 효능감 등 정의적(情意的) 태도는 지극히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높은 성취도는 높은 정의적 태도와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학원을 전전하며 대학 입시에 떠밀려 철인(鐵人)경기 하듯이 공부하는 한국 학생은 높은 성취도와 낮은 정의적 태도의 부조화를 보인다. 그런데 이런 괴리는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에는 문화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학습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서구권은 수업에서 다양한 게임과 활동을 접목시키기에 '수학 공부가 즐겁다'는 항목에 대한 응답이 긍정적이다. 그러나 수학을 달콤하게 포장하더라도 그 당의정이 녹아버린 후에는 맛없는 수학과 대면해야 한다. 서구권 수업을 관찰해보면 신나게 활동은 하지만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허망하게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체로 아시아권은 그 대척점에 있다. 어렵게 공부한 후에 뒤늦게 전해지는 즐거움에 무게가 실려 있다. 그렇다고 공부는 원래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즉각적인 흥미와 학구적인 흥미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설문에는 주로 표피적인 흥미가 반영됨을 적시하자는 것이다.
자기 효능감과 관련된 설문도 그렇다. 겸양을 미덕으로 여기는 아시아권 학생은 '나는 수학을 잘한다'는 항목에 '매우 그렇다'고 답하기보다는 중도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서구권 학생들은 자신의 상태를 낙관적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설문 결과를 액면 그대로가 아니라 보정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어떠하며, 만일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말해보라.' 이는 1558년 조선 명종 13년에 출제된 책문(策問)의 일부다. 책문은 과거시험의 등위(等位)를 정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정치 현안에 대한 왕의 질문에 답하는 글이다. 이처럼 교육 문제는 시대를 초월한 화두이다.
어느 국가건 교육의 내밀한 실태를 파헤쳐 보면 심각한 문제를 노정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학교 교육에 대한 우리 국민의 평가 점수는 5점 만점에 2.49점이었다. 온 국민이 교육 전문가로 등장하여 교육 현실을 난타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며 좀 따뜻하게 바라봐줘도 좋지 않을까 싶다.
박경미 |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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