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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가정, 가족

<김형태의 노변한담> 아름다운 이야기

by 많은이용 2014. 5. 21.

 아름다운 이야기

 

머슴이란 요즘말로 종(從, Servant)을 뜻한다. 즉 ‘주인의 의도와 하명(下命)을 받들어 충직하게 일하는 일꾼’이라는 말이다. 주인과 머슴 사이엔 신(信)과 성(誠)이 있어야 된다. 불성무물(不誠無物)이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인과 머슴 사이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안타까운 이야기를 찾아보자.

 

①한국 머슴 이야기다. 평안북도 정주에 머슴살이를 하던 청년이 있었다. 눈에는 총기가 있고 동작이 빠르고 총명한 청년이었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난 후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는 했다. 그는 아침이면 주인 방 요강을 깨끗이 씻어서 햇볕에 말려 다시 안방에 들여놓고는 했다. 주인은 이 청년을 머슴으로 두기에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고 그 청년을 평양의 숭실대학교에 입학시켰다. 공부를 마친 청년은 이후 고향으로 내려와 오산학교 선생이 됐다. 요강을 씻던 머슴에서 숭실대에 진학한 그 사람이 바로 애국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조만식(曺晩植) 선생이다. 후에 사람들이 물었다. 머슴살이 하던 사람이 어떻게 대학에 갔으며 어떻게 선생님이 됐고 또 독립운동가가 되었나? 라고. 그때마다 조만식 장로님은 “주인의 요강을 정성스레 씻으면 된다”고 답했다. 남의 요강을 닦는 열심과 자기를 낮출 줄 아는 겸손이 조만식 선생을 있게 한 것이다.

②미국에도 머슴이야기가 있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터지기 몇 해 전의 일이다. 오하이오주의 대농인 테일러(Worthy Tailor)씨 농장에 거지소년 한명이 들어왔다. 17살 된 짐(Jim)이었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이집에서는 그를 머슴으로 고용했다. 그러나 3년 뒤 테일러 씨는 자신의 외동딸과 짐이 서로 연애한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몹시 노한 그는 짐을 때리고 빈손으로 내쫓았다. 그 후 35년 세월이 지났을 때 낡은 창고를 개조하려고 헐어내다가 짐이 두고 간 보따리를 발견했는데 그 속에 들어있는 한권의 책 속에서 짐의 본명을 발견했다. 그 이름은 재임스 가필드(James A. Garfield). 그 당시 미국의 20대 대통령이었다. 그 동안 짐은 미시시피강 기선의 보이와 목수를 거쳐 히람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초등학교 교사, 육군소장과 변호사를 거쳐 하원의원에 8번 당선된 후 백악관의 주인공이 됐다.

③머슴이야기는 아니지만 불성무물(不誠無物)에 관련된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어느 날 신문에 아버지를 판다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 속 아버지는 노령이고 몸이 불편해 일금 십 만 원에 팔겠다고 적혀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세상이 말세구나’라는 반응도 있었고 다 늙은 할아버지를 누가 사겠느냐고 쑥덕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부모 없는 설움을 지녔던 한 부부가 새벽같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대문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부부는 심호흡을 하고서 초인종을 눌렀다. 넓은 정원에서 꽃밭에 물을 주고 있던 할아버지가 대문을 열고서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부부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신문광고를 보고 왔다고 말씀드리자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안내를 했다. 그곳은 아주 부잣집이었다. “아버지를 파시겠다는 광고를 보고 왔습니다” 젊은 부부는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내가 잘 아는 노인인데 건강이 좋지 않아요. 그런 분을 왜 사려고...” 젊은 부부는 모두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고아처럼 살다 결혼했기에 부모 없는 설움이 늘 가슴에 남아있다고 했다. 아울러 아프거나 집안이 어렵지 않은 가정이라면 누가 아버지를 팔겠다고 광고를 내겠느냐고. 비록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도 아버지를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싶어 달려왔다고 했다. 이들 부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달라고 했다. 젊은 부부는 정성스럽게 마련한 흰 봉투 하나를 할아버지께 꺼내 놨다. 할아버지는 돈 봉투를 받아들고 “그 할아버지도 정리할 것이 있으니 일주일 후에 다시 이곳으로 오시오”라고 말했다. 일주일 뒤 젊은 부부는 다시 그 집을 찾았다.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이하면서 “어서 오게나. 나의 아들과 며느리야”하시면서 “사실 내가 자네들에게 팔렸으니 응당 내가 자네 집으로 가야 하겠지만 자네들이 식구들을 데리고 이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양자를 들이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돈만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일의 자초지종을 알게 됐다. “자네들이 부모를 섬기려 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곧 자네들의 것이네. 이것은 자네들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대해 하늘이 내려주는 축복이네”라며 두 사람의 절을 받았다.

 

                             금강일보   <김형태의 노변한담>   한남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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