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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가정, 가족

<김형태의 노변한담> 남은 인생 순탄하게

by 많은이용 2014. 5. 21.

 남은 인생 순탄하게

 

한 개인의 ‘일생’을 다른 말로 환산한다면 무엇이 적합할까. 돈? 학벌? 명예?(이름) 아니다. 결국 ‘시간’으로 환산할 수밖에 없다. B-C-D는 Birth-( )-Death인데 ( ) 속의 ‘C’가 무엇이냐에 따라 내 인생이 다르게 결정될 것이다. Christ, Chance, Choice, Challenge, Commitment, Character 중 한 개를 골라서 대입시켜보자.

 

시간이 중요하다. ‘Time is money(gold, life)’이기 때문이다. 1년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대학입시에서 떨어진 학생들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1년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알게 될 것이다. 한 달의 소중함을 알고 싶다면 미숙아를 낳은 산모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한 달의 시간이 얼마나 힘든 시간인지 알게 될 것이다. 한주간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주간잡지 편집장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한주간의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하루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아이 다섯이 딸린 일용직 노동자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하루 24시간이 정말로 고단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한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약속장소에서 애인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아마 한 시간이 정말로 길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일분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표를 미리 사놓은 채 타야할 기차를 놓친 사람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아마 1분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1초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가까스로 교통사고를 모면한 사람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1초의 시간이 사람의 운명을 판가름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백분의 1초의 소중함을 알고 싶으면 올림픽 육상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달리는 선수에게 백분의 1초가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지 알려줄 것이다.

 

1년은 12달로 구성돼 있다. 1월은 눈(雪)을 불러오고 우리의 손과 발을 어설프게 만든다. 2월은 비(雨)를 불러와 얼어붙은 냇물을 다시 흐르게 한다. 3월은 미풍을 불러와 춤추는 수선화를 휘저어 사각거리게 한다. 4월은 앵초 꽃 향기를 불러오고 우리 밭고랑에 데이지 꽃잎을 흩뿌린다. 5월은 푹신한 양털의 어미 곁에서 깡충깡충 뛰노는 어린 양을 데려오고 6월은 백합과 장미를 불러와서 아이들의 손 안에 꽃다발을 가득 안긴다. 뜨거운 7월은 시원한 소나기와 살구 그리고 꿀, 무를 불러온다. 8월은 옥수수 다발을 불러와 풍성한 추수의 기쁨을 만들어 준다. 따사로운 9월은 햇과일들을 불러오고 사냥꾼들이 사냥을 시작한다. 상쾌한 10월은 꿩들을 불러오고 알밤 줍는 일로 재미를 더한다. 스산한 11월은 진눈깨비를 불러오고 나뭇잎들이 펄럭이며 떨어진다. 마지막 12월은 흰 눈발과 이글거리는 난로불 앞에 크리스마스를 즐기게 한다.

 

이렇게 한 달 한 달 쉼 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활용하지 않으면 허송세월이 돼 버린다. 3월말과 4월 초가 되면 이곳저곳에서 봄꽃을 볼 수 있다. 2014년엔 때 이른 매화, 개나리, 목련화, 벚꽃 등을 즐겼다. 라디오나 TV에서는 조영식 작사와 김동진 작곡의 ‘목련화’란 노래를 듣게 된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맞다.

 

50대에 들어서면 미모의 평준화가 이뤄진다. 예쁜 사람이나 안 예쁜 사람이나 거기가 거기다. 60대에 들어서면 지성의 평준화가 이뤄진다. 더 많이 배운 사람이나 조금 덜 배운 사람이나 거기가 거기다. 결국 그 날 신문이나 TV에 나온 이야기가 대화소재다. 70대에 들어서면 물질의 평준화가 이뤄진다. 더 가졌거나 덜 가졌거나 하루 세끼 밥 먹고 옷 몇 벌 갈아입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80대가 되면 안목의 평준화가 이뤄진다. 밤에 잠자고 낮에 밥 먹고 일상적인 일 몇 가지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80대 노인에게 대단한 세계관을 기대하거나 기업경영의 첨단 비결 같은 것을 기대하긴 곤란하다. 90대가 되면 집안에 있는 것이나 산속에 있는 것이나 거의 같다고 한다.

 

남은 인생이 얼마일런지 모르겠지만 사는 동안 착하게 살자. 이웃에게 폐 끼치지 말고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말고 담담히 살다가자. 인생을 자꾸 이상한 것으로 만들지 말자.

 

 

                                      금강일보   <김형태의 노변한담> 한남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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