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원도 채 들지 않은 행복한 우리 결혼식
지난해 아내와 나는 가까운 친인척, 지인들만 모시고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내 나이가 만으로 27세였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모아둔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월급을 쪼개 저축한 돈과 아내가 모은 돈을 합쳐 겨우 1500만원쯤 만들었다. 그 돈으로 작은 결혼식을 치르고, 식기를 장만하고, 학교 앞에 깨끗한 원룸 하나를 얻었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힘으로 소박한 신혼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하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었다. 돈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이 돈이 없으면 결혼하기 힘들다고 했다. 결혼식을 올리려면 몇천만원,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몇억원이 필요한데 그만한 돈은 부모님 도움 없이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무시했지만, 계속되는 충고들에 고민이 됐다. 괜히 젊은 혈기에 유난 떠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하지만 기우였다. 우리 결혼식은 400만원도 채 들지 않은 작은 결혼식이었지만, 다른 어느 결혼식보다도 아름답게 잘 치러졌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분들만 하객으로 모셨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욱 진심이 느껴지고 좋았다. 형편에 맞게 구한 원룸집도 우리 신혼부부에게 더없이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정말 모든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기만 했던 출발이었다. 세상의 거짓된 소리에 괜히 귀 기울이며 마음고생 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요즘 주변에서 결혼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돈 걱정이다. 결혼하고 집 마련하고 살림 마련하는 데에 보통 몇천만원, 몇억원이 필요한데 그게 없어서 결혼을 미루거나, 아니면 아예 결혼 생각을 포기한다고 했다. 한번은 전세금을 빌미로 부모님이 반대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작은 결혼식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결코 돈은 결혼의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도 좋은 것이 결혼이었다. 결혼식이 작아지거나 집이 작아진다고 해서 결혼의 의미까지 작아지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작고 소박한 시작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더욱 견고해지고 주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꼈다. 부모님 도움을 받아 좀 더 넉넉하게 시작할 수도 있었겠지만, 만일 그랬다면 지금 느끼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절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살다 보니 세상의 소리가 결국 새빨간 거짓말임을 깨닫게 될 때가 너무나 많다. 나도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식은 적어도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식의 소리에 솔깃했었지만 지나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살아보니(또 옆에서 많은 부부를 지켜보니) 결혼의 유일한 조건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사랑뿐이었다.
- 이상윤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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