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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제멋대로 상사는 참아도 끼어드는 차는 못 참아

by 많은이용 2017. 3. 6.

제멋대로 상사는 참아도 끼어드는 차는 못 참아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분노를 참고 쌓아두다 보면 묵은 김치처럼 더 시큼해져
하루 정도는 표현하지 않고 내 감정을 지켜볼 필요 있어
배가 고파 혈당 떨어졌을 때 부부싸움 증가한다는 연구도

"운전 중 화가 나면 주체할 수 없어요."

그렇게까지 화낼 이유가 없는 일에 과도한 분노 반응이 나와 자신도 당황했다는 사연이 적지 않다. 분노는 불편한 감정이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생존하기 위해 공격 행동을 일으키는 감정 신호다. 상대방이 나를 때리는데 맞고도 마음이 평온해서는 결투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서부 활극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분노를 함부로 내보였다가는 이상한 사람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분노를 느낄 때 외부로 터져 나와 행동으로 옮기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발생한다. 상사 등 강한 사람 앞에서 분노 조절이 잘 되는 것은 그 불안감이 커서 강하게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누르다 보면, 뚜껑이 막힌 치약을 꾹 짰을 때 옆구리에서 치약이 새듯, 엉뚱한 곳에서 화가 터져 나올 수 있다. 내 차 앞에 끼어든 차량의 운전자가 평생의 원수처럼 느껴져 보복 운전에 나서는 것도 그런 이유다.

분노 감정의 조절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분노를 그냥 참고 마음 안에 쌓아두다 보면 묵은 김치처럼 더 시큼하게 발효돼버리기에, 그때그때 해결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창한 철학적 대안은 아니고 일상에서 써볼 만한 소박한 분노 대처법을 소개해 본다. 우선 분노가 생기면 하루 정도는 표현하지 않고 내 감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흥분한 상태라 과도한 공격 반응이 나와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손해를 끼칠 수 있고, 내 마음 상태가 안 좋아 그냥 지나갈 일에도 화를 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가 고파 몸에 혈당이 떨어졌을 때 부부 싸움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화낼 필요 없이 밥 먹으면 분노가 가라앉게 된다.

며칠 감정을 지켜봤는데도 분노가 지속된다면 상대방이 '화를 낼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내 마음도 다치게 하는 일이기에 그럴 가치가 없는 상대라면 그냥 관계를 멀리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거두는 것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좋다. 분노 반응은 내가 아픈 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려는 공격인데 오히려 상대방 마음을 편하게 해줄 수도 있다. 화를 낸다는 것은 어찌 되었건 성숙한 행동은 아니고 그래서 상대방이 '착한 척하더니 너 그럴 줄 알았어'란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표현하여 관계 개선을 할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나를 속상하게 했는지를 말해 주어야 한다. 구체적인 지적 없이 격분한 나머지 그냥 통으로 '넌 성격이 이상해, 넌 가망이 없어' 식으로 분노를 표현하면 관계 개선 없이 마음의 상처만 커진다. 또 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한 여성의 사례인데 남자 친구가 여자 후배들과 격 없이 지내는 것에 싸움이 생겨 이별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 막연하게 남자 친구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종이에 '일 관련으로 만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인 만남까지는 하지 않기' 등 구체적으로 2~3개 항을 적어 이것은 지켜 달라고 말해 보라고 조언했다. 여러 차례 화를 내며 이야기해도 고쳐지지 않던 행동이었다. 그런데 밑져야 본전 식으로 적어서 줬더니 문제 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며 의외로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에 놀랐다고 했다. 이후 관계가 좋아져 둘은 결혼했다.

상대방에게 섭섭한 것을 이야기할 때는 '이런 점은 참 좋아. 그런데 이런 점이 나를 화나게 해' 식으로 칭찬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그래야 상대방의 변화에 기분 좋게 동기 부여를 줄 수 있다. 지금도 좋은데 더 좋은 사람이 되라는 부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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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31/20160731017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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