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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단 1명의 학생 위해 다시 문 연 보령시의 한 섬마을 분교

by 많은이용 2017. 3. 6.

단 1명의 학생 위해 다시 문 연 보령시의 섬마을 분교

 

10년 전 폐교한 충남 보령시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가 1명의 신입생을 위해 다시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3일 보령시 오천면 녹도에 청파초 호도분교 녹도학습장을 개설하고 입학식을 실시했다. 입학식의 주인공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류찬희(8)군.

마을 주민 50여명도 류군 덕분에 녹도에서 열리는 감격스러운 '10년 만의 입학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한 때 120여 명의 학생들로 북적이던 녹도초의 과거를 회상하며 감회에 젖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마을회관에 모여 찬희군의 입학을 축하하는 것과 함께 10여 년 만에 다시 학교·학생이 생겼다는 기쁨을 자축하는 잔치를 벌였다.

류군이 다니게 될 녹도학습장의 전신인 '청파초 녹도분교'는 2006년 학생 수 감소로 폐교의 아픔을 겪었다.

보령시 오천면에 속하는 섬인 녹도는 대천항에서 외연도까지 하루 2차례 운행하는 여객선의 중간 기점으로 대천항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외진 곳이다 보니 녹도의 학생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2006년 결국 녹도분교의 폐교까지 이어지게 됐다.

섬에 학교가 재개교하게 된 것은 지난해 목회활동을 위해 녹도로 이주한 찬희군의 아버지 류근필씨와 마을주민들의 간절한 요청 덕분이었다.

류씨 가족이 녹도로 왔을 당시에는 학교가 없어 류군은 옆 섬마을 학교인 청파초 호도분교로 진학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린 류군이 이용할 만한 통학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류씨 부부는 김지철 도교육감에게 "아무리 어려워도 가족은 함께 해야 한다. 의무교육 대상자인 찬희를 국가가 책임져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에 김 교육감은 적극적인 검토를 지시했고, 도교육청과 보령교육지원청은 숙고 끝에 녹도에 순회교육 학습장을 설치했다. 또 옆 섬마을인 청파초등 호도분교의 교사를 녹도에 순회교사로 파견하기로 했다. 폐교됐던 곳에서 학교교육이 재개된 것은 전국 최초의 사례다.

류씨와 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다시 학교가 생겨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다"며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밑거름을 놓았다. 도교육청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정부가 비용효율에 따른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녹도에서 학교교육을 재개키로 한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면서 "그러나 교육의 본질, 마을에서 학교의 역할을 돌이켜 볼 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앞으로도 단 1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일보   전희진 기자   2017. 3. 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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