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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4차 산업혁명시대, 부산의 시험혁명

by 많은이용 2017. 5. 8.

4차 산업혁명시대, 부산의 시험혁명

"찍기 시험으론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주)같은 인재 못키워"
  • 권경훈
  • 김형원

'문제1. 다음 낱말 중에서 높임말이 아닌 것은 어느 것입니까? ①분 ②병환 ③연세 ④아프다 ⑤잡수신다'. 정답은 4번.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과정에서 출제되는 일반적인 객관식 시험 문제다.

부산시교육청은 "2018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초등학교 학생 평가에서 객관식을 전면 폐지한다"고 27일 밝혔다. 내년부터는 '(연극에서 실수를 한 예문 주인공) 민재가 자신이라 생각하고, 연극을 보러 오셨던 부모님께 마음을 전하는 글을 쓰시오'라는 서술식 문제를 내서 평가한다. 부산이 우리나라 교육 사상 처음으로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는 실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김석준 부산교육청 교육감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엔 창의융복합형 인재가 요구된다"며 "지역 학생들이 미래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객관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부산교육청의 실험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교육평가학회 부회장인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우리 교육 평가 방식이 정답 맞히기에 치중돼 있는 상황이라, (객관식을) 폐지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평가 방식 전환이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부산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1990년대 중·후반 수행 평가가 도입된 이후 아이들의 성취도를 다양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성적 평가도 '수우미양가' 방식을 없앴고, 도달·미도달 방식으로 교육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써서 학부모에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객관식 문제를 무조건 없애는 건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김모(35)씨는 "주관식에 약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을지도 모른다"면서 "실제로 주관식 문제만 내면 백지로 시험지를 내는 아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신동 순천향대 교수는 "미국도 '멀티플 초이스'라고 해서 사지선다형 문제를 낸다"며 "객관식·단답형·서술형을 복합적으로 활용해야지, 편식을 해선 사고력을 다양하게 기를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 따라 한 반에 학생이 20여명 수준인 곳도 있고, 40명쯤인 곳도 있어 객관식이 폐지되면 학생 평가를 효율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술형 문제를 평가하는 채점 기준을 확보하는 문제도 있다.

3학년 자녀를 둔 이모(45)씨는 "(객관식 폐지가) 창의적 교육을 위해서 좋은 방안인 것 같긴 한데 새로운 상황에 맞는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아이들이 논술학원에서 찍어준 예상 주관식 답안을 외워서 적어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립학원 원장 김모(44)씨는 "어차피 요즘 초등학생들은 논술이나 독서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는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의 초등학교는 모두 308곳이다. 부산교육청은 그동안 문제은행을 통해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서술·논술형 문제를 제공해 왔고, 교사들의 서술식 평가연수를 위한 전문가 150명가량을 양성했다. 2015년 30% 수준이던 각 학교의 수행평가 비중을 작년 40%, 올해는 50%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교육청은 오는 6월부터는 '초등학교 객관식 평가 전면 폐지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 현장의 의견을 모으고, 9월부터는 시범학교 10곳을 운영한다.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수도 실시한다.

  • 출처 : 조선일보   기고자 : 권경훈김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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