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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설계

노후 대비, 부부관계부터 리모델링해야 

by 많은이용 2017. 6. 9.

노후 대비, 부부관계부터 리모델링해야

함께 보내는 시간 많아진 시대 ‘화목’이 최우선
‘아내가 남편 밥 차려야한다’식 고정관념 버리고
취미·관심사 공유하는 친구 같은 사이로 발전해야


“집사람은 1683년 계해 정월 초하룻날 밤 12시쯤 태어나 42살에 세상을 마쳤다. 마음이 아름답고 행동이 단정하며 말이 적고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못 하는 게 없었다. 부부 사이에 서로 공경함은 언제나 똑같았다. (중략) 두 해 동안 내가 병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때 아침저녁 쉼 없이 병을 고치려고 간호했다. 그때 주위 사람들에게 ‘하늘이 나를 돕는다면 반드시 남편보다 나를 먼저 데려가라’고 했다….”

약 300년 전 부인을 홀연히 떠나보낸 선비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2014년 10월 대구의 고서점에서 발견된 일기 ‘갑진록’이다. 2년 뒤 5월 1일 기록이 끝난 날까지 아내를 그리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애틋한 사부곡(思婦曲)이다.

이 글에서도 보여주듯 조선 시대에는 수명이 길지 않았다. 이 사부곡에 나오는 여성의 42세는 당시 기준으로는 적지 않은 나이였을 터다. 그런데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3세다. 이 긴 세월을 위해 부부 관계도 리모델링해야 한다.

우선 화목하게 지내라. 당연한 얘기 같지만 모든 부부 사이가 늘 좋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사소한 다툼이라도 피하는 것이 좋다. 오래 살수록 부부가 이인삼각으로 해나갈 게 많으니 화목해야 한다. 퇴직하고 나면 바깥 생활이 줄어들면서 사회적 대인관계가 크게 좁아진다. 그리 강하지 않은 관계는 퇴직을 계기로 바로 끊어진다.

그러고 나면 부부가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환갑 이후 30년을 함께 보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모아놓은 재산이 많아도 부부 사이가 좋지 않으면 헛일이다. 최고의 동반자와 마음이 안 맞아서는 입지가 크게 좁아진다. 혹시 관계가 썩 좋지 않다면 바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성 역할 고정관념은 버려라. ‘삼식이’ 스트레스는 여자만 겪는 일이 아니다. 남자도 하루 세끼를 모두 집에서 먹는 게 어찌 즐거울까. 그런데도 삼식이로 불린다면 철저한 성 역할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여자가 밥을 차린다는 전근대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혼자 있을 때는 물론이고 평소 스스로 밥 찾아 먹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집에서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세끼 먹을 생각도 해선 안된다. 뭔가 일을 만들어서 밖에 나가면 해결될 터다. 삼식이 스트레스는 아내가 남편 밥을 차려준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퇴직 후는 물론이고 평소에 달라져야 한다.

남녀는 다르지만 또 같다는 걸 잊지 마라. 300년 전 사부곡에서 당시 남녀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못 하는 게 없다는 얘기는 무엇일까. 여자와 남자의 다름(difference)을 말하고 있는 대목이다. 생물학적인 성(sex) 차이가 있고, 이는 사회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육체적 파워가 필요한 일은 지금도 남성 몫이다.

그러나 사회문화적인 성(gender) 차이는 없다. 사부곡에는 ‘부부 사이에 서로 공경함은 언제나 똑같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성 평등(gender equality)을 의미한다. 차이가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똑같다는 얘기다. 성 역할의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부터 ‘반퇴시대’의 새로운 부부 관계가 출발할 수 있다.

친구 같은 배우자로 지내라. 퇴직 직후에는 친구 모임이 많다. 하지만 일흔이 넘고 여든에 이르면 친구도 점차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강에 차이가 생기고 생활 스타일의 차이에 따라 점차 소원해진다. 결국 최후의 친구는 배우자만 남게 된다. 이에 대비해 공통의 취미와 관심사를 평소 만들고 함께 공유해두는 것이 좋다.

 김동호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자료출처 : 2017. 6. 5. 한국교직원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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