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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옥스브리지 입시

by 많은이용 2017. 10. 16.

옥스브리지 입시

                                                                                            조선일보   안석배 논설위원



    900년 역사의 영국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하버드 등 미국 명문대와 다른 점 하나가 튜터링(tutoring) 전통이다. 교수, 학생이 일대일로 만나 토론 수업을 한다. 중세 시대의 교육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입시도 마찬가지다. 옥스브리지에서 신입생을 뽑는 마지막 관문은 12월 면접이다. 학생들이 보통 2박 3일 기숙사에 머물며 교수가 낸 문제에 답하고 토론한다. 다른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여기서 말문이 막히면 낙방이다.

    ▶일종의 압박 면접이라고 할 수 있다. 기상천외하고 난해한 질문으로 학생들 혼을 빼놓는다. 해마다 10월에 다음해 낼 문제의 예시(例示)를 공개한다. 옥스퍼드가 며칠 전 몇 가지를 예시했다. '사자는 왜 갈기가 있나'(생물학) '새로운 악기를 만든다면 어떤 소리를 내야 할까'(음악) '고고학은 성경을 입증하는가, 부인하는가'(중동학) 등이다. 정해진 답은 없다. 학생이 답변하면 교수는 반론을 펴고 다시 학생이 대답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의 '생각하는 힘'을 본다.

    ▶정답은 없지만 좋은 답, 나쁜 답은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은행가 임금에 제한을 둬야 하나'라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단답보단 '은행가는 과연 다른 근로자보다 뛰어난가'라는 의문을 던지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몇 년 전 케임브리지에선 '당신이 까치라면 어떨 것 같은가' 하는 문제가 나왔다. 영국 한 일간지 기자가 그 나름대로 모범 답을 써 공개했다. '번식할 방법을 찾아보겠다. 후손에게 나의 유전자를 많이 남기기 위해 기교 있고 공격적으로 행동하겠다….'

    ▶일본도 우리 비슷하게 객관식·주입식 입시에 익숙한 나라다. 그런데 최근 바뀌기 시작했다. 논술형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2~3년 후 대학 입시부터는 논술 문제를 낸다고 한다. 일본에선 최근 몇 년 '정답 찾기 교육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라는 논의로 뜨거웠다. 프랑스 고교 졸업 시험도 만만치 않다. 작년엔 '노동을 덜 하게 하는 게 더 잘 사는 것인가'를 서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수능시험이 한 달 남았다. 지난해 수 능 국어 45문제 중 '다음 중 적절한 것은'으로 끝나는 문제가 25개, '적절하지 않은 것은'으로 끝나는 문제가 19개였다. 실수가 당락을 가른다. 우리는 문제를 통째로 외우라고 다그친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 세상은 정답 찾고 지식을 암기하기보다는 좋은 질문을 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다른 나라는 다 창의력 교육으로 가는데 우리는 암기 교육에 고착돼 있다.



    자료출처 : 조선일보 2017. 10. 16. 만물상 게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5/20171015020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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