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여야 편안한 百歲를 산다
노인용품 전문점에 低速 버스까지…
고령 사회 접어든 일본은 생활 속도 느려도 편안한 사회
고령 인구 15%인 한국은 너무나 속도감 있게 살아온 나라
이젠 '빨리빨리'에 작별 고해야
대도시 분위기는 어디나 비슷하지만, 도쿄의 스가모 지역은 서울과 완연히 다르다. 양옆에 상가가 늘어선 800여m 스가모 거리는 노인들의 '대학로'다. 입구에 들어서면 온종일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틀어주는 지하 다방이 있다. 순간 1950년대가 펼쳐진다.
나이 들수록 신진대사는 늘어진다. 근육은 30세부터 줄기 시작하는데, 빨리 수축해 강도를 높이는 속근(速筋)이 천천히 수축하는 지근(遲筋)보다 더 많이 준다. 그러기에 장년이 지구력은 좋아도, 민첩성이 예전만 못하다. 늙을수록 빠른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못 견딘다. 불안감도 커진다. 피하 지방이 줄어 기온 변화에 민감하고, 적응이 더디다. 눈동자도 빛에 느리게 반응한다. 극장에 갑자기 들어가면 오래 '검은 장님'이 되고, 환한 곳으로 나오면 한동안 '하얀 장님'이 된다. 60세는 책을 읽는 데 필요한 빛의 양이 20세보다 3배 더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일본의 공지문과 신호, 숫자 표시는 모두 크고 밝다. 노인은 파란색을 잘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파란색으로 경고문을 쓰는 일이 없다.
오래 살수록 방광이 담는 오줌량이 준다. 방광이 짜는 힘이 약해져 잔뇨가 많다. 방광 괄약 기능이 약해져 소변을 참기도 어렵다. 이에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공중 화장실이 많고, 사용에 관대하다. 웬만한 사회 시설과 거주 공간이 노인과 장애인 위주로 돼 있기에 병원에 누워 있지 않고, 어떻게든 음식 장을 볼 수 있다면 홀몸 90대가 되어도 지낼 만하다. 편의점이 100m마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화와 관련된 첫 증상은 근골격계에서 나타난다. 그다음이 노안(老眼)이고 청력 저하가 뒤를 따른다. 정상 노화에 따른 내부 장기 기능의 소실은 늦게 나타나는데, 이는 남아 있는 세포가 더 많은 일을 해서 버티기 때문이다. 고령 인구 비율 15%인 한국 사회를 몸으로 치자면 지금 근골격 기능 감소 사회로 접어들었다. 장차 노화로 사회 곳곳에 문제가 생기겠지만, 우선은 몸이 제대로 편안히 움직일 수 있도록 사회 진행 속도를 슬슬 줄여야 한다. 고령 사회로 접어든 몸은 '당장'과 '빨리'와 '후딱'을 받아들이질 못하기 때문이다.
고령 사회에서는 음식물을 씹고 위장으로 보내고, 십이지장으로 넘기는 시간이 길어진다. 시간 경쟁 분위기에서는 체해서 100세를 살 수 없다
. 팔과 손의 잽싼 조화로움이 무뎌져 많은 이가 무언가를 정확히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불안을 정리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속도감 있게 살았다. 그래서 위대한 성취가 있었지만, 이제 성장판이 달라졌다. 편안한 고령 사회를 만들어가려면 '빨리빨리'와 고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몸이 따라가질 못한다.
자료출처 : 조선일보 2018. 4. 3. 게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02/20180402025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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