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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

침묵(엔도 슈사쿠)

by 많은이용 2021. 9. 29.

침묵(엔도 슈사쿠 지음/공문혜 옮김/홍성사)

 

* 267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신부가 성화에 발을 올려놓았을 때 아침이 왔다. 멀리서 닭이 울었다.

 

* 293

밟아도 좋다. 네 발은 지금 아플 것이다. 오늘까지 내 얼굴을 밟았던 인간들과 똑같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 발의 아픔만으로 이제는 충분하다. 나는 너희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 그것 때문에 내가 존재하니까.”

주여,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

그러나 당신은 유다에게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라, 가서 네가 할 일을 이루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유다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지금 너에게 성화를 밟아도 좋다고 말한 것처럼 유다에게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라고 말했던 것이다. 네 발이 아픈 것처럼 유다의 마음도 아팠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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