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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야생화에서 봄을 느껴보세요

by 많은이용 2008. 5. 15.
야생화에서 봄을 느껴보세요

들녘에 피어나는 꽃은 그 아름다움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재잘대고

있지만 낯선 존재가 다가가더라도 친근한 눈빛을 건네지 않으면 냉정하게 입을 다물어버린다.

시인 김춘수가 노래했던 것처럼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름을

불러주면 세상에 더없이 고귀한 몸짓으로 화답하는 것이 야생화이다. 화사한 5월 가족과 함께

들꽃을 따라 주말나들이를 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충남 청양군 고운식물원에는 현란한 군무를 추는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봄바람을 타고 날아든

꽃씨는 사람의 손길도 마다한 채 제가 정착하고 싶은 곳에 뿌리를 내리더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맞춰 순서대로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빼어난 산세로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양의 칠갑산은 노래 '칠갑산' 덕분에 유명세를 탔지만

어디에 있는 지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칠갑산을 오롯이 품고 있는 청양이란 이름도 생소할

지경이다.

충남 청양은 강원도 산간마을 못지않은 '무명'의 고장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충청남도 한 가운데

공주·보령·홍성·예산·부여에 둘러싸여 있어 교통의 요지라 불러도 손색없다. 그런데도 철저한

'무명'의 고장이다.

전형적인 농촌이라 부르는 게 가까울 듯하다. 그러다 보니 도로 사정도 여의치않다. 동서 또는 남북을

관통하는 길도 없다. 주변까지 4차선으로 이어지는 국도는 대부분 청양으로 접어들면 2차선으로

좁아진다. 그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산이 칠갑산이다.

이곳에 고운식물원(www.kohwun.or.kr)이 있다. 칠갑산 한 자락에 의지한 식물원은 지금 조용히

봄을 만들어가고 있다. 조경사업을 하는 이주호(63) 원장이 1990년 조경수를 심기 위해 구입했다가

이듬해 식물원으로 간판을 바꿔단 후 2003년 4월 오픈했다.약 36만 3000㎡(약 11만평)의 부지를

25개의 테마정원으로 꾸몄다.

이곳에는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은 물론, 해외 희귀식물까지 7000여 종을

심었다. 돌 투성이의 척박한 비탈을 가꾸면서 18년이라는 세월을 모두 쏟아부은 이 원장의 애정은

그만큼 각별할 수밖에 없다.



식물원은 면적이나 식물 수에서 대한민국 최대다. 워낙 넓은 탓에 건성으로 돌아봐도 두 시간 가까이

필요하다. 발 아래 피어난 꽃을 만나 재잘대고 온갖 꽃들이 펼치는 향연을 즐기려면 하루를 보내야

할 지경이다.

식물원의 특징은 산책로와 입구 부근을 제외하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길을 따라

오르면 가장 먼저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채 소담스럽게 흰 꽃을 피워낸 돌단풍이 반긴다. 이 원장이

가장 아끼는 꽃 가운데 하나다.

그 뒤로 야생화원 및 조각공원이 시작된다. 국내 작가들의 조각작품 사이로 조성된 야생화화원에는

600여 종의 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초록 줄기를 밀어내기 시작한 비비추 사이로 보라색의 깽깽이풀의

환영식이 끝나면 노랑제비꽃·골고사리·관중·애기우산나물·감강애기나리·오이풀·흰꿀풀·노루오줌·

삼백초·두루미꽃·미치광이풀·헐떡이풀·각시둥글레·얼레지·도깨비부채 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움이

가득한 토종 야생화가 펼치는 열병식장으로 들어선다.



야생화원 한켠에는 작은 못이 있다.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고 마르는 일이 없는 이 못에는 지금

도롱룡이 산란한 알이 바닥을 가득 메이고 있다. 이곳이 전혀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임을 알리는

바로미터이다.

이어 습지원·수생식물원·잔디광장·비비추원 등을 지나면 식물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화사한 식물원 전경이 아름답지만 전망을 위래 주변에 탐스럽게 자란 향나무의 가지를 잘라낸 점이

아쉽다.



청양이 감춰놓은 또 하나의 보물은 칠갑산 중턱에 자리한 장곡사이다. 신라 후기인 문성왕

12년(850년) 보조국사 체징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장곡사에는 천년고찰답게 국보 2점, 보물 4점

등을 보유한 유서깊은 사찰이다.

장곡사는 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웅전이 두 개이며, 탑이 없는 절이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모시는 불전으로 절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물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상대웅전(보물 제162호)·

하대웅전(보물 181호) 등 두 개가 있다. 상대웅전에는 비로자나불과 약사여래, 하대웅전에는

약사여래가 봉안돼 있다. 불전 이름을 감안할 때 석가모니가 봉안돼야 하나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기록이 없어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일념으로 기도하면 난치병이 낫는 영험이 있는 부처님 약사여래가 모셔진 도량답게 기도의

효험이 뛰어나 신도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를 소화하기 위해 스님과 신도들이 각각 이용할 수

있는 대웅전을 따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뿐이다.

장곡사 들머리에 칠갑산대장군·여장군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여든 장승들로 꾸며진 장승공원도

볼거리다.


                                                                                                      < 글·사진 : 박상언 기자 >

                                                                                                    출처 : [마이프라이데이]
                                                                                기사제공 : [웹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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