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전문기자의 약선] 토마토
한국교직원신문 식품의약전문기자 박태균
식이섬유 ‘펙틴’ 풍부해 변비예방
고혈압 · 동맥경화 환자에게 추천
나는 흔히 채소로 오인됩니다. 식물학적으로 보면 난 과일이 맞아요. 채소로 잘못 불리게 된 것은 1893년 미국 대법원의 다분히 정략적인 판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에 수입된 채소엔 높은 관세가 부과됐지만 과일엔 관세를 물리지 않았어요. 미국의 업자들이 내가 해외에서 대량으로 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訴)를 제기했습니다. 나를 채소로 분류해 달라고 ‘생떼’를 부린 것이죠.
16세기에 난 원산지인 남미에서 유럽의 스페인으로 건너갔습니다. 처음엔 나를 먹지 않고 관상용으로만 즐겼어요. 독이 들어 있다고 여겨서죠. 나를 섭취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인데 이때도 오래 열을 가해 먹었습니다. 해독이 필요하다고 여겨서죠.
그러던 서양인이 요즘은 ‘내가 빨개지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고 말합니다. 내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죠.
나는 식이섬유인 펙틴이 풍부해 변비 예방에 유용합니다.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자랑거리예요. 한개만 먹으면 하루 필요량의 3분의 2를 충족시킬 정도입니다.
한방에선 붉은 식품을 심장에 이로운 음식으로 칩니다. 붉은 식품 가운데서 생김새가 심장과 가장 흡사한 것이 바로 나죠. 5∼9월이 제철인 나를 잘라 보면 심장 내부처럼 4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까지 닮았습니다. ‘동기상구’(同氣相求, 동물의 간을 먹으면 간이 좋아지고, 머리가 좋아지게 하려면 호두 등 뇌 모양과 비슷한 것을 먹어야 한다는 한의학 이론) 이론에 따르면 나는 분명히 심장에 이로운 식품입니다. 내가 심장 건강에 이롭다는 것은 서양 의학이나 식품영양학자들도 동의합니다. 고혈압ㆍ동맥경화 환자에게 매일 아침 공복에 나를 한두 개씩 먹으라고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죠.
심장 건강에 유익한 성분은 내 붉은 껍질 부위에 풍부한 라이코펜입니다.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라이코펜은 유해산소를 없애 심장병 등 혈관질환과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항산화 성분이죠.
1300명의 유럽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라이코펜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집단의 심장마비 발생 위험은 가장 적게 먹는 집단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40세 이상 미국인 48000명을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나를 주재료로 한 요리를 주 10회 이상 먹은 그룹은 주 2회 이하 섭취한 그룹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45%나 낮은 것으로 드러났어요.
나의 대표 웰빙 성분인 라이코펜을 더 많이 섭취하는 요령이 있습니다. 푸른 색 대신 붉은 색, 온실이 아닌 야외에서 재배한 것을 사 먹는 것입니다. 올리브유 등 식용유를 넣어 조리해 먹는 것도 효과적이에요. 가열ㆍ조리하면 내 껍질에서 라이코펜이 더 많이 빠져 나오며, 지용성(脂溶性)인 라이코펜을 기름과 함께 먹으면 체내에서 잘 흡수되기 때문이죠. 케첩ㆍ주스 등 나를 가공한 식품엔 라이코펜이 생것의 2∼8배나 들어 있습니다.
난 다이어트용 식품으로도 그만입니다. 크기나 품종을 불문하고 열량(100g당)이 14∼17㎉에 불과해요. 나를 이용해 만든 소스ㆍ케첩의 열량이 약간 높지만 44ㆍ119㎉ 정도에 그칩니다.
단점도 있어요. 예민한 사람에겐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를 먹은 뒤 자주 입이 헐거나 알레르기로 고생한다면 섭취를 삼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일부 푸른 것에 함유된 솔라닌 성분은 민감한 사람에게 편두통을 일으켜요.
구입할 때는 색이 고르고 꼭지 부위에 녹색이 남아 있지 않는 것을 고릅니다. 꼭지는 짙은 녹색을 띈 것이 좋아요. 둥글고 무게감이 있으면 신선하며 물에 담갔을 때 가라앉는 것이 당도가 높아요.
나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냉해를 입기 쉬워서죠. 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둡고 선선한 곳에 두고 먹으면 됩니다. 덜 익은 나를 빨리 익히려면 종이 백에 사과ㆍ바나나와 함께 넣어두는 것이 방법입니다. 사과 등에서 나온 에틸렌(식물 노화 호르몬)이 숙성을 촉진하기 때문이죠. 나는 토마토입니다.
'건강한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수 비결 (0) | 2011.05.13 |
---|---|
[알아두면 약이되는 음식이야기] 은행 (0) | 2011.05.11 |
[건강] 녹색미, 검정보리, 보라색당근, 자주색양파... (0) | 2011.05.11 |
당뇨병은 제대로 알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0) | 2011.02.23 |
땅콩, 살찔까봐 안 드세요? (0) | 2011.02.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