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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안숙자

by 많은이용 2011. 10. 15.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

 

글: 안숙자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인가 
말갛게 씻기어 높다란 하늘에 
한 조각 흰구름에 
시리디, 시린 그리움 한 조각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의 
시조 한가락과 마른기침 소리가 그립고 
갈퀴 같던 손으로  
참빗에 물 축여가며  
머리를 땋아주던 할머니의 손길이 그립고 

까만 구두만 보고서도 기가 질려  
눈길조차 마주치지 못한 아버지가 그립고 
늘 부지런 떨며 바람소리 같던  
엄마의 젊음이 그립다 

반질반질 윤이 나던  
코흘리개 동생의 소매 끝이 그립고 
허리에 동여 매여  
고무줄놀이 짜증 나게 하던  
어린 동생들이 그립다 

유년의 뜰에 함께 뒹굴던 
단발머리의 촌티나던  
옛 동무가 생각나고 
고향집 대밭에 외로움으로 익힌 
잘 여문 알밤이 생각나고 
헐벗은 가지 끝에  
딱 하나 남은  
까치밥의 애처로움마저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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