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의 약선] 아욱
칼슘·칼륨·베타카로틴·식이섬유 풍부
노화 억제…땀 많은 사람들에게 권장
내가 얼마나 아까웠으면 미운 며느리에겐 절대 주지 않았을까요?
속담에도 ‘가을 ○○국은 마누라 내쫓고 먹는다’, ‘가을 ○○국은 사립문 닫고 먹는다’고 했어요. 나는 5월 하순∼7월에 주로 수확되나 맛은 가을에 서리가 내리기 전이 최고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내 학명‘Malva’은 라틴어의 ‘malache’(부드럽다)에서 유래됐어요. 잎이 유연하고 먹으면 장운동이 부드러워진다는 뜻이죠. 내 씨(동규자)를 하루에 10g 가량 달여 먹으면 변비 해소에 유익하다고 하니 장운동을 돕는데는 내력이 있는 셈입니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추정되며 주나라 때 편찬된 중국 최초의 시가집 ‘시경’(詩經)에는 으뜸 채소로 기록돼 있어요. 과거에 내 별명은 파루초(破樓草), 상추는 월강초(越江草)였습니다. 살림이 곤궁해 미역을 구할 형편이 못된 산모가 대신 나와 상추로 국을 끓여 먹었다는 얘기가 전해져요. 나는 산모ㆍ아기에게 이로웠고 상추는 해로웠다는 것이 유래입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웰빙 채소’인 나를 더 심기 위해 다락(樓) 한 채를 허물었고, ‘기피 식품’인 상추는 강 건너 멀리 심었다는 이야기이나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상추가 아이나 산모에게 해로운 이유도 특별히 없어요.
나는 파옥초(破屋草)라고도 불렸어요. 여기서는 정력이 딸리고 조루 증상까지 있는 남자가 등장합니다. 이 남자가 나를 먹은 뒤 다시 힘을 쓰기 시작하자 다음날 아침 아내가 집(屋)을 허물고(破) 나를 심었다는 ‘믿거나 말거나’인 옛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학자들은 내 안에 정말로 정력 증강ㆍ조루 치료 성분이 함유돼 있는지 살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어요. 각종 영양이 고루 든 나를 즐겨 먹으면 몸이 튼실해져 스태미나도 증강되지 않을까요?
영양적으로는 칼슘(뼈 건강)ㆍ칼륨(혈압 조절)ㆍ베타카로틴(항산화 효과)ㆍ비타민 C(항산화 효과)ㆍ식이섬유(변비 예방) 등이 풍부한 채소입니다. 서양인이 슈퍼 푸드로 추앙하는 시금치보다 영양 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칼슘 함량이 시금치의 거의 두 배여서 성장기 어린이에게 권할 만합니다. 노화 억제용 채소로도 유용합니다.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시금치 못지않게 풍부하기 때문이죠.
또 나는 서늘하고 찬 성질을 갖고 있어 평소 땀을 많이 흘리거나 갈증을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도 권장됩니다. 사람들은 내 연한 잎과 줄기를 즐겨 먹어요. 된장과 나를 함께 넣어서 끓인 국은 일품입니다. 된장국(토장국)에는 철마다 다른 식재료를 써야 제 맛이죠. 보통 봄에는 냉이ㆍ달래 등 봄나물과 조개, 여름에는 근대ㆍ시금치ㆍ솎음배추, 가을에는 나ㆍ배추속대, 겨울에는 시래기가 가장 잘 어울립니다.
새우와 나를 함께 넣어 끓인 국은 별미이면서 찰떡궁합인 음식이죠. 강장식품으로 여겨져 온 새우에 부족한 비타민 Cㆍ베타카로틴ㆍ식이섬유는 내가, 내게 부족한 단백질은 새우가 보충해주기 때문이죠.
나는 잎이 넓고 부드러우며 대가 통통하고 연한 것이 양질입니다. 가급적 색깔이 짙은 연두색인 것을 고르세요. 나는 ‘가을의 전설’ 아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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