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興味 意味 妙味로 버무린 맛있는 수업
문영택(제주교육청 장학관, 수필가)
최근에 일반고, 특성화고, 특수목적고 세 고교에 대한 수업컨설팅 활동에 팀장으로 참여해 교사와 학생과의 교수·학습 장면을 살펴봤다. 다양한 기자재를 활용하거나 적절한 언행으로 학생들과 함께 좋은 수업에 푹 빠진 교사가 있는 반면, 교사 중심의 주입식 수업으로 임하는 교사도 더러 보였다.
학교마다 교육목표와 진로진학 방향이 다른 만큼 교수·학습에 대한 컨설팅도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호텔, 공동실습장, 동물원 등 취업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있는 특성화고에는 안전보호 장치 없이 용접하는 실습 현장이나 다소 청결하지 못한 요리 실습실에 대해 개선을 주문했다.
일반고와 특목고에는 글로컬 리더의 덕목을 조언했다. 글로컬(global과 local의 합성어) 리더란, 지역을 사랑하고, 세계를 누비며 꿈을 펼치는 세방화(세계화+지방화) 인재를 말한다. 이를 위해 학교 인근에 있는 여러 오름과 4ㆍ3 때 폐허가 된 마을에 대한 체험학습을 권하기도 했다.
학교 특색 고려해 적합한 교육활동 컨설팅 해야
수업컨설턴트들은 수업을 준비하고 시연한 교사들에게 공감과 소통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사전ㆍ사후협의회를 통해 교수ㆍ학습의 세세한 데까지 애정 어린 조언을 전하곤 한다. 특히 지정수업 발표에 나선 교사들에게는 수업연구대회 참여를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다음 해에 개최되는 교실수업개선실천연구대회의 참가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일반화 돼 있는 수업발표대회를 제주에서는 2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개선의 과정을 거치며 개최하고 있다. 교수·학습 방법 개선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수업 잘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시작한 수업발표대회는, 그 동안 수많은 수업명인들을 선발했고, 그들에 의해 명품수업이 제주 전역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제주교육은 수능 표준점수에서 4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제2회 수업발표대회에 참여했던 필자는, 당시 영상학습과 협력학습을 통한 프랑스어 의사소통 향상방안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었다.
학교마다 펼치는 특색 있는 교육활동과 더불어, 그 학교에 적합한 교육활동을 찾아 권하는 것이 수업컨설턴트의 본분이자 제 역할일 것이다. 다음은 이런 취지에서 여러 선생님들에게 권하는 좋은 수업에 대한 필자의 단견이다.
수업에도 음식처럼 우러나는 맛이 있으니
나는 수업을 곧잘 음식에 비유하곤 한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음식이 신체 에너지가 되듯, 경험은 정신 에너지가 된다고 했다. 음식과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심신이 성숙해지고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이를 알기에 교사는 좋은 음식을 장만하려는 어머니 마음처럼 좋은 수업을 우리 학생들에게 주려한다.
좋은 수업이란 어떤 모습일까? 최근 내가 관찰한 여러 선생님들의 좋은 수업에는 ‘흥미(興味)·의미(意味)·묘미(妙味)’라는 맛깔스러움이 버물려 있었다. 디지털 방식의 수업이든 아날로그 시대의 수업이든 학습자들을 위한 수업은 재미와 흥미가 있어야 한다. 수업에서의 흥을 돋우는 맛은 곧 음식에서의 단맛과 같다. 하지만 단맛만을 중시한다면 아이들은 편식증을 앓을 수도 있다.
좋은 음식에는 단맛 못지않게 균형 잡힌 영양분이 담겨있어야 하듯, 좋은 수업은 흥미와 더불어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이는 학습자의 뜻(意)을 펼칠 수 있는 교육활동으로, 지식과 지성을 길러내는 학습의 장면들이고, 그들의 진로진학에 대한 뜻을 스스로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된다.
음식의 맛을 돋우는 데에는 식탁과 식당 분위기 역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음식의 별미가 좋은 분위기에서 만들어지듯 수업의 묘미는 다양한 교육환경 속에서 우러나는 맛일 것이다. 그러기에 교수·학습하는 곳은 학교의 교실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의 현장이 돼야 한다. 수업에 깃들어 있는 묘미는 학생들에게 삶의 나침판이고 행복의 씨앗이 된다. 바둑에서 묘수를 찾고 일터에서 묘안을 찾는 것처럼, 묘미는 생활에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주는 의지와 같은 것이고, 우리 아이들이 평생을 두고 그 수업과 그 선생님을 회상하면서 행복에 젖게 하는 그 무엇일 것이다.
좋은 음식은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그렇듯 좋은 수업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인생을 꾸리게 하는 에너지 보고이다. 좋은 음식이 만든 이의 손맛과 정성에서 우러나오듯, 좋은 수업은 선생님들의 사랑과 열성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수업은 좋은 음식처럼 흥미, 의미, 묘미라는 맛깔스러움이 우러나는 수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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