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걱정 때문에 행복을 놓치고 있진 않나요?
[62]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 '
이성과 종교의 조화로운 융합 꿈꾸며 이상적인 사회 주장한 에라스뮈스
귀족·학자·성직자 등 당시 지도층, 바보 신 통해 재치있게 풍자해 금서돼
수많은 걱정거리에 우울해하기보다 마음의 여유 갖고 자신을 사랑해야죠
네덜란드의 에라스뮈스는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인문학자로 꼽힙니다. 그는 '우신예찬'이라는 책을 통해 당시 귀족과 성직자 등 지배층을 날카롭게 꼬집었어요. 우신(愚神)은 '어리석음의 신'을 의미해요. 예찬(禮讚)은 훌륭하고 좋은 것을 존경하고 찬양한다는 뜻이고요. 즉 '우신예찬'은 '어리석은' 바보 신을 '찬양'하는 작품입니다.
에라스뮈스가 바보 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그의 말을 통해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 진정 지혜로운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는 인간의 이성과 종교의 조화로운 융합을 꿈꾸며 '인간의 이성에 기초하되 그 한계를 뛰어넘는 사회'를 이상향으로 보았지요. 때로는 터무니없는, 가끔은 날카로운 바보 신의 말을 통해 에라스뮈스가 꿈꾸는 사회상을 내비친 거예요.
특히 바보 신이 궁정 귀족을 재치있게 비판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답니다. 이렇게 결점을 무엇에 빗대어 재치있게 비판하는 것을 '풍자(諷刺)'라고 해요. 에라스뮈스의 풍자가 돋보이는 '우신예찬'은 바보 신의 자기 자랑을 통해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바보 신이 한 말 중에서 다음의 대사가 유명해요. "가벼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이 없고, 가벼운 것을 심각한 문제를 푸는 단서로 삼는 것보다 재치 넘치는 것은 없다." 어때요? 어리석은 바보 신의 말이라고 하기엔 꽤 재치 있지 않나요? 바보 신의 이 말을 근거로 들며 에라스뮈스는 균형 있는 풍자 정신을 뽐내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요.
- ▲ 에라스뮈스는 가벼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했어요. 여러분도 작은 걱정거리를 끌어안고 우울하게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세요. /그림=이병익
잠깐 작품을 들여다보며 에라스뮈스가 인간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볼게요. "제우스는 인간의 삶이 슬프고 지루하지 않도록 인간에게 이성보다는 정열을 더 많이 주었다. 24대51의 비율로. 게다가 제우스는 이성은 머릿속 한쪽 구석에 처박아두고 온몸은 정열에 내맡겼다." 인간은 원래 이성보다 감성의 지배를 더 받는다고 바보 신이 말하고 있군요.
#. 이야기 하나
코카콜라와 매출액 차이가 심했던 펩시가 코카콜라의 일인자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한 계기가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광고에 활용한 것이에요. 펩시는 단 4개 TV 채널에 광고하는 대가로 마이클 잭슨에게 무려 1200만달러를 지불했어요. 이후 펩시는 밝고 활기 넘치는 젊은 세대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했지요. 사람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한 광고로 성공을 거둔 셈이에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랑보다는 남들에게서 칭찬받기를 더 바라곤 합니다. 그러나 바보 신은 자기를 칭찬하는, 자화자찬(自�自讚)을 더 즐기지요. 자기 잘난 점을 큰소리로 자랑하는 모습이 참 우스꽝스럽지요. 바보 신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해요. 자기애(自己愛)와 자존감이 사랑의 출발이라는 거예요.
#. 이야기 둘
질 테일러는 하버드대의 뇌과학자입니다. 그녀는 1996년 뇌졸중에 걸려 좌뇌 기능 장애를 겪었어요. 이성적인 생각을 담당하는 좌뇌에 문제가 생기자 감성과 직관을 담당하는 우뇌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어요. 이에 따라 그녀는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거의 사라지고 고요한 행복감에 빠져들었다고 해요. 이후 그녀는 우뇌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큰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바보 신의 아빠는 '부(富)'의 신, 엄마는 '청춘(靑春)'의 신이라고 해요. 또 '무지'와 '도취'라는 두 유모(乳母)의 젖을 먹고 자랐다네요. 바보 신의 친구들 이름의 뜻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답니다. 자기애(자존심)·아첨·망각·게으름·관능·부주의·무기력….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안에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바보 신이 말하는 인간의 결혼에 대해서도 살펴볼게요. "결혼의 불편함을 미리 따져보았다면 어느 누가 결혼할 것이며, 아이를 낳는 위험과 키우는 수고를 생각한다면 아무도 자식을 낳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결혼하는 것은 바보 신의 친구인 '부주의' 때문이고, 여자들에겐 '망각'이 있기에 출산의 고통과 양육의 수고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주장이에요.
우신예찬은 궁정 귀족은 물론이고 시인·학자·성직자 등 당시의 지도층을 모두 풍자 대상으로 삼아 금서(禁書)가 됐어요. 때로는 작가 이름이 지워지거나 여러 내용이 삭제된 채 읽히곤 했답니다. 여러분은 약 500년 전에 쓰인 이 책에서 지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나요? 사람들은 여전히 어려운 철학적 문제에 매달리고 있으며, 수많은 걱정거리를 끌어안고 살고 있지요? 깊이 생각할수록 스트레스는 더 커지고, 그 탓에 활기를 잃어가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때때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일이 오늘날에도 종종 벌어지고 있지요.
공부다, 시험이다, 여러분에게도 걱정거리와 스트레스가 참 많지요? 오늘 여러분이 우신예찬에 나오는 바보 신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친구들에게 재치 있는 말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거예요.
[고전 1분 퀴즈]
우신예찬은 에라스뮈스의 ( ) 정신이 돋보이는 책이에요. 이것은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재치있게 비판하는 것을 말해요.
정답 : 풍자
- 안진훈 | MSC브레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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