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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

최혜경 수석교사의 소통하는 수학수업

by 많은이용 2014. 3. 5.
최혜경 수석교사의 소통하는 수학수업
 

 글│한주희 행복한 교육기자

 

최혜경 수석교사의 수업은 ‘3無’로 시작된다. 첫째는 교과서, 둘째는 침묵, 셋째는 야단이다. 수업은 내내 아이들의 대화로 진행된다. 자칫 소란스러울 수 있지만 얘깃거리는 어디까지나 수업주제에 머물러있다. 학생 간 쌍방향 소통은 40분간 ‘수업 몰입도’를 최고로 높였다. 학생 참여 100%도 실현됐다. 최 교사는 “100% 모든 아이가 참여하는 수업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배움은 모든 학생에게 일어난다.”고 말한다.  

 

3~4명이 함께 푸는 수학문제… 실생활 연계로 흥미 높여

“아몬드 1kg을 나눠주려고 하는데 3개 반과 어떻게 나눠 먹을까?”

대구들안길초 5학년 2반 수학시간. 최 교사는 통에 담긴 아몬드 1kg을 보여주며 수학수업을 시작한다. 아몬드를 쳐다보던 학생들은 몇 개의 안을 내놓는다. 학생 수, 모둠 수, 반별로 나누자는 3개 안건이 채택되자, ‘어떻게 해야 합리적으로 나눠 먹을 수 있을까’로 아이들은 다시 분주해진다.                         

이날의 학습주제는 두 자연수를 나눠 몫을 소수로 나타내기. 1) 1kg ÷ 63명, 2) 1kg ÷ 15 모둠, 3) 1kg ÷ 3개 반의 몫을 구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최종 목표다. 교사는 칠판에 각 문제를 적고, 아이들은 한 명씩 나가서 문제를 푼다. 여기서 주목할 건 1문제를 푸는 학생이 여러 명이라는 것. 한 학생이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몫을 구하면, 둘째 자리는 그 다음 학생이 푸는 식이다.

“한 문제를 3~4명이 공동으로 풀어요. 교사는 지켜볼 뿐, 설명하는 것도 아이들이죠. 저는 아이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줄 뿐입니다. 아이들은 문제를 풀고 설명을 하게 되죠.”

최 교사는 ‘이해가 됐나요?’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그리고 꾸준히 “기다려봐.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며, 모든 아이가 이해가 됐다고 손을 들고 나서야 다음으로 넘어간다. 아이들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서로 대화를 통해 풀어간다. 이번 수업에서 나현승(11) 군은 몫을 왜 반올림해 나타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3번째 설명자로 나섰다.  

 

“반올림은 0~4까지는 버리고 5~9까지는 올리는 것으로, 몫을 반올림하는 이유는 올림이나 버림보다 더 정확한 값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됩니까?”

친구의 눈높이에서 반올림이 무엇인지부터 천천히 설명하는 나 군의 말에 이해를 못했던 아이의 고개는 끄덕여진다.

 

‘소통’으로 수준별 수업 난제 풀다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학습을 해야 하는 까닭에 교사는 어느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야 되는지 고민을 하죠. 그러나 ‘같이 수업해야 하는데 수준이 달라서 어렵다.’가 아니라 ‘수준이 달라서 같이 수업해야 한다.’로 생각을 바꾸면 해결이 돼요. 생각이 같고 과정이 같다면 함께 수업할 필요가 없겠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방법을 보태어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같이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교실 수업에서 수준 차이는 걸림돌이 아니라 다른 특성들이 모여 함께 이뤄내는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수업은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죠.”

최 교사는 수업시간에 서로 도움을 받아 알아가는 과정은 귀한 경험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 학생 참여 ‘100%’ 달성도 가능해졌다. 각 단계 단계마다 모두가 이해할 때까지 동의와 협상을 반복하며 친구들이 설명자로 나선다. 책상은 칠판을 중심으로 U자로 배치, 서로 마주 보며 원활히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수업시간 몰입도는 더욱 높아졌다.

수준 높은 아이들은 지루해하지 않을까. 최 교사는 ‘NO’라고 단언한다. 잘하는 학생은 발표하는 데 목표를 둔 것이 아니라 소통하기 위해 나선다는 것. 그러자면 설명은 더욱 구체화되고 정교해지고 논리적이 된다.

“단순히 답을 발표하는 게 아니에요. 친구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구성해야 해요. 예컨대 소수의 나눗셈에서 나머지가 있으면 왜 소수 끝자리에 0을 붙여서 계속 나눌 수 있는지 설명하려면 십진법의 개념을 가져와야 해요. 잘 아는 아이에게도 수업은 설렘과 기대의 연속입니다.”

그 결과, 기초학력미달 학생은 0명.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수학성적은 평균점수를 웃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수학시간을 좋아하게 됐다. 현장학습 때문에 수학수업을 못하게 되면 아쉬움을 토로할 정도. 최 교사는 “함께 배우는 수업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것을 보면 학생들은 나눔과 배려의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학생은 ‘배우고 싶어 하는’ 존재

최 교사가 모두와 함께하는 ‘소통수업’을 고민하게 된 건 교직경력 29년 차였던 2년 전이다. 가끔 다른 학교에서 공개수업 요청을 하면 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간 수업을 하곤 했는데, 그 때는 학습부진학생만으로 수업을 선보였다. 공개수업을 마치고 돌아서는 데 학생들이 공책 한 귀퉁이에 편지를 써서 건넸다. 편지에는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글귀가 적혀있었다.

“글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어요. 지난 교직 생활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됐지요. 학습부진학생은 알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저도 모르게 어느 정도는 포기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아이들 마음속에는 배움이 있었죠. 학생들은 ‘모두 다 배우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목표에 맞게 수업을 해야 합니다.”

소통수업은 모든 아이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반마다 2~3명씩 학습부진 정도가 심한 아이들도 친구들이 하는 얘기이기에 더 알고 싶어 했다. 처음엔 끝까지 이해하라고 친구들의 설명이 이어질 때는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매시간 무언가를 배우면서 무료한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모르는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애를 쓰기도 하고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모른다’는 것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하고 서로 알려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연출됐다. 최 교사는 “수업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하는 것이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배우는 것을 좋아하게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매년 모든 차시 재구성… 10년째 ‘수업일지’로 수정·보완

수업 몰입도를 높이는 또 다른 비결은 교재재구성이다. 최 교사는 모든 차시를 재구성한다. 학습주제에 맞게 실생활과 접목된 장면을 제시하여 학습문제를 도출한다. 예를 들면, 교실 창문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를 직접 재고 넓이를 구하기 위해 ‘순소수×순소수’의 곱셈 방법을 발견해 활용하기도 하고, 정답의 성공과 실패로 재료를 선별해서 ‘카나페 만들기’, 비율을 활용한 ‘가장 먹음직스러운 카레 덮밥 완성하기’ 등 실생활 적용 수업을 하기도 한다.

“헷갈리는 수학개념은 카나페 만들기 등과 같이 특별한 경험을 통해 기억이 오랫동안 남도록 했어요. 주변에서 같이 고민해볼 문제를 찾아서 매년 모든 차시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지요. 아무리 연차가 오래됐어도 수업연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지요.”

최 교사는 31년차 베테랑 교사지만 매 차시 ‘수업일지’를 쓴다. 10년 전부터 시작한 수업일지에는 단원별 전개 계획과 그날 느낀 소감이 빼곡히 적혀 있다. 판서 된 내용을 사진으로 찍고, 각 단계에서 학생의 반응을 적어 놓았다. 교과를 재구성할 때마다 부족한 부분은 수정·보완한다. 이제는 수석교사로 후배교사의 수업컨설팅을 도와주고 있다. 공개수업을 해야 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과거와는 사뭇 태도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수업을 창작하는 것처럼 ‘와~ 참신하다. 아이디어 좋다.’는 말을 듣거나 자신이 돋보이길 원했다면, 지금은 자신이 보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보여주고 싶은 수업은 교사는 뒤로 빠져있고, 아이들이 서로 도와주면서 공부하는 모습이다. 최 교사는 “오히려 화려하고 멋진 수업을 보여줄 때보다 동료교사의 호응이 높다.”고 말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수업은 융합수업이다. 교과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수업을 고민 중이다.

“여기에 있는 이 컵의 손잡이 디자인 하나에도 수학적 원리가 녹아 있어요. 컵 고리를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 각도로 만들어야 잡기 편한지 등 여러 가지가 고려돼 있지요. 이처럼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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