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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

류혜숙 수학교사의 ‘스토리텔링 수업’

by 많은이용 2014. 3. 5.

 

생활 속 이야기로 수학에 대한 흥미 높여

연극 · 노래 · 시 등 타 교과 융합으로 재미는 두 배

 

류혜숙 수학교사의 ‘스토리텔링 수업’

 

생활 속 이야기로 수학에 대한 흥미 높여

연극 · 노래 · 시 등 타 교과 융합으로 재미는 두 배

 


교직경력 17년차인 류혜숙 용인신릉중학교 수학교사는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스토리텔링

수학’을 지난 10여 년 전부터 수업에 시도해 왔다. 연극·노래·시 등으로 수학에 접근하고

실생활 문제는 수학으로 풀어냈다. 그 결과 수학은 아이들에게 ‘기다려지는 수업’으로 바뀌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귤껍질을 까서 원을 만들자 원의 반지름(r)이 귤의 지름이 되며,

귤의 겉넓이가 4πr²이라는 것을 알았던 실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오차가 클 것으로 예상해

쓸모없는 실험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차가 거의 없는 것을 보고 놀라웠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헷갈렸던 구의 겉넓이 공식을 다시 한 번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용인신릉중학교 1학년 2반 수학시간. 이광현 군은 ‘입체도형의 부피와 겉넓이’ 단원을

총정리하며 한편의 수학일기를 썼다. 지난 시간 배운 수학공식을 정리하고 배우면서 느꼈던

점을 적다보니, 글 속에는 단원의 중요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류혜숙 교사는 이 군의

수학일기 발표가 끝나자, 단원의 마지막 차시 수업을 시작했다.

“수학일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말과제나 단원과제로 학생들이 쓰고 있어요. 그간 배운

내용과 감상을 글로 써보는 활동은 문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요. 딱딱한 내용을 이야기나

글로 풀어쓰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실생활과 연관되면 더욱 도움이 됩니다.”

 



실생활 속으로 떠나는 수학여행

  류 교사는 실생활 속에서 수학을 찾는다. 이번 시간에는 대부도 유리섬 박물관의 다양한

입체도형이 학생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교과서에서 본 구, 원뿔, 원기둥 이외에 아름다운

곡선의 입체도형은 아이들의 생각을 교과서 밖으로 확장시켰다. 더불어 대부도에서 겪은 일은

수학 문제를 담은 이야기로 학생들에게 제시됐다.

  “대부도에서 시장에 갔는데 반지름이 각각 4cm, 3cm인 사과를 팔고 있었어요. 4cm는

5개에 1만 원, 3cm는 10개에 1만 원이었지요. 여러분, 선생님은 배가 너무 고파서 무조건

양이 많은 사과를 사고 싶었는데요, 어떤 사과를 사는 게 좋았을까요?”

학생들은 각 조별로 지난 시간 배운 수학 공식을 이용해 해답 찾기에 골몰한다. 8개 조는

서로의 풀이 과정을 비교하며, 구의 부피 구하는 공식을 통해 4cm 사과를 사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처럼 류 교사의 수업은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친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숨겨진 수학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김유진

양은 이번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수학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었다.

  “광어(친구 광현이의 별명)는 힘들게 눈을 뜨고 일어나 칫솔질을 하러 화장실로 갔어요.

그런데 컵에 물을 받았더니 이물질이 가득한 거예요. 당장 관리사무소로 가서 따졌죠.

관리소장은 뒤통수가 따가웠어요. (중략)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고슴도치 회사와 노가리

회사가 물탱크를 만들 수 있는데, 고슴도치 회사는 반지름 5m, 높이 5m인 원기둥 물탱크이고,

노가리 회사는 반지름 5m인 구모양의 물탱크였어요. 설치비용이 물탱크의 겉넓이에

정비례할 때, 어떤 회사의 물탱크가 더 경제적일까요?”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문제의 답을 풀어 간다. 각 조별로

구와 원기둥의 겉넓이와 부피를 구하고는 답을 턱하니 내놓는다. 김 양에 이어 박형석 군은

친구 2명과 함께 수학이야기를 캐롤송으로 만들어 들려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기 위해

굴뚝을 빨갛게 칠해야 하는데, 원기둥 모양의 롤러로 굴뚝을 다 칠하려면 몇 번을 돌려야

하는지를 가사에 담았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노래와 율동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가사 속에 담긴 수학 문제를 찾아냈다. 이유현 양은 “문제를 이야기나 노래로 바꿔 들으니

문제를 풀 때 흥미진진했다.”며 “한 문제 한 문제가 다 재밌고, 그것을 모둠별로 친구들과

같이 풀어 더 좋았다.”고 웃는다.

 



연극·노래·시 등 매년 한 가지씩 주제에 접목

  류혜숙 교사는 수학을 생활 속 이야기로 풀어내며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낸다. 수업이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흘러간다면 아이들의 지루함을 덜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나 실생활 문제를 수학으로 접근하면서 타 교과와의 융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수학을 시험 치르는 용도로만 여겨서 안타까워요. 생활에 필요하다고 느끼고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은 높아지지요. 그러다보니 교과서 밖 활동을 많이 하게 되고, 타 교과와의

융합도 활발해요. 글쓰기와 수학을 접목한 수학일기는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요.”

  류 교사는 10여 년 전부터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1차 방정식을 너무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연극을 도입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에는 술래잡기, 노래, 시 등 매년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자 수업

시간은 더욱 활기차졌다. 류 교사는 “수학시간이 재미없다는 소리가 싫었다. 한 시간을

어떻게 놀고 갈까를 고민하면 아이들도 놀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처음엔 아이들이 ‘왜 이런 걸 하냐?’고 귀찮아하기도 하고 괴롭힌다고 받아들이기도 했다.

초기에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아이들과 소통이 이뤄지자 수학은 ‘기다려지는 수업’

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수업을 재미있어하고 좋아하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자거나 딴 짓을

하지 않고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성적도 더 올랐습니다. 특히나

수업의 성패는 교사와 학생 간 소통에 달려 있기 때문에 보다 친밀해지고 가까워졌지요.”

 



1:1 멘토-멘티제로 수준 격차 해소

  수학은 개별 학생마다 수준 격차가 큰 과목이다. 특히나 실생활과 접목하면서 문제 난이도

가 높아지는 상황에 대비해 류 교사는 멘토-멘티 간 결연을 통해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수학 성적으로 연간 총 4번에 걸쳐 멘토-멘티를 1:1로 짝지어주는데, 멘티가

주로 발표를 맡고 멘토는 멘티를 도와준다. 멘티가 발표를 잘하면 멘토에게도 보상이 돌아가기

때문에 서로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그래도 낙오된 학생들은

협력교사의 도움을 받는다. 교과교실 뒤편에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이해가 안 될 때는

잠시 본 수업에 빠졌다가 다시 투입된다. 류 교사는 “당장은 수학을 잘 하지 못해도 흥미는

가지고 있어야 나중에 ‘수학포기자’가 생기지 않는다.”며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수학교사

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수업의 변화를 겪으면서 교사로서 ‘품’은 훨씬 늘었다.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방학 때마다 교과를 재구성해야 하고, 활동 결과물은 1:1로 피드백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시간도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 스스로 풍성한 이야기 거리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방학 때마다 시중에 나온 잡지책을 대부분 섭렵해요. 수업에 어떤 것들이 활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곳을 다니고 경험하며 사진으로 꼭 남겨두지요. TV 광고 하나를 볼 때도 어떻게

수업에 적용할지에 대해 항상 고민해요. 아이들의 흥미를 확 끌어들이기 위해 마술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타 교과 수업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수학보다 타 교과

수업이 더 도움이 되기 때문. 특히나 최근 논술과 토론을 수학 수업에 도입할 기법을 고민

하면서 국어·도덕·사회 교과 수업을 열심히 연구 중이다. 단순히 문제풀이 토론에 머물고 있는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내년에는 아이들의 감성을

높이기 위해 예술작품과 수학과의 접목도 준비하고 있다. 류 교사는 “매년 하나의 주제로

정확한 피드백을 얻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하게 접목해 보면서 종합적인 결과물을 얻고

싶다.”고 말한다.

 

  

교육연구사의 수업참관록

 

  수업은 ‘만남’을 전제로 한다. 인간 대 인간의 만남. 학생들은 선생님의 수업을 돕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고마워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잔뜩 예민할 것 같은 아이들은 수학일기를 발표하며 뽐내는 듯했고, 크리스마스 캐럴에

 수학공식을 개사해 붙이면서 질풍노도의 중학생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깜찍한 율동도

곁들였다. 40명 가까운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연결해서 만든 ‘입체도형의 겉넓이와 부피’

공식의 문제 수준은 아이들을 모두 ‘원기둥’과 ‘구’에 대한 심미안을 가진 수학천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스토리텔링’이나 ‘융합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기

때문이 아니라, 통합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창의 수학과정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수업이었다. 선생님이 수업하는 내내 퍼트린 “수학 너무 재미있지 않니?”를

유행어처럼 따라 하고 있는 아이들이, 수학을 ‘재밌고 잘하고 싶은 과목’으로 여기게 만든

것은 교사의 에너지였다.

                                                                           - 행복한 교육 2014년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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