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이 생기니 해야 할 일이 보여요!”

“비전이 생기니 해야 할 일이 보여요!”

(어거스트 홍 조선에듀케이션 행복인성연구소장 )

 

얼마 전 TV에 고등학생 아들 때문에 고민이라는 한 아빠의 사연이 소개됐다. 아들은 되고 싶은 것이 없는 아이였다. 고교 졸업 후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벌어 입에 풀칠만 하고, 남는 시간에는 게임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게임을 아주 잘하거나 중독 수준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이야기였다.

많진 않지만 가끔 이런 아이들을 본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욕심도 의욕도 없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의 문제는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멈춰선 아이들의 기관차를 다시 달리게 하려면 마음속에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 이제부터 소개할 몇 가지 사례는 비전을 만나 기관차를 다시 달리게 한 아이들 이야기다.

중학교 3학년 경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1년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심한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학교 친구들과는 그럭저럭 잘 지냈는데, 축구팀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덩치 큰 축구부 아이들은 영어도 잘 못하고 왜소한 경호를 의도적으로 따돌렸다. 이후 경호는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까지 겪었다.

결국 예정보다 빨리 귀국한 경호는 한국에서도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한 채 점점 소극적인 아이가 되어갔다. 그러던 경호가 비전을 설정한 이후로 조금씩 달라졌다. 의사가 되어 세계 각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비전을 세운 뒤부터 의욕적으로 공부에 매달렸다. 수학이라면 질색했지만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루 세 시간씩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 전에는 1~2분 시도해 안 풀리는 문제는 쉽게 포기했는데 지금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오기도 생겼다. 뚜렷한 목표가 생긴 뒤 경호의 생활은 활기를 되찾았고, 왕따 경험도 치유되고 있다.

지윤이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케이스다. 하지만 지윤이는 오히려 귀국한 뒤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미국의 자유로운 교육 분위기에 익숙해진 탓에 한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꿈도 의욕도 없이 생활하던 지윤이는 비전에 대해 배운 뒤로 국제공무원이 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앞으로 고려대학교 국제학부에 입학해 10여 년 뒤에는 국제기구에서 활약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작성했다.

비전이 명확해지자 무엇을 해야 할지도 선명해졌다. 여름방학부터 토플 공부를 시작했고 본격적인 내신 관리에 들어갔다. 비전은 친구들을 대하는 자세까지 변화시켰다. 전에는 소극적으로 친구들을 대하던 지윤이가 지금은 학생 명예교사로 친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학급 대표로 지휘를 맡아 교내 합창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늘 변두리에서 이방인처럼 맴돌던 지윤이는 어느새 리더가 돼 있었다.

중국 요화국제학교에서 만난 동우는 ‘화장하는 남자아이’로 아주 유명했다. 아이라인까지 그리고 다니는 동우를 친구들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따돌렸다. 부모도 동우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에게 성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며 상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동우는 단지 꾸미는 걸 좋아할 뿐이었다. 그의 메이크업 기술과 지식은 거의 천부적이라 할 만했다. 여 선생님들도 동우에게 화장법이나 화장품 선택에 대해 조언을 받고 있었다.

당연히 동우의 비전은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반 아이들 앞에서 동우의 비전을 공유하고 직접 화장 기술을 선보이도록 기회를 주었다. 그 뒤부터 동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단지 ‘화장하고 다니는 이상한 남자애’였던 동우는 ‘신동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왕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증명한 것처럼 비전은 성적뿐 아니라 성격과 교우관계, 세계관 등 아이의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비전을 만난 뒤로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이 아이들이 만난 것은 결국 새로운 나 자신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뭐라도 이룰 수 있는 자신. 이 많은 아이들이 경험한 비전의 기적이 우리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인생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면, 인생이라는 기관차는 반드시 움직인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