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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길

논산 계백혼이 살아 숨쉬는 솔바람길(서원 순례길)

by 많은이용 2014. 8. 20.

충효정신을 그리며 걷는 서원 순례길

논산계백혼이살아숨쉬는솔바람길

 

충효정신을 그리며 걷는 서원 순례길

논산의 솔바람길은 풍성하다.
기호지방의 유생들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서원답사길이자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5천 결사대의 숨결이 있는 길 그리고 탑정호수를 발아래 두고 걷는 길이기에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는 기분이다.자연 그대로의 길 위를 사부작사부작 거닐며 자문자답해보면 어떨까.

 

 

<기호지방 최고의 서원인 돈암서원>

돈암서원부터 길이 시작된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5백 년이나 이어온 왕조는 그리 많지 않는데 아무래도 그 원동력을 유교정신에서 찾아야겠다. 논산의 솔바람길 은 탑정호수 주변 서원 순례를 통해 초야에 묻힌 선비들의 충효정신을 온몸으로 느 끼는 길이다.돈암서원은 기호사림의 종장인 사계 김장생 선생이 타계한 지 3년 후에 세운 사액 서원이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살아남은 전국의 47개 서원 중 하나로 호서지역 은 물론 기호지방 전체에서 존숭 받았던 서원이다. 서원의 공간은 논산의 들녘만큼이 나 넉넉하며 기존의 유교 건물과는 달리 자유로운 편이다. 서원은 앞으로 연산천이 흐 르고 왼쪽에 계룡산, 오른쪽으로는 대둔산이 위치한 명당에 자리했다. 전학후묘 방식 으로 아무래도 후학을 위한 교육적 측면을 강조한 서원이다. 들어가면 덕이 생긴다는 입덕문에서는 주춧돌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3쌍의 주춧돌이 있는데 첫 번째는 사 각형, 두 번째는 팔각형, 세 번째는 원형이다. 아무리 모난 사람이라도 인격을 닦고 수 양하면 원만한 성격을 가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서원의 교육기간인 응도 당이 볼만한데 강당이 사당과 직각으로 배치한 것이 특이하다. 거기다 넓은 대청마루,튼튼한 대들보가 서원의 힘을 말해주고 있다. 기둥 위 이음새를 살펴보면 봉황, 용,코끼리가 조각되어 있으니 숨은 그림 찾듯 눈을 크게 떠보라. 정면에 아담하게 버티고 있는 양성당은 사계 선생이 생전에 학문을 연구했던 강당으로 양쪽에 동재, 서재를 품 고 있다. 사당에는 김장생, 김집, 송준길, 송시열 등 네 분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배롱나무 꽃향기를 맡으며 사색하는 충곡서원>

서원을 나와 담벼락을 따라 뒷산을 오르면 본격적인 논산 솔바람길이 시작된다.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아기자기해 마치 초등학생 소풍길 같다. 오르막이 끝나면 탁 트인 공간이 펼쳐지고 풍요로운 논이 품에 안긴다. 나무벤치에 앉아 송골송골 맺힌 땀 을 닦고 나서 푹신한 황톳길에 몸을 싣는다. 빼곡한 소나무 숲에서 나온 기운이 온몸 을 감싼다. 전망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벤치가 놓여 있으니 갤러리의 풍경화를 감상하 듯 전원 풍경을 보면서 쉼표를 찍으면 된다. 콧노래를 부르며 숲길을 걸으면 삼거리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우측으로 꺾어 1.2km쯤 내려가면 충곡서원을 만날 수 있다.건물은 아담하지만 현판은 힘이 넘쳐 있다. ‘충곡(忠谷)’이란 글자가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는 이곳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충절 인물을 모신 사당이기 때문이다. 창건 시 계백 장군을 주향으로 모셨고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성삼문, 박팽년 등 사 육신만 배향했으나 지금은 그 수가 늘어 18위를 모시고 있다. 조선시대 유교 건물임에 도 백제 장군 계백을 모신 것이 특이한데 아무래도 장군의 묘가 가까이 있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국충절정신을 기리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거기다 『구운몽』을 저자 서포 김만중까지 모신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소설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은 숙 종이 장희빈을 물리치고 인현왕후를 복위케 하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홍살문을 지 나면 팽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등 노거수를 볼 수 있는데 특히 마당을 온통 붉게 물 들인 배롱나무가 볼만하다. 껍질이 없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 표리부동하지 않는 나 무이기에 선비들에게 몸가짐을 돌보는 수신목 역할을 했다.

 
<비운의 백제 역사가 깃든 계백 장군묘>

다시 솔바람길을 이어 걸으려면 삼거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늘씬하게 뻗은 솔숲 사이를 걷게 된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다져진 길이라 카펫 위를 거니는 것처럼 푹신하다. 걷다가 힘이 들면 나무벤치에 앉아 녹음을 감상하면 피로가 저절로 풀린다. 그렇게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걷다보니 저 멀리 탑정호가 아른거린다. 호 수를 멋지게 감상할 수 있도록 팔각정까지 조성해놓았다.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사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꺾어지면 사계 선생의 묘가 있는 고정리마을이 나오고 오 른쪽으로 꺾어지면 계백 장군묘와 백제군사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차량출입차단 기를 넘어가니 초록잔디밭에 흔들의자와 나무벤치가 서 있고 그 뒤편으로는 배롱나무 가 핑크빛 꽃을 피우고 있다. 박석길을 따라 솔숲길을 따라가니 계백 장군묘가 나온 다. 백제의 유민들이 전쟁터에서 장군의 시신을 몰래 거둬 가매장했다고 하는데, 주변 에 충장산(忠蔣山), 수락산(首落山)이 있으며 묘소 일대 지명이 가장골(假葬골)이고 묘 소 주변에 철재 무기가 나온 것으로 보아 계백 장군묘로 추정하고 있다. 묘는 소박하 고 비석만 쓸쓸하게 서 있다. 그나마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가 묘를 감싸 안으며 장군 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비운의 역사가 스며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숙연해지고 발걸음 이 조심스럽다. 묘 아래에는 계백 장군의 구국정신을 기리는 충장사가 있어 옷매무시 를 갖추고 참배를 했다. 충장사에서 계단을 오르면 말에 올라 칼을 휘두르고 있는 계 백 장군의 동상과 5천결사대의 장렬한 죽음을 묘사한 부조를 만나게 된다.백제군사박물관에는 백제의 전쟁사와 환두대도, 도끼, 화살 등 백제의 무기를 살펴 볼 수 있다. 전투상황 모형을 통해 삼국시대 전투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 다. 영상관에서는 황산벌 최후전투와 백제 관련 영화를 4D로 감상할 수 있다. 군사박 물관 뒤쪽 산책로를 오르면 탑정호를 멋지게 내려다볼 수 있는 황산루가 서 있고 그 뒤편에 황산벌전적지 전망장소가 놓여 있다. 계백 장군의 포효 소리와 결사대의 함성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결사대의 넋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또 다시 길을 걷는다.

 
<솔향기길의 종착지 휴정서원>

볼에 솔바람이 스치니 기분이 상쾌하다. 터널 위를 지나가면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300m쯤 직진하면 고정산 정상이 나온다. 하산길이 없으니 다시 삼거리 로 돌아 나와야 한다. 삼거리에서 휴정서원까지는 600m. 황톳길을 따라 하산하면 김 국광, 김겸광 형제가 3년간 시묘살이를 했던 영사암이 나온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이지만 튼실하게 보인다. 3단의 기단은 반듯하며 둥근 기둥의 원목이 육중한 지붕을 받치고 있다. 처마의 반전이 날렵하며 스키장의 보드처럼 둥글게 패인 문지방은 그 곡 선미가 절묘하다. 일렁이는 바람소리에 쏴쏴 소리로 화답하는 대숲을 지나면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100m쯤 더 가면 솔향기길의 종착지인 휴정서원을 만나게 된다. 휴정서원은 숙종 때 유무, 유문원 등 학문 매진하고,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 진 서원이다. 내삼문에 들어서면 사당이 있고 사당 양쪽에 일렬로 서 있는 비석을 볼 수 있으며 사당 양쪽에 사당을 지키는 향나무가 있다. 고정산 자락 아래 자리한 김장 생 선생 묘역은 노거수로 둘러싸여 있으며 사당과 재실인 염수재와 광산김씨 종가의 비가 모여 있다.

 
<우복 정경 세 선생과 세 선비>

경상도 상주의 유학자 우복 정경세 선생이 사계 김장생 선생을 찾아와서 선생의 문하에서 사윗감 을 얻겠다고 했다. 사계 선생은 자기 수하에 세 사람이 공부하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 하라고 했다. 우복은 공부방으로 찾아가 “이리 오너라”를 외치니 첫 번째 선비는 마당까지 내려와 정중히 인사를 하고 방으로 안내를 했다. 방으로 들어가니 글을 읽고 있던 두 번째 선비는 방문객 을 힐끗 쳐다보더니 글을 읽는 것이었다. 세 번째 선비는 의관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아랫목에 옆 으로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는데 기골이 장대한데다 손님이 들어와도 일어나지 않고 눈만 껌뻑이 고 있었던 것이다. 우복 선생은 첫 번째 선비는 몸가짐이 나무랄 데 없지만 가벼운 느낌이 들고, 두 번째 선비는 인물이 준수하고 진중한 성격을 가진 것 같고, 세 번째 선비는 기골이 장대하지만 평 지풍파를 일으킬 것 같아 자기 딸이 고생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위로 선택한 사람이 바로 두 번째 선비. 그분이 바로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다. 첫 번째 예의 바른 선비는 초려 이유태 선생이며,세 번째 눈만 멀뚱한 선비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란다.

 
논산 솔바람길 코스(6.2km,약 2시간소요)

돈암서원 → (1km 20분) → 삼거리 이정표 우회전 → (1.2km 25분) → 충곡서원 → (1.2km 25분) →삼거리 이정표 우회전 → (1.2km 25분) → 계백 장군묘/백제군사박물관 이정표 → (1.6km 25분) → 휴정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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