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향하여'
▶한국에서 11월 11일은 2007년까지는 먼 나라 얘기였다. 현충일, 6·25전쟁 발발일, 종전일(7월 27일)에 크고 작은 추모 행사를 하지만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부산 남구에 있는 유엔묘지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리는 정도였다. 이날 전 세계 21개 나라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죽거나 실종된 4만895명을 기리는 행사가 열리는데도 정작 한국에선 조용했다.
▶캐나다 6·25 참전 용사 빈센트 커트니(79)씨는 1951년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혼성 3개 대대가 밀려 내려오는 중공군을 막아낸 '가평전투'에 참전했던 사람이다. 그는 2007년에 매년 11월 11일을 기해 전 세계의 6·25 참전 군인과 유족들이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 1분간 묵념하자고 제안했다. 나라마다 시차(時差)가 있는 점을 감안해 시간은 부산의 오전 11시에 맞추자고 했다. 그해 11월 11일 밤 9시 캐나다 오타와에선 100여명의 참전 군인들이 모여 머리를 숙였다. 첫해 4개 나라가 참여했고 2012년 미국도 동참했다.
▶국가보훈처가 '부산을 향하여'를 올해부터 21개국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로 확대키로 했다 한다. 이미 21개국 참전 용사 단체들에 연락을 끝냈다. 국내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서울에만 200개의 플래카드를 달았고 부산에도 달고 있다 한다. 30일 오전 10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어 일반인들로부터 참여 의사 표시와 함께 사진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캠페인을 확산시켜 행사 당일까지 10만명을 넘긴다는 목표다.
▶부산 유엔묘지는 한국 정부가 유엔에 영구 기증해 유엔이 관리하는 세계 유일의 묘지다. 1951년 조성 당시 1만여위였으나 차츰 본국으로 이장해 지금은 2300위(位)가 남았다. 낯선 나라에 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친 분들의 희생을 다 갚을 길은 없다 해도 11월 11일 11시 1분의 묵념으로 그들 영혼과의 끈은 끊기지 않을 듯하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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