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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강남구 '동네 高手' 2000명, 재능 기부로 강단 서다

by 많은이용 2015. 5. 28.

강남구 '동네 高手' 2000명, 재능 기부로 강단 서다

 

은평구선 95명이… 서울시 평생학습관, 주민 참여형으로

재일교포 남편과 결혼해 33년간 일본에서 생활했던 김월전(57)씨는 매주 목요일 서울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일본어 회화 수업을 한다. 지난 21일 방문한 김씨의 교실에는 30~60대 주부 8명이 모여 수업에 한창이었다. 2년간 김씨 수업을 들어온 상급반 학생들로, '일본어 통역'을 교재로 수업할 만큼 실력이 수준급이다. 하지만 강의하는 김씨는 전문 강사가 아닌 평범한 주부다. 김씨는 "2년 전 학습관에서 자서전 쓰기 수업을 듣다가 '숨겨진 재능을 발휘해 보라'는 제안을 받고 무료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며 "학생들이 즐겁게 수업 듣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지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에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했다.

서울의 '평생학습'이 교육청·자치구가 주도하는 '공급자 중심'에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김월전씨가 활동하고 있는 은평구평생학습관의 '숨은 고수 교실'뿐 아니라 강남구평생학습관의 '지식 재능 기부 사업', 도봉구평생학습관의 '우리 마을 달인' 등이 대표적이다.


	21일 서울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주민 김월전(가운데)씨가 주민들에게 일본어 회화를 강의하고 있다. 평범한 주부인 김씨처럼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휘해 이웃들에게 강의하는 주민이 이 평생학습관에는 많다.
21일 서울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주민 김월전(가운데)씨가 주민들에게 일본어 회화를 강의하고 있다. 평범한 주부인 김씨처럼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휘해 이웃들에게 강의하는 주민이 이 평생학습관에는 많다. /성형주 기자

은평구평생학습관은 누구나 자신 있는 분야를 가르치고, 누구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숨은 고수 교실'로 유명하다. 영어 회화·일본어 회화 같은 어학 강좌부터 연극 강좌, 가구 재활용 강좌까지 매년 140여개의 다양한 강좌가 개설된다. 올해까지 '고수'로 강단에 선 주민은 총 95명, 이용자는 2600명에 달한다. 일본어 수업을 듣기 위해 매주 한 번 경기 파주 자택에서 은평구평생학습관까지 통학한다는 엄효순(여·62)씨는 "'숨은 고수 교실'은 수강료 부담이 없고 일반적 학원과 달리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할 수 있다"며 장점을 설명했다.

강남구평생학습관의 '지식 재능 기부 사업'에는 현재 2000여명의 강사가 등록돼 있다. '좁은 집 정리 수납의 비결' '여름철 별미 김치와 장아찌 만들기' '아빠 요리교실' 같은 특색 있는 강좌를 100여명의 주민이 수강 중이다. 도봉구평생학습관도 지역 주민이 강사가 되는 강좌를 1년에 6~10개씩 운영한다. '셀프 네일아트' '바느질로 소품 만들기'같이 주민들 수요에 맞춘 강좌가 특히 인기다. 문현경 도봉구평생학습관 평생교육사는 "무료 강좌여서 주민들 참여와 만족도가 매우 높고, 수강 인원이 10여명 안팎이어서 집중 수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며 "수업하는 강사들도 자기 재능을 지역에 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평생학습센터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세로골목'이라고 부른다. 과거 주택가 골목에서 동네 사람들이 만나 소통하던 것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주민들이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수업을 듣겠다는 주민이 5명 이상 모이면 집·자치회관·카페·놀이터 등 수강생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강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강사도 일정 기간 교육받은 지역 주민이 맡는다. 현재 시를 창작하고 낭독하는 수업, 피부 관리법을 배우는 수업, 조선시대를 다룬 영화를 보며 역사를 배우는 수업 등이 수강생을 받고 있다.

남신동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조정국장은 "주민들이 평생교육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지속성이 높고 전파도 잘되는 장점이 있다"며 "다른 자치구에서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부 모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좋은 사례를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5. 5. 26.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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