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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채용 자격? 北도발 때 보여준 책임감이면 충분"

by 많은이용 2015. 9. 16.

"채용 자격? 北도발 때 보여준 책임감이면 충분"

                                  - 조선일보 채성진 기자,  류정 기자 -



[롯데그룹, 전역 연기 兵士 11명 첫 채용 면접]

대부분이 고교 졸업 후 입대… 當落 아니라 적성 파악 문답
짧은 머리 정장차림 청년들 "혜택 바라고 한 일 아닌데…"
SK·동성그룹도 곧 채용절차

 

"하루라도 빨리 제대하고 싶었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전역을 연기했나요?"

"북한에 맞서 가족과 친구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9일 오후 2시 서울 양평동 롯데인재개발원. '전역 연기 장병 채용 면접'에 참가한 김지수(21·경기 안산시)씨가 면접관의 질문에 힘차고 또렷하게 대답했다. 지난달 강원도 화천군 최전방인 육군 7사단 칠성부대에서 '고향 앞으로' 순간을 고대하던 '김 병장'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준(準)전시 상황이 되자 누가 묻기도 전에 먼저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언제 군복을 벗을지 기약할 수 없었지만 김씨는 개의치 않았다. 페인트 도장 일을 하는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결심을 듣고 "책임감 있게 상황이 끝날 때까지 복무를 다하고 오라"고 격려했다.

 
9일 서울 양평동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전역 연기 장병 채용 면접’에 참가한 예비역 병장들이 오른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힘차게 외치고 있다. 최근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한 장병 87명 중 취업 의사가 있는 11명이 이날 롯데그룹에서 면접을 치렀다. /박상훈 기자

롯데그룹은 이날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한 11명의 예비역 병장들을 채용하기로 하고 면접을 실시했다. 당락(當落)을 가르기 위함이 아니라, 각자의 직무적성을 찾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자리였다. 면접장에는 '당신의 용기 있는 선택, 롯데는 당신을 선택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강원도 철원 3사단 백골부대 출신 여상수(25·대구 수성구)씨는 같은 중대의 입대 동기 2명에게 "전역을 미루자"고 먼저 제의했다. "당시 부대 안 상황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전 부대원들이 완전 군장을 하고 전투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데, 동료들을 놔두고 차마 떠날 수 없었습니다. 여씨는 "'어차피 전쟁이 터지면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차라리 이곳에 남아 싸우자'고 동기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여씨와 의기투합한 임정범(21·경북 포항시)씨는 "선임병으로서 복무 경험이 더 짧은 동료들을 위기 속에 남겨두고 갈 수 없었다"고 했다. 합기도 3단 유단자로 입대 전 도장에서 어린이들에게 무술 지도를 했던 임씨는 "가족뿐 아니라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생각이 났고, 군인으로서 그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롯데에 채용된 전역 병사들 상당수는 전방 GOP(경계소초)나 GP(최전방 소초) 근무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다. 대부분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 입대한 이들로, 검정고시 경력이 학력의 전부인 이들도 있었다. 롯데 측은 "급박한 상황에서 보여준 이들의 국가관과 동료애는 어느 곳에서라도 큰 몫을 할 역량을 보여준 것"이라며 채용을 결정했다.

전역 연기 병사들은 남북 관계 호전에 따라 당초 예정된 전역일보다 그리 늦지 않게 전역할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혜택을 바라고 연기를 신청한 게 아닌데 취업이 돼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원도 양구 21사단 수색대대에서 DMZ(비무장지대)를 넘나들던 정세준(20)씨는 "최선임인 내가 빠지면 조직이 흐트러질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참수리 357호 정장 고(故) 윤영하 소령의 인천 송도고 후배인 그는 "선배님 덕분에 평소 철저한 안보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이런 취업 기회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 전역 연기 의사를 밝힌 장병은 모두 87명으로, 롯데는 이들 중 취업 의사가 있는 11명을 선별했다. 이병희 상무는 "롯데그룹은 2010년부터 전역 장교를 특별 채용했고 2011년과 2013년 여군 장교와 해병대 장교 특별 채용을 시작하는 등 지금까지 700여 명의 '국가 기여형 인재'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전역 연기 장병에 대한 채용 계획을 밝힌 SK그룹은 이달 중 개인 면담을 포함한 채용 설명회를 열고, 적성에 맞는 계열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전역을 연기한 장병이 보여 준 강한 열정과 패기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와 기업은 이런 정신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견 화학그룹인 동성그룹은 이틀 앞둔 전역을 연기한 육군 7사단 소속 전문균(22)·주찬준(22) 병장을 채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산화(散華)한 46용사의 유가족에 대한 특별 채용을 진행해 현재 총 17명을 계열사에 근무시키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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